[단독] "백종원 책임? OK, 갑질? NO!"...'랩소디' PD 여론 찬바람에도 입 연 이유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04.30 07: 51

"책임지기로 한 부분은 반드시 책임져야죠, 그럴 거라고 믿고요. 그렇다고 이렇게 팩트체크도 안 하고 매도하듯 보내기엔 아까운 출연자예요, 매우". '요식업 대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잇따른 구설수로 비판 여론에 휩싸이자 방송가 '갑질'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현직 방송 PD는 사과문의 책임은 강조하면서도 '갑질'은 반박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래도 백종원'이라며 이어지는 방송가의 러브콜 이유를 밝혔다. 
백종원 대표는 최근 연일 비판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식재료 원산지 표기 문제, 지역 축제 프로젝트에서 장비 사용 문제, 직원의 부적절 행위에 대한 비판까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다 바꾸겠다"라며 장문의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모든 비난의 화살은 계속해서 방송으로 얼굴을 알렸던 백종원 대표에게 향하고 있다.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도 있다. 한 지상파 PD 출신의 영화감독이 백종원 대표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부터 스태프들에게 '갑질'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몇 PD들이 목소리를 내며 반박하고 백종원 대표를 감싸기도 했으나 그 중 한 PD가 백종원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 이사로 등재된 일이 드러나 더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처럼 냉혹한 군중심리에도 불구하고 '랩소디' 시리즈를 연출한 PD A씨는 지난 29일 OSEN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랩소디' 시리즈는 '삼겹살 랩소디'를 시작으로 한우, 치킨, 짜장면, 소주까지 이어진 푸드 다큐멘터리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들에 대해 백종원이 미식회를 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햇수로 5년 동안 KBS에서 방송되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돼왔다.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A씨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현직 PD인 만큼 함께 작업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의 동료나 후배들이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피해보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 이에 추가 취재를 통해 A씨가 실제 다년간 방송업에 종사한 중견 제작진이고 더본코리아나 백종원 대표 개인과 별도의 이해관계가 없음을 확인해 익명성을 보장하고 보다 자유로운 발언을 담고자 했다.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 안다"라며 멋쩍게 웃은 A씨는 "개인적인 경험이라도 직접 겪은 백종원 대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더본코리아의 사과문에서 책임지기로 한 부분들은 반드시 책임지는 게 맞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 역시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개인의 인성이나 인격적인 부분까지 어떤 팩트체크도 없이 인격적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라고 인터뷰 이유를 밝혔다. 
'PD가 겪은 백종원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기준치가 높고 다른 출연자들과 다르게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분이다. 그런 부분이 함께 작업하며 숙달되기에 어려울 수는 있어도 제작진 입장에서 의지되는 부분이 분명하게 있고, 제작자 마인드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은 출연자"라고 답했다. 
A씨는 "작업 자체는 '랩소디' 시리즈로 했다. '삼겹살 랩도시'가 함께 한 첫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그 전부터 몇 년에 걸쳐 오랫동안 노크를 했다. 많은 PD들이 함께 하고 싶은 출연자이지 않나. 쉽지 않은 길인데 계속해서 문의를 드렸고 '안 되겠지? 그래도 한 번 물어는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드렸던 게 '삼겹살 랩소디' 제안이었다. 그런데 '삽겸살 랩소디'는 처음으로 흔쾌히 진행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식을 제대로 담고 글로벌에도 소개한다는 것에 관심이 있으셨다. 그래서 거의 처음으로 푸드 다큐멘터리를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제게는 고마운 분이다. 많이 도와주셨다. 프로그램 쪽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주셨다. 확실히 '제작자 마인드'가 있는 분이다. 그리고 그 게 출연자로서 매우 큰 강점인 분이다. 흔히 'PD 마인드'라고 할까. 절대 프로그램 출연자로서 수동적으로 임하지 않는다. 보통 촬영을 한다고 하면 현장의 상당 부분은 제작진이 준비하고 90% 가량 만들어낸다. 출연자들은 출연자의 역할만 해도 되니까. 그런데 백종원이라는 사람은 항상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간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랩소디' 시리즈 때도 늘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본인이 아이디어가 많기도 하고, 의견도 많이 낸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때도 있다. '이 건 아니지 않아?'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화법도 솔직하고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결과물의 완성도는 분명히 높아진다.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가는 스타일이고 지난 4~5년 동안 저 역시 그 과정을 함께 하며 도움을 받았다. '리스펙'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을 인정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랩소디' PD는 "방송에 익숙한 사람들 입장에선 현실적인 기준치가 있는데, 방송인이 아닌 만큼 기준치가 높고 또 사업가라 기본적으로 도전정신이 강한 분이다. 처음 해보는 것, 실험적인 것들에 오히려 강하게 끌리고 '해봐야 알지, 안 해보면 어떻게 알아?'라고 하는 타입이다. 그게 적응이 안 된다면 힘들 수는 있다. 절대 출연자의 몫만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더 없어?', '이 것밖에 안돼?'라는 말도 들은 적 있고, 많이 깨진 적이 있다"라고 웃으며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를 높여준 피드백이었고, 높은 기준치의 덕을 봤다. 과정상 언어적 표현들이 사람마다 세게 오는 경우도 있거나, '이 반응은 뭐지?'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른 거지 틀린 건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그런 도전정신이 제작진에게 힘이 돼줄 때가 더 많다. 그렇다고 우기기만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건 포기도 빠르고 결정 자체가 시원하다"라고 평했다.
실제 A씨 외에도 백종원 대표와 작업한 다수의 예능 PD들은 그를 높이 샀다. "제작진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출연자"라는 것. 그 덕분일까.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 촉발되던 지난 3월 말에도 백종원 대표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약칭 흑백요리사2)' 촬영이 예정대로 시작됐다. 백종원 대표는 '흑백요리사2'에서 첫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최근 그는 tvN 새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3(약칭 백사장3)'를 촬영 중이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백사장3' 촬영 현장 인근에서 백종원 대표를 봤다는 목격담과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확산되기도 했던 터. 일각의 비판 여론에도 백종원 대표를 향한 방송가는 출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직 PD로서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A씨는 "그래도 백종원"이라는 또 다른 다수 PD들의 전언에 공감했다. 그는 "방송업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모든 제작 환경에 어려움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렇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분명히 매우 아까운 출연자다. 요즘 같은 방송 환경에서 특히 좋은 인재라고 계속해서 생각해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특이한 사람이고 재능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출연자 이상의, 재능이 많은 분이라는 걸 누구라도 부정할 수는 없을 거다. 유려한 진행, 제작자 마인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부분들, 그 사이를 다 채울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이해와 고찰, 인문학적인 부분까지. 많은 부분을 갖고 있는 게 굉장히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A씨는 "제작자들이 다 백종원 대표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그러한 분위기에 본인이 갖고 있는 것 때문에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덕분일 것"이라며 "물론 팩트체크는 중요하고 잘못된 건 반드시 따지고 매듭지어야 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질' 같은 부분에 대해선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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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넷플릭스-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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