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무려 실책 5개가 나온 이튿날 베테랑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야수진을 소집해 어린 선수들을 격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신예 내야수 오명진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롯데 시리즈 첫날 실수를 하고 둘째 날 선수단 전체 미팅을 가졌는데 김재환 선배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2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주말 시리즈 첫 경기에서 2-8 완패를 당하며 3연승 도전이 무산됐다.
가장 큰 패인은 프로의 본분을 망각한 실책쇼였다.
첫 번째 실책은 0-2로 뒤진 4회초에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수 오명진이 전민재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악송구를 범한 것. 전민재가 그 틈을 타 1루를 지나 2루에 도달했고, 2사 2루 위기에 처한 선발 최원준은 황성빈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2-3으로 뒤진 7회초 실점은 황당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3루수 강승호가 1루 송구 실책을 기록하며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투수 김호준이 1루주자 레이예스의 2루 도루를 포착하고 1루에 공을 던졌는데 이 또한 뒤로 빠지면서 레이예스가 3루로 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혼란에 빠진 김호준은 타석에 있던 나승엽에게 쐐기 투런포를 헌납했다.
두산의 실책 퍼레이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5로 끌려가던 8회초였다. 데뷔 첫 선발 유격수 중책을 맡은 박지훈이 1사 후 황성빈의 땅볼 타구에 포구 실책을 범했다. 이후 황성빈의 2루 도루, 고승민의 중전안타로 이어진 1, 3루 위기에서 투수 박치국이 장두성의 번트 타구를 잡아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황당 실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3루주자에 이어 1루주자 고승민마저 홈을 밟았고, 타자주자 장두성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도달했다.

박치국과 교체된 김민규는 1사 3루에서 나승엽 상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맞고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두산 팬들의 대규모 귀가 사태를 불러일으킨 악몽의 이닝이었다.
오명진에 따르면 26일 주말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미팅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베어스 프랜차이즈 거포인 김재환이 신예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건넸다.
오명진은 “김재환 선배님이 어린 선수들을 향해 ‘뒤에 형들이 있으니까 너희는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실수하면 형들이 다 책임진다는 말이 많은 힘이 됐고, 감동을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환 조언 효과였을까. 두산은 27일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워 롯데를 13-4로 대파하고 2연패를 끊어냈다. 오명진이 데뷔 첫 홈런을 결승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는 등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 원맨쇼를 펼쳤고, 박준영도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강한 9번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승용이 5이닝 3실점(승리), 루키 홍민규가 1이닝 무실점의 씩씩한 투구를 펼쳤다.
오명진은 “어제(26일) 잘 쳤는데도 팀이 지니까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팀이 올라가는 데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사실 오늘 같은 날은 1년에 몇 번 없지 않나.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라며 팀퍼스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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