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홍상수 감독 유학파에 화려한 귀공자..떨떠름했다" [인터뷰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5.04.28 15: 03

'파과' 이혜영이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 스타일과 그에 대한 인상을 언급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영화 '파과'의 주연배우 이혜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민규동 감독의 4년 만의 연출 복귀작이다. 앞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첫 선을 보여 글로벌 주목을 받았고,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와 베이징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소식까지 알리며 시선을 끌었다. 

이혜영은 극 중 레전드 킬러 조각을, 김성철은 미스터리한 신입 킬러 투우를, 신시아는 조각의 어린 시절 손톱을, 김무열은 조각의 스승 류를, 연우진은 조각과 인연을 맺는 동물병원 원장을, 김강우는 '벌레는 잡고 아픈 사람은 구원하는' 신성방역의 손실장을, 옥자연은 신성방역의 실무자 초엽을 각각 열연했다.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이혜영은 44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며 레전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 여성 서사 작품이 적은 가운데, 이번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심을 받고 있다.
이혜영은 홍상수 감독과 2021년 '당신얼굴 앞에서'를 시작으로 '소설가의 영화' '여행자의 필요' '탑' 등으로 작업한 바 있다. 
"홍상수 감독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 전에는 어떤 작품하고도 인연이 없었는데, '당신얼굴 앞에서'를 계기로 홍 감독님과 처음 만났다. 그때 느낀 자유로움과 행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신의 얼굴 앞에서 하나다. 감독님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감독님과 영화하기로 한 그날부터 찾아봤다"며 "사실 그 전에는 설거지하다가 '뭐 이런 이상하고 지루한 영화가 다 있어? 저 영화는 뭐야?' 생각했었다. 그게 '생활의 발견'이었다.(웃음) 정말 너무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원래 작품은 특별한 사건이 있고 상황이 펼쳐지고 이런 걸 좋아하는데, 아무 사건이 없는 걸 왜 영화로 만들어야 되는지 몰랐다"며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가 좋아서라기보단 우리 아버지와 홍 감독님의 어머니가 인연이 있었다. 예전부터 '대단한 사람의 아들'이라고 들었다"며 아버지인 영화 감독 이만희와 홍상수의 어머니가 작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영은 "홍상수 감독이 '유학파에 화려한 귀공자'라고 했다. 그래서 약간 떨떠름하게 생각했던 사람인데 그 이후 마음이 바뀌었다. 홍 감독님은 태어난 것부터, 가진 것부터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다. 영화도 맨날 찍으면 해외에서 상을 받아 왔다. 보통 그런 예술가는 가정이 불행해야 되는데, 없는 게 없었다. 하여튼 그랬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연민이 생기면서 '안 됐더라'는 마음이 생겼다. 예술 감독으로서 무너진 것 같았다"며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홍상수 감독한테 연락이 왔다. 감독님과 술 한잔 하고 싶었다. 이상하게 옛날 친구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났다가 영화를 하게 됐다"며 "홍 감독님은 대본도 없고 뭘 설명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과 만나는 순간 촬영하는 과정 자체가 아트다. 그건 반복될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다. 그 경험이 좋았고, 그 경험 때문에 작품을 했다. 근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숨 막히고 그 자유로움은 어디가고 '이 사람은 누군가' 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 '역시' 싶었다. 다시 또 세 번째는 '내가 미쳤지' 하다가 영화 보면 '역시 좋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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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 수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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