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은은 저를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약한영웅'의 연시은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웨이브 효자에서 넷플릭스 입양아로 글로벌 팬들을 사로잡은 '약한영웅' 시리즈의 히어로가 된 소년, 워너원 출신의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을 만나봤다.
박지훈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약칭 약한영웅2)'에서 주인공 연시은 역을 맡아 시즌1에 이어 다시 한번 열연을 펼쳤다. 이에 박지훈은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약한영웅2'를 비롯해 근황에 대해 담백하게 털어놨다.
'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시즌1는 지난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돼 호평받았다.
시즌2는 첫 시즌과 달리 넷플릭스로 둥지를 옮겼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 입양아'라는 표현까지 만들어진 상황.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 공개된 효과는 해외 인기로 드러났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약한영웅'이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V쇼 2위까지 올랐던 것이다.
작품에 출연한 박지훈도 그 차이를 느꼈을까. 그는 "많은 시청자 분들께서 좋아하시는 이 학원물의 강점이 화끈해진 액션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서사, 애처로움, 슬픈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섞여 있어서인 것 같다. 영웅담 혹은 우리가 학교 생활할 때 있던 교내에서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다양한 영웅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봐온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결합돼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았다"라고 나름의 이유를 분석했다.
다만 "사실 제가 반응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라며 "뭐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연시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풀고자 노력하고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콘텐츠 플랫폼 변화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약한영웅1'이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터. 박지훈은 "배우 입장, 제작사 입장에선 너무 좋다. 너무 영광이고"라며 웃었다. 이어 "'약한영웅2'를 찍고도 시즌1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게 너무 좋았다"라고 밝혔다.

실제 '약한영웅' 시리즈는 박지훈 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우정,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로 호평받았다. 시즌1에서는 연시은은 물론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의 끈끈하면서도 입체적인 관계가 화제를 모았다. '약한영웅2'에서는 연시은이 새로 만나는 친구 '바쿠' 박후민(려운), '고탁' 고현탁(이민재), 서준태(최민영)와의 관계는 물론 빌런으로 활약하는 최효만(유수빈), 금성제(이준영), 나백진(배나라)까지 열연을 펼친 터다.
"저희들끼리 한 번 공개되기 전에 '단관'을 다같이 했다"라며 출연진과 남다른 애착과 끈끈함을 밝힌 그는 "'단관'에서 사실 울었다. 왠지 모르게 여운이 길게 남았다. 마지막 모습 딱 보고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을 위해서 우리가 달려왔구나'라고 생각했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감독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하나의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액션씬 하고, 액션이 아니더라도 땀과 눈물을 흘리며 더운 날 혹은 추운 날에 찍은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거기에서 나온 북받침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새 친구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너무 각기 다른 힘들을 지닌 배우들이다. 사실 또 그렇게 친한 상태로 촬영에 임한 건 아니었다. 막 우정이 끈끈해진 상태로 촬영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시즌1 때도 너무 재미있었고, 감독님도 친한 형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 편안하게 촬영을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바쿠'는 정말 수호를 닮았더라. 저런 라이브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찍으면서 닮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표현을 하려고 했다. 준태는 강한 자들 앞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서 저 친구가 바로 '강강약약'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지 힘이 세다고 무너지는 게 아니라 존경스럽고, 나였어도 저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탁은 스토리에서 빠져서는 안 되고 바쿠가 있기에 고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이 너무 잘 짜였다"라고 감탄했다.

다양한 등장인물 중 '약한영웅2'에서 유독 화제를 모은 건 연시은과 금성제, 일명 원작 팬들부터 '연금 대전'으로 불린 조합이다. 실제 박지훈은 작품 공개에 앞서 홍보 차 출연한 웹예능에서 이준영을 보며 느낀 위협감을 고백하기도 했던 터. 실제로는 두 사람이 막역한 연예계 절친이라고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지훈은 "화장실 씬에서 찍을 때 금성제 역의 준영이 형과 찍으면 항상 긴장해야 했다. 다른 분들도 똑같이 합을 맞추고 현장에서 바뀌는 부분도 흡수를 잘 하시는데 준영이 형은 주먹이 정말 그렇게 빠르다. 진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서로 긴장을 하면서 찍어야 하겠지만, 제가 정말 집중을 안해서 잘못하면 큰 일 나고 맞겠구나 싶더라. 정말 저도 긴장하면서 찍었다. 주먹이 너무 빠르다. 그 날이 첫 촬영인데 주머니에 손 넣고 걸어가는 모습이 정말 금성제였다. 현장에서도 준영이 형한데 '형 진짜 금성제네요'라고 했다. 바람막이가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모습이 진짜 무서웠다. 칼같다"라며 놀라움을 쏟아내 웃음을 자아냈다.
"형 실제 성격도 금성제 같다"라고 밝힌 그는 "폭력적인 게 아니라 '낭만'을 좋아하고, 자유를 좋아하는 형이어서 그런 모습들이 위협적인 것 같다"라며 웃음을 더했다. 또한 이준영에 대해 "너무 좋아하는 형이고 형도 저를 극진히 아껴주고 너무 좋아해주고 응원해준다. 촬영 없는 날에도 만나서 연습실을 하나 잡고 그냥 정해진 시간 없이 확 춤추고 음악 틀고 저희의 자유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취미가 스트릿 댄스를 너무 좋아하고, 형은 힙합을 하고 저는 팝핀을 좋아하다 보니 모여서 수다 떨고 사적으로 만나서 연습실 하나 잡고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고 노래 틀어놓고 '이 노래 좋다'라고 우리끼리 표현하고 영상을 찍고 모니터링하고 코멘트 한다. 이런 시간들이 좋다.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서 서로를 아끼게 되는 것 같다. 빠르게 친해져서 더욱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준영이 매력적인 악역으로 묘사된 만큼 연시은의 존재감과 소위 '전투력'은 상대적으로 시즌1에 비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훈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라면서도 "시즌2에서 효만이에게서 준태를 구하려고 해서 구한 건 아니지만 이 친구한테 정이 있어서 구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전학 와서 효만이를 안 때린다. 왜 액션을 안 하는지 이기심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거고 결국 지키지 못하고 전학을 와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싸우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피치 못하게 싸우는 캐릭터여서 아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액션보다는 이 친구의 스토리를 집중해서 봐주시면 시은이가 왜 싸우지 않으려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시즌1에서 시은이가 친구를 잃고 그 간에 쌓인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오히려 얘가 맷집이 강해지면서 싸움도 더 잘해진 느낌을 받았다. 콘티에서는. 이게 시즌1과 연동돼서 시은이의 싸움 스타일이나 다른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러다 보니 시즌1보다 더 악에 받히는 느낌이었다. 싸움을 끝내는 게 아니라 이 지겨운 짓 좀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액션은 더 잘 싸워지고 물건을 사용해 공격하는 게 더 신비로웠다"라고 자평했다.
이러한 연시은의 감정변화는 박지훈의 호소력 짙은 눈빛 연기와 진중한 표현으로 빛을 발했다. '뺨 떨림도 계산했나'라는 반응도 있었을 정도. "저도 보면서 놀랬다"라며 웃은 박지훈은 "사실 계산을 하진 않는다. 기본 베이스에 상황에 대한 인지만 하고 들어간다. 여러 가지 수를 준비해서 현장에 들고가진 않는다. 상황의 틀만 인지한다. 제 뇌로 따지면 A4용지 한 장만 들고 가서 여기에 제가 인지하는 상황들, 씬에 대한 설명들만 갖고 한다. 여기서는 뭘 표현하면 좋을지. 들고 가면서 적는 스타일이라서"라고 밝혔다.
그런 박지훈도 '약한영웅2'에서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눈빛은 바로 "나백진과 싸우고 당당히 '이겼다!'라며 돌아가다 뒤돌아 나백진을 보는 뒷모습"이라고. 박지훈은 "나백진과 연시은이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싸움도 그렇고, 공부도 잘하고. 나백진도 길의 끝은 서로 달랐지만 조금 보면서 저 친구도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백진은 결국 친구가 없고, 시은이는 친구가 생기고 끝이 난다. 그러면서 나백진을 보고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시즌1 회상으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기엔 위험한 표현일 것 같은데, 슬프고 복합적인 감정들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 분들과 찍으면서. 그래서 많이 생각하며 연구했다"라며 "은근 그런 게 어려웠다. 4명이서 담기는 모습들이 있는데 '바쿠'가 여고 친구들의 번호를 땄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시은이가 번호를 보고 살짝 미소를 띄는 듯 안 띄는 그런 시은이의 프레임이 편안한 상태인가 생각들 정도로 미세하게 웃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장면들이 힘들었다. 어느 정도 미소를 띄어야 시은이가 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겠다 싶은 순간의 감정들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놓기도.

시즌1에서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약한영웅2'에서 새로운 친구들과도 성장하는 연시은은 일면 박지훈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 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윙크 보이', '저장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훈이 묵직하고 진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연기로 보여준 여파다.
무엇보다도 박지훈은 연시은에 대해 "저랑 제일 닮았다고 생각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역 생활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게 부모님 뿐이었다. 어릴 때도 혼자 있던 시간이 많고 친구가 많이 없었다. 그런 모습들을 생각하고 연구하면 쓸쓸한 뒷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다. 제 어릴 때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런 싱크로율이 비슷한 캐릭터였다. 액션 말고 감정적으로 혼자 있던 시간들은 시은이가 저한테 제일 싱크로율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아직도 제가 친구가 없던 이유의 해답을 못 찾았다. 워낙 사투리도 쓰고 그런 것 때문일까 싶은데 그 것도 맞더라. 아역 생활 하면서 지방 촬영도 가고, 학우 친구들보다는 부모님과 있던 시간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에 관해서 아픈 추억이긴 하지만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무대 위에서의 애교 같은 걸 연기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 것도 하나의 이미지이기는 하다. 제가 표현해낼 수 있는 저의 귀여움이 저도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걸 보여드리려고 했다. 연습생 때도. 그런 모습들을 좋아했고. 그런데 제가 애교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그 순간 표현 만큼은 진심이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자신감을 얻고 더욱 귀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박지훈은 "'웃음' 장면도 어느 정도 웃어야 할지 고민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끝은 결국 웃네?'라는 것에 행복해지더라. 잠깐이라도 시은이가 웃는 모습에 위안이 되고 친구들이 같이 있는 모습에 저도 위로 받았다. 그렇게 안 웃는 시은이가 이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서 웃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편안한 상태구나 생각하게 돼서 위로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약한영웅2'의 엔딩을 통해 후련한 행복감을 느꼈다는 박지훈. 시즌3에서도 볼 수 있을까. 박지훈은 조심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많이 좋아해주시면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었다. 또한 "제가 감히 '약한 영웅 Class 3'에 대해 언급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라고 겸손을 표했고, "정말 그냥 제가 혼자 있을 때 잠깐 든 생각은 시즌3를 정말 만약에 하게 된다면 고등학교 3학년 혹은 어른이 된 뒤 성장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돼서 재미있더라. 고등학생들이 모여서 어른들을 상대로 뭔가 사건에 얽메이면서 풀어나가는 재미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장항준 감독의 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촬영 중인 박지훈은 "재미있게 선배님들과 촬영하고 있다.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찍고 있다고 자세하게 말씀은 못 드리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단종 역할을 맡았는데 다른 재미있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캐릭터라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라고 차기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장남'에서 '약한영웅'의 연시은으로, 다음 박지훈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보여드린 모습은 많지만 배우로서 인정받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부족한 부분들이 많고, 스스로도 더욱 더 표현하고 싶다는 갈망이 남아있다. 제가 필모그래피도 많은 게 아니고 못 보여드린 모습도 많다. 조금 더 많은 작품을 하고 더 많은 긍정적인 감정을 시청자 분들과 공유하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더욱 더 표현하고 기쁨을 느껴주셔야 제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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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