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문 열었는데 "3장 남았어요", 가입자 2500만 SK텔레콤 도대체 뭘 준비했나?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04.28 10: 54

"3장밖에 없어요."
28일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모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눈대중으로 헤아려도 족히 50명은 되어 보였다. 
10시가 넘어 서자 대리점에 불이 켜졌다. 직원 한 명이 나오더니 "지금 남은 유심이 3장 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 직원은 "어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심을 교체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오후 2시에 유심이 입고되니 그 때 다시 와달라"고 한다. 

사람들이 "그 때 와서 다시 줄을 서란 말이냐"고 항의했다. 그 직원은 "오후 2시에도 50장만 들어온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침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번호표라도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그때서야 그 직원은 메모지에 손으로 번호를 매기면서 줄을 선 사람들에게 한 장씩 나눠줬다. 
"고객 피해 예방과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SK텔레콤이 며칠 동안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는 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 조치를 발표한 건 지난 25일이다.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K텔레콤을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영상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이종훈 Infra전략본부장,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 배병찬 MNO AT본부장,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이 나와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때 한 말이 "유심 무료 교체 조치는 28일부터 시행된다"였다. 
이 말을 따른 가입자들이 28일 이른 아침부터 대리점을 찾아 긴 줄을 섰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전날 많은 유심이 나갔기 때문에 남은 게 없다"는 말이었다. 28일부터 무료 교체 조치가 시작된다는 말을 믿었던 사람들만 혀를 찼다. "집단 소송이라도 해서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터져나왔다. 
SK텔레콤이 28일 오전 10시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문이다. 
SK텔레콤은 주말 동안 28일 오전에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사용해 달라고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알렸다. 그러나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유심 무료 교체 예약’을 해야 하는 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럴 만했다.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은 28일 오전 8시 30분에야 열렸다. 
유영상 대표이사가 "유심 무료 교체 조치는 28일부터 시행된다"고 한 말은 결과적으로 허언이 됐다.
28일 오전에도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악성코드로 인한 사이버 침해 사고를 인지한 이후 고객 피해 예방과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읊조렸다.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 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무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5년 4월 18일 24시 이전 SK텔레콤에 가입되어 있는 이동통신 고객들이 대상입니다"는 말도 되풀이 했다. 현실은 가입자들을 기망하는 목소리로만 들렸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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