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김혜자의 위기를 없앤 건 남편 손석구의 지극한 사랑 덕분이었다.
27일 방영한 tvN 토일드라마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극본 김송희, 연출 이민수)에서는 지옥에서 탈출한 영혼인 박칠석에게 위협을 당하는 이해숙(김혜자 분)의 모습과, 그런 이해숙을 구출하기 위해 침착함을 잃지 않는 고낙준(손석구 분)의 모습, 그리고 이영애(이정은 분)로 오해를 받는 솜이(한지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해숙은 교회를 다녀야 했다. 티격태격하는 목사(류덕환 분)는 요리를 썩 잘하지 못했고, 이해숙은 능숙한 살림꾼이자 일수꾼이었다. 이해숙의 요리 솜씨를 맛봤던 목사는 그의 콩물 국수를 궁금해하며 같이 콩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해숙은 콩을 고르면서 "난 콩 세다가 셈을 배웠다"라면서 “태어나 돌도 안 돼 엄마아빠 죽고, 나 길러준 사람이 알고 보니까 아빠의 조강지처였대. 내가 첩의 자식이었던 거지. 여차저차 살다가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결혼했더니 사고로 못 걷는다고 하더라. 그렇게 남편 대신 이 일 저 일 다했다. 그렇게 남편 먼저 보내고, 이렇게 불쌍한 노인네가 됐다”라며 기구한 삶을 읊었다.
이에 목사는 “해숙 성도님은 그래도 부모가 누군지 알지만, 저는 아무도 모른다. 저는 다섯 살 때 부모를 잃어버렸다. 나 잃어버릴 때 엄마가 교회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섯 살에 죽어 영혼으로서 목사가 된 인물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말없이 웃고만 있는 박칠석. 그는 늘 젖은 옷으로 간절히 교회를 드나들고 있었다. 생전 그는 떠돌이 고물상이었고, 그의 트럭 옆좌석에는 뜨개질을 하면서 병 든 채 말을 거의 잃은 아내가 있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그는 고달픈 것 없이 전국을 누볐다. 그건 그가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기 전의 일이었다. 아내를 시설에 맡기려고 해도 월 100만 원은 거뜬히 들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이 죽고 난 후 이렇다 할 사람이 없다는 게 큰 문제점이었다. 그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고, 아내와 말쑥하게 차려입고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한 후 그날 저녁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아내는 여전히 뜨개질을 했고, 그는 아내를 데려 가야한다는 생각이 굳건했다.
이는 죄였다. 센터장은 “박철진 씨, 당신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 철진 씨가 마지막 선택을 하는 순간, 아내 분이 동의를 했나요?”라면서 “죽음 또한 삶의 일부다. 삶의 결정권은 각자에게 있다. 철진 씨의 죄는 아내분을 죽게 만든 데 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면 어서 나와서 대가를 치르십시오”라며 그를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낼 각오를 했다.

그 영혼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아내의 거취를 아는 것이었다. 그는 떠날 수 없다고 난동을 부리며 흉기로 이해숙을 위협했다. 천국 저편에서 그의 영혼에게 보내는, 뜨개질로 완성한 목도리를 들고 온 건 천국 우체부 고낙준이었다. 고낙준은 “지옥에 가야 합니다, 철진 씨. 그래야 기회가 있다잖아요. 나중에 여기 있는 아내 분 안 만날 거예요?”라며 그 소포로 박철진의 마음을 돌렸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tvN 토일드라마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