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이 너무 많이 나와서…”
프로야구 KT 위즈 투수 소형준(24)이 커리어 최초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삼진 때문에 투구수가 늘어난 게 오히려 아쉬웠던 모양이다.
소형준은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1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KT의 2-1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7회 손동현이 노시환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아 선발승이 날아갔지만 지난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 11탈삼진에 이어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2020년 데뷔 후 개인 최초 기록.
1~2회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볼끝이 살짝 휘는 투심과 커터에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계속 유도했다. 존 근처에 형성되는 커맨드가 워낙 좋아 한화 타자들이 배트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스윙을 안 하면 보더라인에 걸쳐 루킹 삼진으로 이어졌다.
2회 이도윤에게 허용한 우월 3루타가 유일한 피안타로 2회 2사부터 6회까지 13타자 연속 아웃을 잡아내며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97개로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5km 투심(56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1개), 커터(19개), 커브(1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0.1%(68/97)로 제구가 잘 이뤄졌다. 내야 땅볼 아웃만 8개로 투심이 잘 먹혔다.
경기 후 소형준은 “로케이션이 잘 되다 보니 삼진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장)성우 선배님의 리드가 워낙 좋으셔서 믿고 잘 따라갔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면서도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그는 “초반에 삼진이 너무 많이 나왔다. 범타를 유도하면서 투구수를 적게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도 (타자가) 빨리 쳐서 범타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3구 삼진이 아닌 이상 삼진을 잡으면 (한 타자에게) 4~5개 던져야 한다. 편하게 가려면 사실 1~2구에 범타 유도하는 게 좋다”며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대전 신구장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첫 등판이라는 점도 변수였다. 마운드 높이나 흙 상태, 포수를 바라보는 시야 등 새로운 환경이라 조금 낯설었다. 소형준은 “처음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던질 때 포수 쪽 시야가 딱 잡혀야 하는데 (처음이라) 잘 안 잡혀서 스트라이크 던지기에 바빴다. 5회부터 코스코스 보고 던질 수 있는 영접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4회까지 가운데만 보고 공격적인 승부를 들어가면서 8개의 삼진을 잡았다. 시야가 익숙해지고, 영점을 잡은 5회부터는 삼진을 2개만 잡고 범타를 유도하면서 원하는 피칭이 이뤄졌다.
이로써 소형준은 올 시즌 5경기(31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1.16 탈삼진 35개 WHIP 0.94 피안타율 .216을 마크했다. 평균자책점 2위, WHIP 4위, 탈삼진 10위. 특히 평균자책점은 KIA 제임스 네일(0.74)에 이어 2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1위에 빛난다.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지난해 시즌 막판 불펜으로 복귀한 소형준은 올해가 첫 풀타임 선발 복귀 시즌인데 완벽 부활이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소형준은 데뷔 첫 해부터 13승을 거두며 신인상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022년 27경기(171⅓이닝) 13승6패 평균자책점 3.05 탈삼진 117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올해는 그 이상 성적을 기대할 만한 페이스다. 투심 평균 구속이 수술 전보다 시속 2km 빨라졌고, 2022년부터 던지기 시작한 커터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소형준은 “아무래도 2년간 재활을 하면서 몸에 힘이 붙었다. 지쳤던 몸이 회복돼 더 좋은 공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평균자책점 같은) 기록은 전혀 보지 않는다. 자꾸 보면 의식하게 될 것 같아 내가 앞으로 나갈 경기에 대해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첫 복귀 시즌인 만큼 이강철 KT 감독은 초반에 소형준을 10일 로테이션으로 관리할 계획을 했다. 실제 시즌 첫 등판 이후 10일 쉬고 두 번째 등판에 나섰지만 그 뒤로는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소형준은 “제가 감독님께 ‘일주일에 두 번 등판 아니면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개막하고 한 경기 던진 뒤 10일 쉬고 나와서 쌩쌩하다”며 몸 상태를 자신했다. 지금 폼으로 풀타임 시즌을 돌면 리그 넘버원 투수가 될 수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