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최민호(샤이니 민호)가 ‘랑데부’를 통해 두 번째 연극에 도전한다. 전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통해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최민호는 ‘랑데부’에서 또 한번 성장을 보여주며 스스로에 대한 증명을 거듭해나갔다.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연극 ‘랑데부’에 출연 중인 최민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랑데부’는 (작·연출 Yossef K. Junghan(김정한))는 로켓 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 태섭과 춤을 통해 자유를 찾고자 하는 지희(김하리 분)가 우연한 만남으로 각자의 상처와 감정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최민호는 ‘랑데부’에서 태섭 역을 맡아 지난 5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이제 11회 정도 공연을 했다. 절반이 넘으니 한 회 한 회 공연이 점점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것 같아서 떠나보내는게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초반의 2, 3회 정도까지는 연습실에서 준비한 많은것들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나름 저만의 긴장감도 있었고 혹시나 틀리면 어쩌나, 준비한것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그러다 점점 많은 분들이 극을 보며 빠져들어주시고 웃고, 울어주셔서 준비했던 것들이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 됐구나 라는걸 느낀 순간 저도 어떤 부분은 더 과감하게 연기하고 연출님과 상의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더 웃음을 주기 위해 바꾼 부분도 있다. 저도 무대가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더 선명하게 캐릭터를 표현하게 됐다. 두세번 보신분은 내용과 캐릭터를 알지만 처음 본 분들에게도 내용을 확실히 인지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 들면서 공연을 하면 할수록 캐릭터가 더 확고해졌다”고 전했다.
최민호는 ‘데자부’를 통해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퇴장 없이 극을 이끌어 가며 태섭의 치열한 감정들을 소화해 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최민호는 “잘 몰라서 도전할수 있었던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때 마법처럼 홀린 느낌이 들었다. 대사량이라거나 무대가 어떻게 생겼고 이런 건 눈에 보이지 않았고, 이 극을 너무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커서 읽자마자 ‘일정 맞으면 무조건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준비 과정에서 ‘이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우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고 첫 느낌을 떠올렸다.
하루하루 연습을 해나갈수록 자신이 생겼다는 그는 “(대사가) 외워지는것도 신기했고 어떻게 보면 20m가 좀 안 되는 무대에서 상상 했던 저만의 것들이 관객분들한테 전달된다는 게 재밌었다.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연출 스태프분들아 보이는데 그 분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정 속에서 믿음이 쌓이고 새로운 걸 발견하다 보니 처음의 걱정과 우려보다는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밸 역을 맡으며 데뷔 첫 연극에 도전했던 최민호는 두 작품 연속 연극을 차기작으로 택한 계기를 묻자 “어릴때부터 연극을 너무 해보고싶었다. 아무래도 연기하는 배우로서 연극을 하게 된다면 분명히 한단계 성장하고 더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작년에 기회가 생겼다. 그때 연극에 사랑에 빠진것 같다”며 “데뷔한지 만 17년, 18년차인데 새로운 감정이 드니까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올 초에는 작품 계획보다는 개인활동이랑 팀활동을 생각하고 있었어서 어떻게 보면 안 되는 일정에 제가 하고싶어서 무리해서 들어오게 됐다”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전작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최민호는 “첫 연극때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해서 제가 일을 하고있는거지만 돈을 드리고 연극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걸 알려주시고 배웠다. 그런 시간들이 저에게 행복으로 많이 다가와서 어디서도 배울수없는걸 경험해서 좋고 행복했다. 아쉽게 끝났기때문에 오히려 더 저에게 다음 작품 고르는데 어렵지 않았던 부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연극의 매력을 묻자 “라이브로 진행 돼서 NG가 없고, 조금 실수가 나오더라도 대처를 잘 해야하고 그날 그날 관객의 반응이 다르다. 과감히 준비한게 안 되면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해야 하기때문에 선택지를 수만가지 열어 놔야 한다. 관객들이 있을때 리허설과 달라지더라. 관객분들과 함께 만드는 공연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많이 웃어주실수록 저도 힘나고 다음 장을 넘어가는데 더 자신감도 생기고. 어떤 독백을 하고 감정이 전달돼서 함께 울어주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때 감정이 한꺼풀 쌓여서 폭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민호는 지난 2015년 샤이니 멤버로 데뷔해 그간 수많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을 해왔던 바. 그럼에도 그는 “무대 위에서 어떤걸 표현했을때 사실 관객의 눈을 바라보고 하는건 아니다. 근데 무대가 너무나 가까이 있다 보니 다 느껴진다. 콘서트 무대를 할 때는 인이어를 껴서 이런 호흡을 들을수 없다. 음악을 들어야하고 함성소리가 제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고 표정과 제스쳐로 분위기가 전달된다”고 가수로서 서왔던 무대와의 차이를 짚었다.
이어 “극장 안에서는 숨소리 하나, 기침을 한다거나 핸드폰이 울린다거나 물건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조그만한 소리도 극을 이어가는데 덜그럭 거릴 수 있다. 그런 소리 하나하나가 저를 더 좋게 해주거나 떨어트리거나 하니까 어떻게 보면 큰 무대에 서는것보다 더 디테일하게 해야한다. 눈물이 떨어지는 것, 땀흘리는 것도 보이고 발음이 꼬이면 생생하게 들린다. 대사를 절었으면 그것도 바로 느끼게 되니까 그래서 더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일찍이 ‘열정’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는 최민호는 “원래 제 캐릭터나 삶 자체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다. 연기도 사실 제가 활동한지 오래됐는데 지금 더 열심히 한다. 매번 열심히 해왔지만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이 대중들과 많은 분들에게 전달될수있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다. 누구나 다 최선은 다하는거니 어떻게 하면 잘할수있을까를 고민한다. 연극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한것도 느껴지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며 “열심히 안 하면 안 한만큼 무대에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은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되기때문에 더 대본 한 글자 한 글자 파고들려 했고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하면서 준비했다”고 연극을 위한 자신만의 노력을 전했다.
‘데자부’ 속 태섭은 겉으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과학자이지만 내면에는 과거의 상처와 외로움을 간직한 인물. 최민호는“저도 예전에는 상처를 삭히려 했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니 아픔과 슬픔을 혼자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얘기를 안 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단단함도 부러지더라. 부러지는걸 경험해보니까 이렇게 부러지면 무너지는구나, 멘탈도 몸도 마음도 무너지는걸 느끼고 그 이후부터는 아픈 일, 속상한 일이 있으면 오히려 더 주변사람에게 얘기하려 한다. 그런 것들이 바뀌니까 훨씬 제 감정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라며 “태섭이도 절대 상처를 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던 인물이 지희를 만나서 한꺼풀씩 벗겨나가는데, 캐릭터를 준비할때 인생을 살면서 느낀 걸 극 안에 녹여내려고 한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최민호 외에도 ‘데자부’에는 박성웅과 박건형이 함께 트리플 캐스팅돼 각자만의 태섭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최민호는 두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태섭의 매력을 묻자 “태섭이라는 캐릭터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초반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박사이고 로켓 연구 책임자인데 어린 친구지 않나. 30대 초반의 인물에게 그걸 맡긴다는 게 어느 누구도 선뜻 내어주기 쉽지 않다. 이거에 형님들은 인물 자체가 믿음이 가는 나이대고 연륜이 있으신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부분을 형님들과 다르게 했다. 1장, 2장에서 독백도 다르게 했다. 제가 잡은 태섭은 어릴때부터 천재였고 일찍 대학 졸업하고 모든 과정을 다 마치고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갔지만 외롭고 슬프고 사람들을 잘 믿지 않는다는 설정을 해뒀다. 원래는 처음 독백에 화를 내는 부분이 없다. 저만 화를 낸다. 연출 님께 초반에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여기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엔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따라와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안을 드렸고, 연출님이 보시고 ‘이렇게 가자. 민호만의 태섭이는 이게 더 좋을 것 같다, 매력적일 것 같다’고 해서 그런 부분도 바꿨다. 나중에는 형님들보다 로맨스를 조금 더 넣으려 했다. 다들 퓨어한 느낌이 있지만 어려서 나올 수 있는 풋풋함과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장면을 더 넣었다. 어떻게 보면 나이를 좀 이용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현직 아이돌로서 안무를 짜는데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는지 묻자 “아무래도 다른 배우분들 보다 무대 경험이 좀 많고 아직도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쉽고 빠르게 안무를 습득했다. 호흡을 맞출때도 상대 배우가 춤을 많이 안 춰봤다 보니 제가 안무 감독님과 함께 일대일 레슨으로 알려준 부분도 있다. 극의 완성도를 위해 저도 훨씬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잘 알려주려 했다”며 “사실 처음 태섭이가 춤을 못 춰야하는 캐릭터다 보니까 못 추는 걸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이렇게 하면 못춰보일거라고 생각하고 손을 뻗었는데 상대배우가 ‘너무 멋진데?’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게 멋지면 어떤걸 해야 안 멋진거지?’라고 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름 어정쩡하게 팔을 나갔다 했는데 몸에 밴 선이라거나 동작들은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게 있더라. 오히려 초반에 그걸 빼는 게 힘들었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아이돌 데뷔 16년, 연기를 시작한지 14년만에 연극 무대에 첫 발을 들였던 최민호는 차후 뮤지컬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관심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건 정말 저의 자아성찰인데 제가 노래를 부를때 탑노트(가장 높은 음)가 그리 높지 않다. 노래로서 감동을 주려면 어느 정도 탑노트 레벨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게 안 되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지점은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쉽게 도전을 못하는 것”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약 15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기돌’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인식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있다고 밝힌 그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민호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했을 때 새로운 판에서 스스로 스태프들과 관객들에게 증명시키지 못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 까지인 것 같다. 정말 좋아서 계속 하고싶고 이어나가고 싶으면 잘 해내야 하고, 그러려면 증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잘 하는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호는 ‘랑데부’ 공연이 절반을 지난 시점에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싶은지 묻자 “저는 스스로에게 짠 사람이라 높은 점수를 절대 주지 않는다. 높게 주면 나태해 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아직도 50점 이상 넘기진 못했다고 본다. 나머지는 못 채운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더 발전할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항상 열어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점수를 올리기 위해 ‘채워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어떤 작품을 만나든 보이지 않는 답들과 작품을 하면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니까. 연기를 할 때는 이게 정답이라 생각해서 길을 가고있었는데 아닐때가 많더라. 그런것들을 매번 느껴서 쉽게 ‘이게 맞아’, ‘스스로 80점, 90점을 매기고 싶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고 과거를 보면 ‘내가 왜 저런말을 했지? 저거 아니었는데’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게 스스로에게도 좋고, 앞으로의 일에 있어서도 훨씬 좋은 영향을 저에게 끼쳐서 점수를 짜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랑데부’는 오는 5월 11일까지 공연된다. 최민호는 ‘랑데부’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싶은지 묻자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다. 근데 어느 한 명도 저와 같은 사람은 없더라.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모든게 다 다르지 않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감싸 안아줬을 때, 그게 사랑일 수 있고 우정일 수도 있다. 그 모든게 포함돼서 누군가를 안아줬을 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현실로 이루어질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져주는 게 ‘랑데부’가 주는 메시지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내 속에 있는 마음을 이야기할수록 자신도 그 사람도 변화가 생긴다는 메시지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랑데부’라는 연극을 봐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의 증명된 것들이 담겨 있다”고 어필했다.
그는 ‘랑데부’ 이후에도 또 연극 출연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너무 하고싶다”며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준비과정이 “지금까지 해왔던 콘서트나 앨범, 영화, 드라마를 준비하는 것보다 가장 하드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실수가 용납 안 되고,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야해서 연습 과정이 제일 힘들지만 힘든만큼 행복감이 크다.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할지 생각해 봤는데, 무대가 끝나면 ‘짜릿’하더라. 이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라는 걸 알았으니 또 기회가 된다면 그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극 배우로서 이루고싶은 지점에 대해서는 “제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보고 나갈때 ‘좋았다’는 표현이 먼저 나오는 배우가 되고싶다. ‘이 공연 너무 좋다’는 멘트를 듣고싶다. 제가 좋았다기 보다 공연이 좋았다고 느끼게끔 만들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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