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또 한 번, 토트넘 홋스퍼는 남의 잔치를 지켜볼까. 리버풀의 리그 우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손흥민(33, 토트넘)이 부상으로 남의 잔치를 지켜보게 됐다. 과연 그 감정을 우승을 위해 던질 수 있을까.
리버풀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승점 79점을 기록, 리그 1위를 공고히 했다.
아스날이 24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에서 2-2로 비기면서, 양 팀 간 승점 차는 12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경기 수는 아스날 4경기, 리버풀 5경기. 리버풀이 단 1점만 추가해도 우승이 확정된다.

리버풀은 오는 28일 안필드에서 토트넘과 34라운드 맞대결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80점 고지를 찍으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짓는다. 현재 토트넘은 리그 7경기 1승 1무 5패의 부진한 흐름을 타고 있으며, 유로파리그 4강 일정을 병행 중이기에 일부 로테이션이 가동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손흥민에게는 익숙한 장면일 수 있다. 지난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토트넘은 리버풀에 0-2로 패배했고, 손흥민은 리버풀이 펼친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눈물을 흘리던 손흥민을 다정하게 위로하던 장면은 당시 축구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지난 2020-2021시즌 토트넘은 카라바오컵(EFL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패배했다. 당시 손흥민은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앞두고 "아직은 자랑스러워할 순간이 아니다. 결승전에서 패배한다면 선수들도, 팬들도 속상할 것"이라며 "모두가 우승을 원한다. 특히 팬들을 위해 트로피를 가져오고 싶다"라고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간절한 손흥민의 마음은 이뤄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0-1로 패배했고 손흥민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였던 가레스 베일이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준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리버풀의 우승을 앞두고 다시 막을 가능성이 낮다.

심지어 이번에도 손흥민은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발 부상 여파로 리버풀전 명단 제외가 유력한 상황. 그래도 본인의 발로 뛸 수 없다 해도, 그라운드 위에서 또 한 번 상대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유로파리그 4강 진출로 유럽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리그에서는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이 나란히 챔피언 후보로 경쟁하는 사이, 토트넘은 오히려 강등권에 가까운 16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남의 집 파티'를 지켜보는 그림이 그려질 예정이다.
그래도 손흥민에게도 우승 트로피 가능성이 남아있다. 토트넘은 오는 5월 2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025시즌 UEL 4강 1차전에서 보되와 맞붙는다. 토트넘으로서는 안방에서 먼저 승리를 거두고 2차전 원정에 나서야 한다. UEL 우승은 올 시즌 토트넘의 마지막 희망이다.

사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16위까지 처져 있고, 17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33경기에서 18번이나 패했다. 남은 5경기에서 두 번만 더 패하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리그 20패를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UEL에서 정상에 오르면 2007-2008시즌 이후 17년 만에 무관을 끊어낼 수 있다.
손흥민에게도 소중한 우승 기회다. 그는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지만, 아직 클럽 커리어 우승이 없다. 과연 리버풀의 리그 우승을 지켜본 것이 손흥민에게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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