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역대급 반전이다. 백기태호가 최악의 스타트를 이겨내고 23년 만의 연령대별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즈 스타디움에서 끝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백하람의 선제골을 앞세워서 1-0으로 승리하나 싶었으나 후반 추가시간 막바지 실점에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면서 결승행이 좌절됐다.
한국은 2023년 변성환호가 결승에 진출한 것(일본에 결승 0-3 패)에 이어 2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후반 추가시간 막바지 통한의 실점으로 인해 무산됐다. 더불어 2년 전 숙적 일본에 패해서 이루지 못한 23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꿈이 불발됐다. 한국은 U17 아시안컵에서 1986년, 2002년 단 두 차례 우승에 그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반전 시나리오를 쓰나 싶었다. 백기태호. 조별리그 첫 경기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21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등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골 결정력 부족에 더해 막바지 시간에 골을 내주면서 그대로 0-1로 충격 패를 당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한국은 빠르게 전열을 정비, 아프가니스탄을 6-0으로 완파한 뒤 예멘까지 1-0으로 제압하면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1차 목표였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획득했다.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U17 월드컵은 개최국이 기존 24개에서 48개로 확대되면서 아시아에 출전권 8장이 배정됐다.

이에 이번 대회 8강에 진출한 8팀이 U17 월드컵 진출 자격을 얻으면서 한 시름 덜게 됐다. 여기에 8강전은 더욱 쉽지 않았다. 이날 한국은 타지키스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연속 2실점을 내줬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김지성이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서 웃을 수 있었다.
4강 상대는 일본을 잡은 사우디. 개최국 이점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패배하면서 2승 1패로 8강에 올랐으나 B조 1위 일본(1승 1무 1패)와 8강전서 2-2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웃으면서 4강행에 합류한 상태였다.
그래도 페이스를 끌어 올린 한국은 이 경기도 잘 리드했다. 이미 백기태호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펼쳐진 4개국 친선대회에서 사우디를 4-2로 이긴 바 있다. 실제로 경기 전 인터뷰에서 백기태 감독이 "8강전 역전승 기세에 더해 한 번 이겨본 팀"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은 김민찬-박병찬-김예건-임예찬-정희섭-오하람-박서준-김은성-구현빈-진건영이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박도훈이 켰다. 홈팀 사우디가 계속 기세를 올렸으나 한국이 점점 기어를 올렸다. 한국은 전반 31분 박서준이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무산됐다.
여기에 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두 차례 연달아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육탄 방어로 아쉽게 막혔다. 사우디도 전반 41분 역습에 나서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박도훈이 몸을 말려 튕겨냈다. 양 팀 모두 점점 공격의 정밀성이 올라갔다.
결국 이 난전 상황을 이겨낸 것은 한국이었다. 전반 45분 오하람은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과감하게 때린 슈팅이 상대 키퍼 손을 막고 나오자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서 한국의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은 그대로 1-0으로 한국이 앞선 채 마무리됐다.
후반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단 한국은 부상 악재가 터졌다. 후반 18분 김예건이 경기장에 쓰러져서 김지성과 교체됐다. 이어 임예찬도 쓰러져서 교체로 류혜성이 들어갔다. 한국은 박서준 대신 정현웅을 넣으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한국은 무리한 공격대신 안정적인 운영으로 맞섰다.
후반 추가시간으로 무려 9분이 주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골키퍼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박도훈이 기가 막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튀어나온 공을 잡으려고 하다 무리한 태클로 인해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사우디 키커가 성공시키면서 1-1로 승부차기에 돌입하게 됐다.
나란히 1번 키커는 성공시켰으나 한국이 2번 키커 임예찬이 실축한 상황. 여기에 3번 정현웅에 4번 키커 김도연까지 연달아 실패했다. 박도훈의 선방 한 차례가 무색하게 경기는 그대로 사우디의 4번 키커가 성공 시키면서 한국의 결승행은 좌절됐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