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김윤석, 장기하가 영화 '바이러스'로 관객들과 만난다.
16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바이러스'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언 배우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강이관 감독 등이 참석했다.
원작 소설 '청춘극한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감독 강이관, 제공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작 더램프(주))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옥택선(배두나 분)이 모쏠 연구원 남수필(손석구 분), 오랜 동창 김연우(장기하 분),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 분)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다. '톡소 바이러스'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독특하고 유쾌한 관점으로 풀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며, 각양각색 개성과 치명적인 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만나 시너지를 발산한다.
대체불가한 존재감으로 세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배두나부터 명실상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연기 장인 김윤석, 연기 분야로 스펙트럼을 확장한 올라운더 아티스트 장기하를 비롯해 매 작품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손석구가 특별출연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사과' '범죄소년'을 통해 다수의 영화제와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강이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강이관 감독은 "톡소 바이러스가 상상 속 바이러스지만 현실에 발 붙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사를 많이 했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이라서 거기서부터 상상하게 됐다"고 했다.
캐릭터들의 이름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택선이 자신의 선택으로 이전과는 바뀌는 모습 보여주고, 연우는 거꾸로 하면 우연이다. 택선이 선택해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로 설정돼 있다. 수필은 필수다. 최초의 감염자이기도 하다. 이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라서 필수적으로 필요해서 수필이 됐다"고 밝혔다.


배두나는 "택선의 성향 자체는 상당히 부정적인 면이 있다. 국문과를 나와 본인의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대신 남이 쓴 글을 번역하면서 산다. 그래서 우울하다. 영화 초반에는 택선이 우울하고 부정적인 면이 많은 여자로 나온다"며 " 내 실제 성격과 비교해도 닮은 부분은 있다. 택선의 감염 전이 닮았고, 감염 후에도 어느 정도 닮았다. 나도 사랑에 빠지면 택선처럼 긍정적으로 변하고 기분도 좋아진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장기하는 "택선이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자동차 딜러로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동창한테 차를 사라고 영업 문자를 보내는 게 일상이다. 갑자기 택선이가 영업 장에서 나타나면서 얽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 중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데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당황한 모습이 재밌게 그려진 것 같다"고 했다..
"연우와 장기하가 닮은 것 같다"는 말에 장기하는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나와 거리거 먼 캐릭터를 시킬 순 없었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어서 맡기신 것 같고, 실제로 비슷한 게 많은 것 같다"며 "나도 저렇게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어이 없는 일에 휘말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김윤석은 "내가 연기한 이균 박사는 가정사에 슬픈 사연이 있어 우울증 치료제에 일생을 걸고 도전하는 인물이다. 7년간 연구를 하고 내 연구를 받아서 계속 진행하는 사람이 남수필 박사다. 수필과 이균 박사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수필에게 그 연구를 물려주고 미국으로 떠나는데, 이후 한국에 개인사 때문에 돌아오고 택선이의 사건에 휘말린다"며 "혹시 이걸 재난 영화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재난 영화는 아니"라고 해명해 웃음을 안겼다.


강이관 감독은 장기하의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연우가 코믹한 캐릭터다. 기존의 연기자가 하면 많이 본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영화 소재도 새로워서 새 인물이 새로운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더라. '그래서 장기하가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러번 제안했는데, 여러번 고사하셨다. 그러다 마지막에 결국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하는 가수가 아닌 정식 배우로 영화에서 큰 활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해 신드롬을 일으킨 데뷔곡 '싸구려 커피'를 시작으로 '달이 차오른다, 가자', '풍문으로 들었소', '부럽지가 않어' 등 연이어 히트곡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로, 현재 작가, 라디오 DJ, 영화 '밀수'·'베테랑2'의 음악감독까지 폭넓게 활약 중이다.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이어 지난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깜짝 출연해 반가움을 선사했는데, 이번에는 신작 '바이러스'의 주역으로 생활 연기를 펼친다.
장기하는 "갑자기 연락을 받고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굉장히 많더라. 시트콤은 한 번 해봤는데 영화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의 비중을 하는 게 되는 일인가 싶었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라고 그랬다"며 "근데 김윤석 선배님께서 그 말씀을 해주셨다. '영화계 사람들이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본인이 잘해야 되는게 아니라 우리가 판을 깔아주니까 그냥 놀고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시면 된다'고 해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까 내가 건방졌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영화계에서 만나기 어려운데, 배운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자 싶었다"며 마음을 바꾼 이유를 털어놨다.

김윤석은 "이제 우리가 장기하 씨 새 앨범 발표할 때 코러스로 하면 될 것 같다. 두나 씨는 댄스로 하고"라고 말했고, 장기하는 "그건 내가 부탁 드린 적이 없는데 거기에 맞춰서 앨범을 준비해보겠다"며 웃었다. 이에 김윤석은 "장기하 씨가 영화랑 많이 가까워졌다. '밀수' '베테랑2'도 영화 음악 작업을 했다"고 얘기했다.
후배 배두나에 대해 김윤석은 "세계적인 배우다. 왜 세계적인 감독들이 배두나를 찾는지 알겠더라. 우리나라에서 아주 귀한 배우"라며 극찬했다. 장기하는 "배두나와 처음 작업했는데, 난 영화를 처음 찍어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평등하게 대해주지?' 싶었다. 잘하면 되게 잘했다고 해주시고, 어느 날 문자도 보내주셨다.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해주셨다. '영화계에선 잘해주는구나' 해서 너무 감사한 기억이 많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개봉이 늦어졌는데 바이러스 소재라 팬데믹 시기에는 빨리 개봉하는 게 시기 상조라고 해서 기다렸다. 이번에 개봉하게 돼서 기쁘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와 스태프의 노고, 좋은 메시지가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러스'는 오는 5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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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