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서울의 봄'을 거쳐 '관식이 병'을 유발하는 '폭싹 속았수다'의 아버지를 지나 '야당'의 한 번 물면 안 놓은 오상재까지 도달했다. 다시금 천만영화로 대중을 울릴 수 있을까. 그 중심에서 변두리를 자처하는 배우 박해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해준은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이강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이 가운데 박해준은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분투하는 형사 오상재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개봉 소감을 묻자 박해준은 "요새 영화가 귀하다"라며 벅찬 심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관객 분들이 어떤 식으로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양관식 역을 맡아 뜨거운 관심 속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된 상황. 박해준은 "드라마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은데, 또 밭은 시기에 영화가 나오고 워낙 다른 색깔 장르라 적응이 조금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혼란스럽기도 하다"라고 밝힌 그는 "드라마는 드라마 대로 여운이 있어서 관식으로서 유지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너무 바로 새 작품이 나왔다. 한 편으로는 바로 전환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 이걸 또 어떻게 봐주실지, 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다. 영화도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또한 "우려는 없다. 계속 그 캐릭터로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빨리 빨리 전환을 해서 '이런 면도 있었네?'라고 보여줄 수 있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또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기도 하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일을 잘 해줄 수 있는 게 '야당'이다. 계속 다른 인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사랑만큼 '폭싹 속았수다'를 둘러싼 후폭풍도 여전했다. 바로 '관식이 병' 남이 보기엔 '학씨', 스스로 생각하기엔 '관식이'라고 생각한다는 '관식이 병'에 대해 실제 극 중 관식이를 연기한 박해준은 어땠을까.
그는 "요즘 아이돌로서의 생각은 남자들이 밖에서 그런 생각이 있다. '집에서 이런 대접 받고 산다'라는. '와이프한테 얘기도 안 하고 나왔어'라고 일부러 그런다. '우리 와이프는 이런 거 참견 안 해, 밥도 7첩 반상 차려주고, 주방에 가본 적도 없어'라고 하는 게 우리 세대에 자랑이었던 때가 있다. 그런데 이제는 관식이처럼 산다는 게 자랑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그는 "저도 그렇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지만 조용히 있던 사람이었다. '학씨'처럼 말은 하고 싶되, 아버지 어릴 때 봐온 모습대로 하고 싶은데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게 보였다. 너무 많이 변했다. 사실 집에서는 와이프한테 '오빠는 관식이랑 가까운 면이 많다'는 말을 듣고 산다. 실제로 바깥에 나갈 일도 없고, 요즘 애들하고 같이 있는 것도 좋다. 주방에서 뭐 하면 도와줄 거 없나 기웃거리고. 도와준다는 말 자체도 웃기다. 같이 하는 거고. 안 그래도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미안한 게 많은데 혼자 애들 책임져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또한 "스스로도 관식이 병이 약간은 있는 것 같다. 가정적인 사람으로 50% 이상은 가정적인 남자이지 않을까 싶다. 이게 관식이 병인지는 모르곘다. 그래도 아내가 50~70%까지는 관식이에 가깝다고 이야기해줬다. 아마 드라마를 보고 나니까 더 그런 것 같다"라며 멋쩍어 했다. .

나아가 박해준은 "개인적으로는 한 작품으로 기억해주시는 것도 너무 고맙지만, '저 사람은 이런 필모를 갖고 여러가지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게 배우로서는 너무 영광스러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의 '사빠죄아'를 남긴 밉상 남편 이태오에서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으로, 큰 폭을 넘나드는 변화에 대해 박해준은 "사실 다 보여드렸다"라며 웃었고,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주겠다 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작품을 만나서 그대로 역할에 맞게 연기하는 게 제 일인 것 같다. 본업하는 게 제일 좋다. 드라마도 영화도 1년 정도 전에 빠져있던 캐릭터인데 지금 와서 공개가 돼서 대중에게 보인다고 해서 그게 중요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작품에 집중하는 상태다. 물론 그렇게까지 푹 빠져 살진 않는다"라며 멋쩍어 했다. 다만 그는 "보여준다는 건 너무 다른 영역이라 세상에 다양한 인물들이 많다"라고 했다.
이렇듯 담담한 박해준조차 '중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놀라워 했다. 그는 "정말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너무너무 감사하지만 중년의 아이돌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방법을 제시해 달라. 중년의 아이돌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저희 소속사도 그런 데에 익숙한 분들이 아니다. 아이돌 회사에 잠깐 트레이드를 해야 하는 거냐. 한동안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방법은 모르겠다. 저는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라며 웃었다.
이어 "여기서 조금 들뜨긴 했는데 사실 내 본업으로 돌아가서 일할 때가 너무 좋으니까 그거로 다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아이돌 수업은 다음으로 하겠다. 노년 아이돌, 그 때가 인생의 막판이니까 준비해보겠다. 그 때 조금 더 성숙한 아이돌로 해보겠다. 지금은 못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폭싹 속았수다'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전작인 영화 '서울의 봄'도 천만영화였던 터. '야당'의 시작도 '서울의 봄'이었다. '서울의 봄' 촬영 중 당시 배우로 출연한 황병국 감독에게 출연을 제안받았기 때문. 박해준은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같이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다들 '감독님, 감독님'이라고 하더라. 왜 감독님이 배우를 하시나 싶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굉장히 재미있으시다. 제작사 대표인 김원국 대표님께서 대본을 주시는데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다 '서울의 봄'을 하신 분이었다. 다들 대본 봤냐고 하시면서 '자기가 본 상업영화 최근 대본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진짜 대본이 좋더라. 쭉쭉 읽혔다. 진짜 재미있게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고 보니 감독님이 군복을 입은 분이시더라. 이후 감독님이 찍었던 영화들을 봤는데 본인이 연출한 건 없고 다 배우로만 나오셔서 '아, 이 분!'이라면서 봤다. 연기 정말 희안하고 살벌하게 하시는 분이라 생각했다. 감독님의 연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촬영감독님을 믿고 했다. 그 때까지는"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촬영감독님과 하면 이 대본에 영화가 훌륭할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님마저도 굉장히 오랫동안 작품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 모든 걸 쏟아부으셨더라. 연출하시면서 디테일한 부분들이 있고, 영화가 나와서 보고 나니 '왜 저 장면을 저렇게까지 찍으려 했나'에 대해서 굉장히 디테일하고 예민하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떤 면에선 오상재처럼 물면 안 놓고 집요하게 얻어내려고 하시는 분이다. 후반 작업도 소리 하나까지 완성도 있게 해주셨다"라고 강조했다.
박해준은 "작업 하면서도 좋았고, 감독님이랑 현장에서 촬영 끝나고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면서 계속 '해준 씨 이거 어때요?'라고 하시는데 잘 찍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나 싶었다.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재미있다. 그만큼 정말 자기의 무언가를 쏟아서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연기한 강하늘과 유해진 모두 놀라웠단다. 강하늘에게는 한결같은 '선한' 에너지에 놀랐고, 유해진은 처음 보는 악당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고. 박해준은 "거기에 맞춰 주는 강수나 조훈 역의 류경수 배우도 너무 훌륭했다. 그 세 명의 조합이 너무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진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실 거다. 이런 장면은 처음 본 것 같다"라며 경탄했다.
이에 맞춰 박해준 역시 나름의 디테일을 신경 썼다. 그는 "기본적으로 형사들이 조폭을 다루면 조폭처럼 하고 다니고, 마약 범죄를 수사하면 또 비슷하게 같은 부류의 사람처럼 하고 다닌다. 그렇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며 "영화 자체가 중간에 변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초반엔 그렇게 등장하고, 후반부는 다르게 분장해서 조금 신경써서 전환기를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게 잘 표현됐는지 개인적으로는 잘 표현을 못한다. 그래도 빈틈을 잘 채워주지 않았나 싶다. 큰 지장 없이"라고 겸손을 표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인물, 사람이 가진 습관이나 생각은 잘 안 했다. 하늘이가 한 말 더듬는 증상은 마약의 심각성과 신체적인 변화가 있어서 표현한 것이지만 오상재는 그런 부분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는 거였다. 내가 이렇게 살아왔는데, 힘에 의해서 자기 일을 펼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는 거라 마인드의 변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다시 하늘이랑 만나서 희망적으로 일을 펼쳐보려고 하는데 그마저도 잘 안되는 상황들이 있는 상황이라 그런 부분에 무너지는 것들과 다시 일어서는 부분들을 중요한 포인트라고 봤다"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박해준은 대본과 연출자의 표현에 열려있는 배우였다. 그는 "과거에 공연을 하고 했을 때, 사실은 되게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었다. 사람들이 회피하는 역할도 했다. 멋있는 역할이나 멋을 부려야 하는 역할보다는 조금 자연스러운 역할을 했다. 아니면 진짜 악역이나 소화된 인물들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상관이 없는데 나를 그런 역할에 누가 써줄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화차'라는 영화에서 변영주 감독님이 진짜 이상한 사채업자 악역을 주셨다. 그 때 굉장히 스펙트럼을 많이 넓혀주셨다. 지금 현재로는 내가 못할 역할이 있을까 싶다. 분장 도움을 받아도 주변에서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요새 또 좋다고 해주시니 민망하긴 한데 워낙 속이 촌스러워서 옛날 사람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잘 매칭이 안 된다. 그래도 인간적이고 사람 같다는 이야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필모그래피 가운데 원톱 주연의 갈등도 있을 법 하건만. "없다"라고 단언한 박해준은 "내가 조금 모자라서 그런지, 여러 명이 도와가면서 내가 못할 때 채워주고, 저 분이 버거워할 때 내가 힘을 내서 으쌰해주고, 서로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혼자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장면마다 밀어주는 맛이 너무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항상 좋은 작품들은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들이 다 좋았을 때 이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조연이나 아주 단역 하시는 분들도 채워줘야 작품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그런 것까지 다 신경써서 연출을 해야 그 작품이 되게 좋은 작품이 된다는 확신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해진의 열연이 담긴 '야당'은 16일 개봉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