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윤리센터가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와 인센티브 부당 지급을 이유로 대한탁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자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갔던 후보들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는 15일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토론회 중 제기된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을 둘러싼 후원금 환급 의혹과 대표선수 바꿔치기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유승민 회장은 엄중한 사과와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강 명예교수는 지난 1월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유 회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강 명예교수는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정책토론에서 유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 재직 시절 국가대표 선수를 부당하게 교체하고, 후원사 후원금 환급에 잡음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의혹을 조사하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4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선수를 탈락시키고 다른 선수로 바꾼 대한탁구협회에 관해 기관 경고를 요청했다.
또한 후원 및 기부금에 관한 인센티브를 부당하게 지급한 것과 관련해 전현직 임원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4명은 직무 태만 및 정관 등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징계 대상에는 탁구협회를 이끈 유승민 현 체육회장과 김택수 현 국가대표선수촌장이 포함됐다.
강 명예교수는 "당시 유 후보가 자신에게 적반하장 식으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체육인에게 거짓말과 비양심은 가장 심각한 치부다. 유승민 회장 스스로 책임질 일은 책임진다고 말했는데, 타의로 징계받는 건 책임지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명예교수와 마찬가지로 지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갔던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연맹 전 회장도 "체육계 공정성과 윤리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다시 흔든 사건"이라며 "유승민 회장의 사퇴만이 스포츠에 대한 예우이자 도리"라고 비판했다.
■ 다음은 오주영 전 회장 성명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IOC 선수위원 그리고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회장을 수식하는 이 명칭 들은 단순한 직함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로 쌓아올린무게이며 그 자체로 상징이자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체육계는 그 신뢰의 상징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체육회장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그는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민 앞에 체육의 얼굴이 되는 존재다. 공정한 경기력 향상 시스템을구 축하고 체육계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감시 해야하는 최고수장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력은 화려할지 모르나 그자리에 오른뒤의 자세야말로 진짜 지도자의 자격을 판단하게 한다. 과거 대한탁구협회장시절 제기되었던 의혹들은 이제 단순한 논란이 아닌 국가기관의 공식 판단으로 그 실체가 확인 되었다.
후원금과 인센티브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국가대표선발개입까지—그 하나하나가 체육계 전체를 뿌리째 흔들고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사안이 그의 당선 이전에 이미 제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에게 마지막기대를걸었다는데 있다.
유승민 회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처음 체육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상징하는 경기인주도 체육행정 은 적폐청산과 공정한 스포츠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불과 한달만에 드러난 도덕성과 책임의 민낯은 그 기대가 환상에 불과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IOC 선수위원이라는 직책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공정성과 선수 권익을 대표하는 도덕성과책임의 정점에 있는 자리다. 그런 인물이 자국내 체육행정에서 스스로 절차를 무시하고 개입 하였다면 이는 단지 국내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체육계 전체의 국제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국민적 스타란 단지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이유로 불멸의 면죄부를 받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 받은 사랑은 국민 앞에 더욱 무거운 도덕적 책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 회장의 태도는 지금까지 체육을 위해 희생하고 땀 흘려온 수 많은 체육인들의 명예를 실추 시키고 있으며 공정한 기회를 기대했던 후배 선수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체육은 정치가 아니다.체육은 국민과선수, 지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정의의 무대다. 그런데 지금 체육계가 마주한 현실은 권력과 명분 뒤에 숨은 비겁함이며 이는 지도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자의 책임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승민 회장은 스스로 그 무게를 내려 놓아야 한다. 그것이 체육인 출신 회장으로서 체육계에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책임이며 국민에 대한 유일한 예우다. 더는 침묵도 버티기도 정당화도 안된다. 그가 걸어온 길의 명예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 결단 하기 바란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