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 속 설경구와의 연기 호흡을 전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디즈니+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주연 배우 박은빈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
작중 정세옥과 최덕희는 일반적인 사제관계와는 다른 독특한 구도를 그린다. 박은빈은 이 둘의 관계성에 대해 "본 적 없는 사제관계라는게 핵심 키워드였던 것 같다. 많은 콘텐츠들을 다 본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이런 남녀 사제관계를 보여드린적은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오묘했던 매력을 힘으로 끝까지 밀어붙일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경구는 촬영 현장에서 박은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던 바. 박은빈은 "선배님이 궁금했다. 늘 영화에서만 뵙던 분이었는데 실제로 만나뵌게 이번이 처음이었고 생각보다 이 드라마가 서로만을 얘기하고 서로만을 그리고 있어서 같이있는 기분이 들지만 사실상 같이 붙어있는 신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대면신이 많지 않았기때문에 만나게 되면 촬영하는 동안은 대기기간이 기니까 대기하는 동안 어떤 배우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차에있기도 하는데 선배님은 모니터 뒤에 있더라. 그럴때 아니면 대화나눌 시간이 없으니 버스에서부터 안부를 시작으로 선배님이 인간적으로도 궁금해서 끊임없이 스몰토크를 걸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연기 얘기는 한번도 한적 없다. 연기적으로 잘했다, 못했다, 이런 평가를 해주시는 선배님도 아니고 그 부분이 궁금했지만 직접적으로 말씀을 안해 주실 것 같아서 여쭤보지 않았다. 대신 작품 이야기 많이 하고 사소한 것들을 저도 저에 대해서 선배님께 알려드리고 선배님한테 알고싶은걸 잔뜩 물어봤다. 이를테면 토마토파스타가 좋냐, 크림파스타가 좋냐 하면 '토마토 파스타'라고 답하고. 스피드 퀴즈게임처럼 저는 물음표 살인마가 됐다. 선배님께 '귀찮으면 얘기해달라. 제가 원래는 이런사람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빵이 좋냐, 떡이 좋냐' 이런 걸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은빈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는 설경구의 말에 대해 "선배님과 대화가 필수불가견하다고 느꼈다. 감정도 평범하지 않을 뿐더러 내가 가고있는 방향이 한 목적지로 가는 이 차에 나만 탄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불안이 들 때가 있어서 제일먼저 선배님께 여쭤봤다. 저는 이런 생각하는데 선배님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있는지 물으면서 이야기가 확정돼 갔다"며 "얘기하면서 같이 함께한 배우중에서 단언컨데 가장 대화를 많이 한 배우분이 영광스럽게 선배님이 됐다. 선배님께 '이쯤 되면 앞으로 가장 친한 배우 물으면 선배님 얘기해도 되냐'고 물어서 허락 받았다. 앞으로 가장 친한 배우는 선배님이라고 얘기하고 다닐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였다.
이어 작중 사제관계로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도 설경구에게 배운점이 있는지 묻자 "선배님도 인터뷰에서 얘기하셨겠지만 함부로 조언해주시지 않는 분이다. 정말 그 부분에 있어서 선배님의 배려랄까 인품을 항상 느낄수 있었다.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선배님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배님이 해주신 얘기 중에 기억에 남는건 '누구도 믿지 마라'였다. 그게 다른 의미가 아니라 이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가닿기 전까지 늘 내부적인 평가만 듣기때문에 사실상 실제 평가는 시청자분들께 닿은 이후부터다. 그러니까 '팔이 안으로 굽는 말은 걸러들어라'라는 의미라고 생각이 들었다. 늘상 이게 정말 재미있을지 없을지 괜찮은지 아닌지 지나온 돌다리도 다 두들겨보게 신중하게 배우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연기적인 호흡에 대해서는 "연기 스타일이 같다, 다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선배님과 호흡이 잘 맞았다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리허설때 100%를 쓰지 않고 실제 호흡을 맞부딪히며 맞춰보는 부분에 있어서 선배님도 저도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직관적으로 쓰는 스타일이 비슷했다.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다"며 "저는 선배님의 연기론에 대해서는 감히 말할수 없을 뿐더러 다 알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들마다 접근법이 다르고 대하는 태도가 다 얘기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촬영하면서 서로 에너지를 아낀 상태로 연기를 할수 있다는것. 그래서 결국 시청자분들께는 최상의 상태를 보여드릴수 있었다는게 굉장히 좋은 호흡이자 좋은 파트너였다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나는 장면마다 다 희열이 있었다. 물론 세옥 자체가 기성세대에게 몹시 저항하는 어린 사람 같은 느낌이라 그런 관계성에서 오는 새로움도 있었지만 김선희 작가님이 써주신 어떻게 하면 돌발적인 대사 할수있을까 하는 포인트가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많아서 호흡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늘 재밌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특히 작품 내에서 세옥이 덕희의 목을 조르거나 우산으로 폭행하는 등 폭력적인 장면들에 대해 박은빈은 "대사나 리허설을 전력으로 하진 않았지만 그런 동작이 들어가는 부분은 타이밍이나 때리는 부위 이런게 중요했고 조심해야하지 않나. 그런 부분들은 확실하게 합을 맞춰나갔던 것 같다. 우산으로 때리는 건 선배님이 굉장히 즐거워하셨다. '어떻게 제자가 스승을 때려, 이런 제자가 어딨어' 분개하면서도 속이 후련하다고 재밌어 해주신것 같아서 저도 마음껏 했다. 제가 언제 설경구 선배님의 멱살을 잡아보고 우산으로 때려보겠냐. 마음은 박은빈으로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세옥으로서 신나게 덕희를 향해 분풀이를 할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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