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행을 찍었다.
한국은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프린스 압둘라 알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타지키스탄과의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8강에서 1-2로 뒤진 정규 시간 막바지 타임에 터진 김지성의 동점골로 2-2로 90분을 마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앞서면서 4강행을 확정했다.
이번 U-17 아시안컵은 오는 11월 열리는 U-17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을 겸한다. 올해부터 출전국가가 24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었다. 앞서 1차전 인도네시아에 0-1로 패하긴 했으나 무사히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월드컵 티켓은 이미 확보한 상황.

타지키스탄과 승부도 쉽지 않았지만 승부 차기 끝에 살아남으면서 4강에 오르게 됐다. 상대는 사우디 아라비아다. 사우디는 8강서 일본을 제압하고 합류했다.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지난 2002년 아랍에미리트 대회(UAE)다. 직전 2023년 태국 대회에서 변성환호가 결승까지 갔으나 일본에게 패배했다.
만약 한국이 우승한다면 23년 만에 성공하는 것. 한국이 만약 4강서 사우디를 꺾는다면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북한의 승자와 격돌한다. 두 팀 모두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는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팀이기에 여전히 남은 여정도 험넌하다고 볼 수 있다.
전반 초반 치고 나간 팀은 한국이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김예건이 좌측면을 허물었다. 날카롭게 올려진 크로스는 수비진 실수로 흘렀고, 박병찬이 쇄도하며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위협적인 슈팅이었지만, 라흐몬쿨로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차츰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측면을 통한 공격 전개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단 이번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도 골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반 21분 박병찬이 박스 외곽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전반 39분에는 김도연의 코너킥을 정희섭이 머리로 연결했지만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전반은 그대로 0-0으로 끝났다.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백기태 감독은 김지혁 대신 정현웅을 투입했다. 타지키스탄도 후반은 전반과 달리 차츰 역습을 노리기 시작했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후반 21분 박병찬, 박서준을 빼고 김지성, 장우식을 투입했다.
이 카드가 통했다. 후반 22분 김지성이 아예 우측면을 돌파하면서 프리한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정현웅이 날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해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말 그대로 교체 카드의 힘이 나온 상황.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28분 임예찬이 박스 밖에서 잡은 볼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VAR)이 발목을 잡았다. 직전 장면에서 김지성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며 골은 취소되면서 2-0으로 앞서갈 기회를 노렸다.
역시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 것일까. 2-0으로 앞서 나갈 기회를 놓치자 한국은 후반 38분 수비가 순식간에 집중력을 잃으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오딜조다의 슈팅이 빗맞은 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혼전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골문 앞 나즈리예프가 마무리하면서 동점골을 터트렸다.

여기에 재차 수비 실수가 나왔다. 특히 수비진의 골처리가 아쉬웠다. 후반 40분 상대 압박에 한국은 수비 진영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이를 가로챈 나즈리예프가 뒤로 내준 패스를 이브라힘조다가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가르면서 순식간에 스코어가 1-2로 뒤집혔다.
그래도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크로스 상황에서 상대가 박스 안쪽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주심이 한참 동안 VAR 판독에 들어간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결국 키커로 나선 김지성이 동점골에 성공하며 2-2로 정규 시간이 마무리됐다.
승부 차기는 안정적이었다. 타지키스탄의 2번 키커 라함조다의 킥을 박도훈이 안정적으로 막아낸 상황에서 한국의 5번 키커까지 모두 성공시키면서 5-3으로 승부차기 승리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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