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는 1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32라운드 울버햄튼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배했다.이로써 토트넘은 승점 37점(11승 4무 17패)에 그치면서 리그 15위에 머물렀다. 이제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5)와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리그 4연승을 달린 울버햄튼은 승점 35점(10승 5무 17패)을 기록하며 골 득실에서 웨스트햄을 제치고 16위로 올라섰다. 다음 라운드에서 토트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토트넘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전반 2분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라얀 아이트누리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전반 38분 비카리오가 마셜 무네치의 헤더를 쳐낸다는 것이 스펜스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후반 14분 텔의 만회골로 한 골 따라잡았다. 하지만 불과 5분 만에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에게 또 실점하며 다시 2골 차로 끌려갔다. 로메로가 후방에서 황당한 실수로 공을 내준 게 치명적이었다.
양 팀이 또 득점을 주고받았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히샬리송이 흘러나온 공을 머리로 다시 밀어넣으며 끝까지 추격했지만, 또 실수에 발목을 잡혔다. 루카스 베리발이 중원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면서 불과 1분 만에 마테우스 쿠냐에게 4번째 골을 헌납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2-4 완패로 막을 내렸다. 최근 리그 6경기에서 1승에 그치면서 심각한 부진을 이어가게 된 토트넘이다. 특히 경기 내내 대형 실수를 연발하며 자멸한 점이 뼈아팠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우리가 꽤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몇 골이나 내줬다. 오늘은 개인 실책 때문에 졌다. 실망스럽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팀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손흥민의 부재가 아쉬웠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경기 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발에 충격을 입었다. 그래서 조금 조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팬들은 손흥민의 명단 제외 소식을 반겼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 "드디어 손흥민이 빠졌다", "손흥민이 빠지다니 이기겠네" 등의 충격적인 댓글을 남겼다. 그는 최근 17경기에서 페널티킥 1골만 기록하면서 무수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토트넘 팬들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손흥민 대신 왼쪽 공격수로 나선 텔은 상대 수비 실수 덕분에 한 골 넣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원톱을 맡은 솔란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토트넘은 공 점유율 62%를 기록하고도 슈팅 11개에 그치며 무릎 꿇었다. 기대 득점(xG)에서도 1.88대2.44로 울버햄튼에 밀렸다. 어느덧 리그 17패째. 이대로라면 PL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최다 패배 기록 (2003-2004시즌 19패)을 새로 쓸 위기다.
일단 다가오는 프랑크푸르트전에선 손흥민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토트넘은 오는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8강 2차전 프랑크푸르트 원정 경기를 치른다. 1차전에선 2-2로 비겼기에 준결승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울버햄튼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목요일에 뛰어야 할 거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충격을 입었고, 오늘 경기에 동행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관리해줬다. 그가 바라건대 목요일 밤 경기에 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라며 손흥민의 출격을 예고했다.
UEL은 올 시즌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지막 희망이다. 최악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UEL 우승뿐이다. 지금까지는 잊고 싶은 시간들이었지만, 17년 만의 무관 탈출을 일궈낸다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가능하다.
만약 토트넘이 프랑크푸르트에 패해 탈락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질을 피하기 어렵다. 토트넘 보드진은 이제 인내심을 잃었으며 우승하지 못하는 한 그를 해고하고 새로운 감독을 데려올 계획이다. 이미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과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 올리버 글라스너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 등이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게리 리네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전히 토트넘 경기를 즐기지만 엔지(포스테코글루)에게는 그 감독이라는 자리의 압박감이 큰 것 같다"라면서 "물론 팀이 처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연패에 시달리고 힘겨워하는 것은 알겠다. 그럼 불평도 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리네커는 "감독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감독으로 일의 일부다. PL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험대이다. 그가 잘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지보면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기 싫다. 감독이라면 불평 불만만 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나 똑바로 해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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