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뱅상 콤파니 감독도 토마스 투헬 감독과 같은 선택을 내릴까?"
'괴물 수비수'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그는 벌써 반 년이나 부상을 안고 뛰고 있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콤파니 감독의 대표작'으로 부활했던 김민재가 '투헬 감독의 악몽'이라는 오명을 썼던 시절로 돌아갈 위기라는 평가다.
바이에른 뮌헨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데어 클라시커'에서 2-2로 비겼다.
바이에른으로선 같은 라운드 2위 레버쿠젠이 우니온 베를린과 무승부를 거뒀기에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바이에른도 안방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우승 경쟁에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이제 분데스리가는 5경기가 남은 상황. 바이에른은 승점 69(21승 6무 2패)에 머무르며 레버쿠젠(승점 63)과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양 팀은 여전히 6점 차다.


이날 김민재는 어김없이 선발 출전하며 에릭 다이어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위기를 몇 차례 차단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전반 39분엔 율리안 뤼에르손에게 공을 뺏기며 위험을 자초했다가 태클로 만회하기도 했다.
사고가 터졌다. 김민재는 후반 3분 상대 공격수 막시밀리안 바이어의 움직임을 놓치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는 6분 뒤 하파엘 게헤이루와 교체됐다. 지난 시즌 토마스 투헬 감독 밑에서 경기 도중 교체된 뒤 벤치로 밀려났던 기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독일 현지 언론의 반응은 냉정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김민재의 붕괴와 그 결과: 이제 콤파니도 투헬과 같은 선택을 내릴까?"라는 제목의 기사로 김민재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주전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도르트문트와 맞대결에서 부진했다. 올 시즌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다. 콤파니는 그의 위치 선정 실수를 보고 즉시 교체했고, 막스 에베를 디렉터는 경기 종료 후 공개적으로 김민재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인터 밀란과 중요한 경기에서 벤치에 앉을 위기일까?"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올 시즌 콤파니 감독 체제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 투헬 감독의 신뢰를 잃으며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 대신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새로운 주전 수비 조합으로 떠올랐다.
특히 김민재는 레알 마드리드와 UCL 준결승 1차전에서 대형 실수를 두 차례나 저지르며 고개를 떨궜다. 투헬 감독도 "김민재는 너무 탐욕스러웠다"라고 공개 저격하면서 그를 2차전 벤치에 앉혔다. 결과적으로 바이에른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악몽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 투헬 감독이 떠나고 콤파니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콤파니 감독은 넓은 뒷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발이 느린 다이어는 벤치 신세가 됐고, 더 리흐트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김민재는 우파메카노와 합을 맞추며 콤파니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그는 이따금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으로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며 콤파니의 대표작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나폴리 시절 괴물 김민재가 드디어 부활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킬레스건 문제를 안고 뛰었고, 한국 대표팀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며 혹사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3월 A매치를 앞두고 쓰러졌으나 동료들의 줄부상으로 오래 쉬지도 못했다.
김민재는 A매치 휴식기 직후 열린 장크트 파울리전부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올 시즌 출전 시간은 41경기 3483분에 달한다.
이 때문일까. 김민재는 최근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우려를 사더니 도르트문트전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자 콤파니 감독은 선제골 직후 김민재를 빼고, 왼쪽 수비수 요시프 스타니시치에게 센터백을 맡겼다. 전문 센터백이 아니라 풀백인 스타니시치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

스카이 스포츠는 콤파니 감독이 17일 열리는 인테르와 UCL 8강 2차전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김민재는 세리에 A 최고의 수비수였고, 5000만 유로(약 812억 원)의 이적료로 뮌헨에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를 '몬스터'라고 불렀다. 강력한 태클, 빠른 속도, 뛰어난 위치 선정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에른 팬들은 이 모습을 조금밖에 보지 못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뒤 자신의 기량과 명성 면에서 크게 뒤처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민재는 부진한 데뷔 시즌을 보냈지만, 용서받았다. 그가 새로운 축구 수준에 익숙해져야 하며 독일 문화 외에도 클럽과 팀을 더 잘 알아가야 한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김민재는 두 번째 시즌에도 기대한 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더 리흐트가 떠난 뒤 우파메카노가 수비 리더를 맡았고, 다치기 전까지 수비진을 안정적으로 지켰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민재는 공격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다가도 한 번씩 나오는 실수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그는 이번 시즌 리그와 UCL에서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수를 6번이나 범했다. 이는 5번째로 많은 수치다.
바이에른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도 김민재에게 혹평을 내렸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김민재는 공을 향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에서 멀어졌다. 그는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김민재의 수비를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는 에베를 디렉터까지 부상 투혼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실수였다. 김민재는 상대를 놓쳤다. 그때까지는 세루 기라시를 상대로 아주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는 실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민재 역시 시즌 막바지에 다른 모든 선수들처럼 100%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출전시킬 수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엔 김민재가 탈락 위기에 몰린 바이에른을 구해내고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바이에른은 UCL 8강 1차전에서 1-2로 패했기 때문에 인테르를 무조건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선발 기회가 오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철벽 수비로 실수를 만회해야 하는 김민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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