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인데 월드컵 64개국 참가하자"vs"너네 혹시 중국 때문에 그래?" 참가국가 수로 의견 나뉜 국제축구계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04.14 16: 10

2030년 FIFA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자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의 제안이 국제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남미의 주장에 유럽과 아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FIFA 내 갈등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중국 '소후닷컴'은 "CONMEBOL 회장 알레한드로 도밍게스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80차 총회에서 FIFA에 월드컵 참가국을 현행 48개국에서 64개국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도밍게스 회장은 "월드컵 100주년은 전 세계가 함께 축하해야 할 축제다. 더 많은 국가가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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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과 아프리카의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고, 개막전을 포함한 일부 경기는 남미(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열린다. '3개 대륙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을 갖는 만큼, FIFA도 형식적인 확대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신사 'AFP'와 '로이터', 'AP' 등은 "우루과이축구협회 이그나시오 알론소 회장이 지난달 FIFA 평의회에서 최초로 64개국 체제를 제안했고,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가 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라고 전했다.
FIFA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회 확대에 따른 수익 증가와 글로벌 마케팅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부 분위기는 '찬성'에 가깝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판티노 회장 역시 "출전국 확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오는 5월 FIFA 총회에서 이 안건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확장에 가장 크게 기대를 거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언론들은 "64개국 체제가 도입된다면 중국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90%를 넘어선다"라며 반색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단 한 차례 출전 이후 번번이 본선 진출에 실패해왔고, 이번 안건은 중국 입장에선 '희소식'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출전을 위해 FIFA가 규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은 전면 반발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은 최근 세르비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출전국을 64개국으로 늘리는 것은 매우 나쁜 발상이다. 예선의 의미가 퇴색되고, 대회의 질과 상징성이 훼손될 수 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도 48개국 체제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라며 확대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마찬가지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FC 총회에서 "이미 2030년 대회는 48개국 체제로 확정됐다. 지금처럼 계속 참가국 수를 흔들게 되면, 머지않아 132개국 확대 요구도 나올 수 있다. 혼란을 자초하는 제안엔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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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출전국이 많아지면 대회 일정이 길어지고, 시차와 장거리 이동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부상 위험 증가와 소속 구단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회 전체의 경기력 수준 하락도 현실적인 문제다.
무엇보다도, 아직 48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월드컵조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대회가 그 첫 무대가 될 예정이다. 미완성 시스템을 더 확장하자는 주장 자체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밍게스 회장은 "우리는 100주년을 단 한 번만 기념할 것이기에, 더 많은 나라가 함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제축구계는 그 열망만으로 수많은 복잡성을 덮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FIFA가 과연 '축제의 확대'를 선택할 것인지, '균형과 질 유지'를 선택할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5월 총회로 쏠리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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