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은 없어도 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토트넘이 손흥민이 빠진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무너졌다.
토트넘 홋스퍼는 1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32라운드 울버햄튼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37점(11승 4무 17패)에 그치면서 리그 15위에 머물렀다. 이제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5)와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반면 리그 4연승을 달린 울버햄튼은 승점 35점(10승 5무 17패)을 기록하며 골 득실에서 웨스트햄을 제치고 16위로 올라섰다. 다음 라운드에서 토트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마티스 텔-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파페 사르-이브 비수마, 제드 스펜스-벤 데이비스-크리스티안 로메로-아치 그레이,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먼저 출격했다.

손흥민은 발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팀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그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경기 전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발에 충격을 입었다. 그래서 조금 조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충격적이게도 몇몇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명단 제외 소식을 반겼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 "드디어 손흥민이 빠졌다", "손흥민이 빠지다니 이기겠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그가 없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폄하였다.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과 함께 부진에 빠지며 무수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BBC'는 "해리 케인과 달리 손흥민의 영향력은 그의 속도가 떨어짐에 따라 약해지고 있다. 그는 최근 17경기에서 단 1골만 넣었다. 그마저도 홈에서 본머스를 상대로 넣은 페널티킥이었다.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도 "토트넘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할 때가 됐다. 그는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자신을 토트넘 레전드로 만들어준 폭발력과 득점 감각이 사라진 게 분명하다"라며 "손흥민의 경험이 정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 레전드라는 지위가 윌손 오도베르나 텔의 민첩함과 속도보다 더 중요할까? 손흥민의 자리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막상 손흥민이 없으니 와르르 무너졌다. 경기 시작 85초 만에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라얀 아이트누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출발했다. 이는 울버햄튼 구단 역사상 PL 기준 최단 시간 득점이었다. 여기에 토트넘은 전반 38분 비카리오가 마셜 무네치의 헤더를 쳐낸다는 것이 스펜스 몸에 맞고 자책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토트넘은 후반 14분 텔의 만회골로 한 골 따라잡았다. 하지만 불과 5분 만에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에게 또 실점하며 다시 2골 차로 끌려갔다. 로메로가 후방에서 황당한 실수로 공을 내준 게 치명적이었다.
양 팀이 또 득점을 주고받았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히샬리송이 흘러나온 공을 머리로 다시 밀어넣으며 끝까지 추격했지만, 또 실수에 발목을 잡혔다. 루카스 베리발이 중원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면서 불과 1분 만에 마테우스 쿠냐에게 4번째 골을 헌납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2-4 완패로 막을 내렸다. 최근 리그 6경기에서 1승에 그치면서 심각한 부진을 이어가게 된 토트넘이다. 특히 경기 내내 대형 실수를 연발하며 자멸한 점이 뼈아팠다. 영국 '풋볼 런던'도 토트넘이 '재앙 같은' 실점을 4번이나 허용했다고 꼬집했다.


불안한 후방도 문제였으나 공격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손흥민 대신 왼쪽 공격수로 나선 텔이 상대 수비 실수 덕분에 한 골 넣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원톱을 맡은 솔란케도 침묵했다.
결국 토트넘은 공 점유율 62%를 기록하고도 슈팅 11개에 그치며 무릎 꿇었다. 기대 득점(xG)에서도 1.88대2.44로 울버햄튼에 밀렸다. 어느덧 리그 17패째. 이대로라면 PL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최다 패배 기록 (2003-2004시즌 19패)을 새로 쓸 위기다.
토트넘의 마지막 희망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이다. 토트넘은 오는 18일 UEL 8강 2차전 프랑크푸르트 원정 경기를 치른다. 1차전에선 2-2로 비겼기에 준결승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프랑크푸르트전에선 손흥민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울버햄튼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목요일에 뛰어야 할 거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충격을 입었고, 오늘 경기에 동행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관리해줬다. 그가 바라건대 목요일 밤 경기에 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라며 손흥민의 출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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