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네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민성(37)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지난해 6월 이후 좀처럼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외면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김민성은 비로소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기존 내야진의 부상과 부진으로 오랜만에 1군에 올라온 김민성은 곧바로 팀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김민성은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면서 팀의 활력소가 됐다. 12경기 타율 2할8푼3리(46타수 13안타) 1홈런 10타점 OPS .72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뒤늦게 1군에 올라왔지만 레이예스(12타점)에 이어 팀 내 타점 2위다.

지난 6일 사직 두산전에서 시즌 첫 홈런 포함해 4타점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12-15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11일 사직 NC전에서는 승리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1회 2사 만루에서 좌선상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1회 황성빈의 안타와 고승민의 2루타, 나승엽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레이예스와 정훈이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나 2사 만루가 됐다. 되려 부담감이 증폭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김민성은 해결사로 나서면서 리드를 안겼다.
이후 김민성은 3회 좌전안타, 6회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3안타 경기를 기록한 것은 1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7월 3일 잠실 LG전(6타수 3안타 1홈런) 이후 처음이다.
승부의 균형추를 가져오는 1회, 싹쓸이 2루타 순간에 대해서 “앞에서 해결이 안 되면서 부담스러운 타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편하게, 똑같이 들어가서 타이밍 맞췄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그래도 1회가 어려울 수 있었는데 득점을 하면서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롯데는 이날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원정팀 자격으로 소화했다. 창원 NC파크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로 경기장이 바뀌어 진행됐다. 김민성은 “색달랐다. 청백전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일단 구장은 그대로니까 익숙했다”고 감정을 전했다.
김민성이 스리런 홈런으로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쳤던 지난 6일 두산전 혈전이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김민성은 9-7로 앞선 7회 스리런 홈런을 쳤다. 쐐기포가 되는 느낌이었지만 롯데는 5점을 지키지 못했다. 김민성도 주인공이 되고 롯데도 도파민 넘치는 승리의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역전패를 당했다.
김민성은 “이게 야구라고 생각한다. 지금 계속 잘 맞은 타구들이 잡히고 하는데, 똑같이 하려고 한다”며 “이게 야구고 제가 잘 쳐서 이기면 좋은데 못 치는 날에도 이기면 좋은 것이다. 제가 못 치는 날에도 수비나 다른 쪽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게 선수들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롯데의 시즌 출발은 썩 좋지 않다. 7승 9패 1무, 아직 5할 승부를 못 하고 있다. 김민성은 베테랑으로 들쑥날쑥한 팀의 상황을 정리하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연패에 빠졌을 때에도 선수들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거기에 맞게 하려고 한다. 선수들도 연패에 빠졌다고 얽매이지 말고 지금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면서 하려고 노력 중이고 또 선수들에게 주문도 한다”고 말했다.
팀의 연령대가 많이 어려진 상황에서 김민성 같은 베테랑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그는 “베테랑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하다. 안 될 때, 옆에서 해야 할 플레이들이나 수비 나가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얘기를 한다”며 “자꾸자꾸 얘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도 기억하고 몸이 반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수들이 잔소리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소망과 바람을 전했다.
그래도 1년 전과 달리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는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나도 편해진 것 같다”며 “왜냐하면 어린 친구들도 주전으로 계속 나가면서 상황을 어느 정도 읽을 줄도 알고 볼 줄도 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전민재 이호준 등 젊은 내야수들과의 경쟁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에는 언제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너지가 나면 팀 적으로 좋은 것이다”며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나는 저 나이때 어떻게 했을까 집에 가서 생각하는데, 나는 저렇게 못했던 것 같다. 능력 좋은 친구들이고 미래도 기대된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 있다”고 덧붙이며 시너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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