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롤챔스] ‘조커픽 다이애나, 전혀 문제 없어’…함정 빠진 농심, 사냥 성공한 젠지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5.04.12 01: 43

불과 2주도 소화못한 상태인 지난 11일 ‘2025 LCK 정규시즌’에서 멸망전과 전승 팀끼리 격돌이 있었다. 식전 순서인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으로 열린 멸망전을 브리온이 웃은 가운데, 본 순서인 농심과 젠지의 격돌은 노련한 젠지가 웃었다.
결과만 따지만 단지 승패가 갈렸을 뿐이지만, 안에 담겨진 경기를 읽어보면 두 팀 사령탑의 치열한 수싸움이 담겨있었다. 기존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조커픽’은 쉽게 간파 당해 불구덩이에 뛰어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젠지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정규시즌 1라운드 농심과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1, 2세트 도합 단 8데스만 허용한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린 젠지는 3승 무패 득실 +5로 공동 1위로 순위표 최상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3연승을 노리던 농심은 시즌 첫 패배(2승 1패 득실 +2_를 당하면서 4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경기 후 양팀 사령탑의 태도는 극명했다. 준비한 밴픽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에 부글거렸던 박승진 농심 감독에 비해 덫에 걸린 상대를 실수없이 요리한 김정수 젠지 감독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나온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명확하게 양측의 명암이 갈렸다.
관심을 끌었던 개막 3연승 대결에서 보기 좋게 셧아웃 낙승을 거둔 김정수 감독은 “농심의 기세가 좋아서 걱정했던 경기였는데, 좋은 경기력으로 2-0으로 승리해 기분 좋다”라고 환하게 웃으면 승리를 기뻐했다.
지난 경기였던 LCK컵 당시 젠지를 벼랑 끝까지 몰았던 농심의 경기력을 기대하고 지켜봤던 경기였지만, 농심은 1세트부터 젠지가 짜놓은 함정에 제대로 빠졌다.
블루 사이드로 진영을 선택한 젠지가 밴 1페이즈에서 바루스 세주아니 럼블을 제외하자, 농심은 칼리스타 바이 제이스를 금지하면서 상체 OP 그웬 신짜오 아지르가 모두 풀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젠지가 1픽을 그웬으로 선택한 이후 뒤를 이어 신짜오와 아지르로 상체를 완성했으나, 농심은 두 챔프를 고를 수 있던 픽 1페이즈 첫 순서를 나리피와 아리를 골랐다. 조커픽 다이애나를 마지막 5픽으로 택했지만, 김정수 감독은 이미 농심의 탑을 다이애나로 예상하고 있었다. 준비된 덫에 걸린 농심의 탑 다이애나는 3분 만에 그웬에게 요리 당하며 그 의미를 잃고 말았다.
김정수 감독은 “밴픽 회의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1세트 탑 그웨을 했는데 다이애나를 상대 픽으로 예상했었다. 여기에 킹겐 선수가 솔로랭크에서 많이 연습해서 다이애나를 배제하는 것보다 티어 대로 밴을 해 다이애나를 상대하는 걸로 사전에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경기 후 OSEN과 만난 젠지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 역시 다이애나를 예측했다고 밝혔다. 김기인은 “예상했지만, 막상 경기에서 부딪혀보기는 처음이라 밴픽이 끝나고 살짝 당황하기는 했다.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구도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초반 라인전 킬이나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1세트 밴픽을 진행하던 상황과 배경을 말했다.
여기에 김정수 감독은 LCK컵까지 팀에 녹아들지 못했던 서포터 ‘듀로’ 주민규의 성장을 반가워했다. 물론 활약이 단 세 경기 불과하다고 말을 아꼈지만, 김정수 감독은 번뜩이는 플레이로 2세트 초반 ‘지우’ 정지우의 제리의 점멸 소진을 끌어냈던 ‘듀로’의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듀로 선수는) 세 경기 내내 좋은 폼을 보여준 건 반갑지만, 아직 너무 초반이다. 세 경기 밖에 안해서 더 지켜봐야 한다. ‘너무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남은 경기가 많다. 그래도 (LCK컵 당시보다) 폼이 올라온 건 당연히 긍정적이다. 칭찬해주고 싶다.”
젠지의 준비된 대비책에 휘말리면서 호되게 시즌 첫 패배를 당했던 농심 박승진 감독은 “이런 경기력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 밴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해볼만한 밴픽이라 생각해서 추천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이 나와 죄송스럽다”며 당황했다.
지난 2024년 2024 LCK 스프링 시즌 우승에 이어 MSI 우승까지 해냈을 때 젠지는 가히 무적함대의 모습이었다. 2025년은 단일 시즌에 MSI 선발전, 뒤를 이어 MSI와 EWC, 가을에 열리는 롤드컵까지 갈 길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김정수 감독은 긴 호흡으로 달려야 할 2025년을 농심전을 준비했던 것과 같이 잘 준비해 치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라운드 농심전은 단 한 경기지만 이와 같이 계속 젠지의 경기력을 입증한다면 젠지의 2025년은 기대될 수 밖에 없다. / scrapp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