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 홋스퍼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냉혹한 평가다. '캡틴' 손흥민(33)이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아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BBC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 홋스퍼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이 승리를 좇는 상황에서 공격수 손흥민을 교체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클럽 아나운서가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불렀던 프랑크푸르트와 경기에서 10대 마티스 텔과 교체됐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같은 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8강 1차전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1-1로 비겼다.
홈에서 기선제압에 실패한 토트넘. 이제 토트넘은 탈락을 피하기 위해선 다음주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18일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서 펼쳐진다.


손흥민은 어김없이 선발 출전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로드리고 벤탄쿠르-루카스 베리발,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발로 나섰다.
프랑크푸르트는 4-2-3-1로 맞섰다. 위고 에키티케, 나다니엘 브라운-마리오 괴체-장 마테오 바오햐. 휴고 라르손-엘리스 스키리, 아르튀르 테아트-투타-로빈 코흐-라스무스 크리스텐센, 카우앙 산투스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킥오프 6분 만에 프랑크푸르트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비 진영에서 매디슨의 공을 뺏어내며 역습에 나섰고, 빠르게 최전방 에키티케에게 롱패스를 뿌렸다. 에키티케는 주춤주춤 치고 들어오면서 포로를 제쳐내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이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6분 매디슨이 박스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골문 앞으로 패스했다. 이를 포로가 감각적인 백힐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토트넘이 안방에서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프랑크푸르트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좀처럼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10분 베리발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이 골대 모서리를 때렸고, 2분 뒤 벤탄쿠르의 헤더까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34분 손흥민을 포함한 3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종료 직전 반 더 벤의 헤더까지 산투스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토트넘으로서는 아쉬운 결과. 특히 손흥민의 침묵이 지적되고 있다. 이날 그는 약 79분간 슈팅 2회, 기회 창출 2회, 박스 내 터치 5회, 드리블 성공 0회(시도 2회)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처구니없게 벗어나는 크로스로 프리킥 기회를 놓쳤고, 날카롭게 감아찬 슈팅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을 향해 혹평을 쏟아냈다. '풋볼 런던'은 "후반 초반 좋은 슈팅 외에는 주장으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평점 5점을 줬다.
'골닷컴'은 "만약 포스테코글루가 이 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다면, 손흥민에게 수비수를 상대로 드리블하지 말라고 지시했을 것이다(혹은 그래야 했다). 너무 쉽게 공을 뺏겼고, 결정적인 지역에서는 좀처럼 위협적이지 않았다"라며 평점 4점을 매겼다.


BBC의 니자르 킨셀라 기자도 손흥민의 부진을 지적했다. 그는 "손흥민을 텔로 교체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정은 전적으로 옳았다. 그는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고전했기 때문"이라며 손흥민을 빼는 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킨셀라는 "올 시즌 손흥민을 보면 그는 예전만큼 빠르지 않거나 날카로워 보이지 않는다. 득점하기 위해 수비 뒤로 침투하거나 공을 빠르게 반 야드(45cm)만큼 치는 걸 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경기 후 토프뮐러 감독도 약간은 행운이 따랐다면서도 "우린 토트넘 윙어들을 거의 완전히 통제했다"라며 손흥민을 잘 틀어막았다고 자평했다.
손흥민은 이날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이제 1882년 토트넘이 창단된 이래로 그보다 많은 유럽대항전 경기를 뛴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킨셀라는 "손흥민이 토트넘 레전드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유럽대항전 통산 67번째 출전 기록을 세우면서 해리 케인과 함께 클럽의 최다 출장 공동 1위에 올랐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다. 킨셀라는 "그러나 케인과 달리 손흥민의 영향력은 그의 속도가 떨어짐에 따라 약해지고 있다. 그는 최근 17경기에서 단 1골만 넣었다. 그마저도 홈에서 본머스를 상대로 넣은 페널티킥이었다.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킨셀라가 언급했듯 손흥민은 모두가 인정하는 토트넘의 전설이다. 그는 지난 2015년 바이어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뒤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 7번 유니폼을 입고 451경기에서 173골 96도움을 터트렸다.
앞서 토트넘 팬 커뮤니티 '투 더 레인 앤 백'도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로 충성스러운 하인이었다. 전설이라는 단어는 축구계에서 너무 쉽게 사용되지만, 토트넘 7번은 클럽의 전설이자 클럽 역사상 최고의 선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은 모든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토트넘 위해 매주 활약하고 있다"라고 짚은 바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햄스트링 부상과 노쇠화로 고전한 데다가 전술적으로 골대에서도 멀어지면서 리그 7골 10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토트넘도 리그 31경기에서 16번이나 패배하며 1977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가오는 여름이 손흥민과 토트넘 양측에 중요한 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만에 결별할지 혹은 은퇴할 때까지 동행을 이어갈지 판가름 날 타이밍이다. 영국에서도 이제는 손흥민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차츰 커지고 있다. BBC까지 손흥민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만큼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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