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8)이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야시엘 푸이그(35·키움 히어로즈)를 잠재우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첫 타석 전에 서로 인사를 나누며 존중과 우정을 보였지만 승부는 냉정했다.
류현진은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화의 12-2 대승을 이끌었다. 한화는 시즌 첫 3연승으로 7승10패가 되며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시즌 4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신고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3.18에서 2.35로 낮췄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했다.
앞서 3경기에서 두 번의 퀄리티 스타트 포함 평균자책점 3.18로 잘 던진 류현진은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17이닝 동안 한화 타선이 총 3득점에 그쳤다.
시즌 초반 극도의 침체를 겪은 한화 타선은 주중 잠실 두산전에서 각각 12안타 5득점, 9안타 5득점, 13안타 7득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팀도 상승 무드로 전환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 역시 이날 경기 전 “그동안 류현진 선수가 승운이 없었는데 우리 타자들이 보답해야 할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살아난 타선이 류현진을 도와주길 바랐다.

그 바람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한화 타선이 1회말부터 문현빈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고, 2회말에도 심우준과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연이어 적시타 치면서 초반부터 3득점을 지원했다. 류현진의 투구도 안정적이었다. 4번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출산 휴가를 위해 미국에 가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고, 이주형(발목)과 최주환(종아리)도 나란히 부상으로 결장한 키움의 젊은 타선이 류현진의 관록을 당해내기 어려웠다.
1회초 시작부터 송성문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 잡고 시작한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 6년을 함께한 푸이그와 한국에서 첫 대결했다. 다저스 소속이었던 2019년 5월20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6년 만에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푸이그를 만난 류현진은 서로 모자챙을 잡고 눈인사를 나눴다.
정겨움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초구부터 직구를 몸쪽 깊게 찔러넣은 류현진은 2구째 직구도 몸쪽으로 붙였다. 푸이그의 파울. 이어 3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진 체인지업을 푸이그가 골라냈고,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쳤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가면서 류현진이 이겼다.

다음 타자 박주홍을 초구 유격수 땅볼로 잡고 공 6개에 삼자범퇴 요리한 류현진은 2회초에도 김건희를 2루 땅볼, 김웅빈을 3루 내야 뜬공, 장재영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삼자범퇴했다. 3회초에는 전태현을 유격수 땅볼, 오선진을 2루 땅볼 처리했다. 임병욱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8타자 연속 퍼펙트가 깨졌지만 송성문을 중견수 뜬공 아웃시키며 무실점 행진.
4회초 선두타자로 푸이그를 다시 만났다.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2구째 직구로 우익수 뜬공 아웃시켰다. 이어 박주홍을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류현진은 김건희에게도 1~2구 연속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4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또 3타자로 이닝을 끝냈다.
5회초에는 김웅빈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이날 경기 첫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장재영에게 몸쪽 낮게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은 뒤 김웅빈을 1루 땅볼 유도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오선진을 몸쪽 직구로 루킹 삼진 잡고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6회초에도 임병욱을 유격수 땅볼, 송성문을 2루 땅볼 처리한 뒤 푸이그를 이날 경기 마지막 타자로 잡았다. 8구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푸이그는 파울 커트만 3번을 했다. 6구째 몸쪽 커브에 좌측으로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날리기도 했지만 류현진의 8구째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첫 맞대결을 했을 때도 류현진이 병살타 하나 포함 땅볼 아웃 3개를 유도하며 3타수 무안타로 푸이그를 제압했는데 이날 대결 역시 류현진의 3타수 무안타 1삼진 완승이었다. 푸이그는 류현진이 내려간 뒤 8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팀이 5-0으로 앞선 7회초 이닝 시작부터 박상원에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총 투구수 88개로 마쳤다. 최고 시속 146km, 평균 143km 직구(49개) 중심으로 커브(19개), 체인지업(12개), 커터(7개), 슬라이더(1개)를 고르게 던졌다. 평소보다 커브를 더 많이 활용하며 키움 젊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시즌 최다 17안타 12득점을 폭발한 한화 타선 지원까지 이뤄지며 최고의 하루가 됐다.

경기 후 류현진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경기(5일 대구 삼성전)에서 패전이 안 된 것이 좋은 방향으로 이어져 오늘 이길 수 있었다"며 "타선이 아무래도 선취점을 낸 이후 바로 추가점이 나와서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구종의 제구가 괜찮아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스피드가 예전만큼 빠르게 나오지 않아서 최대한 코너코너로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푸이그와 맞대결 질문에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맞대결이기도 했고, 그냥 좋았다. 오랜만에 보니 좋았다"며 웃은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같은 팀에 오래 있었고, 친했던 선수와 (한국에서) 맞대결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최대한 안 맞으려고 집중했다. 첫 타석에 조금 강한 타구가 나와 다음 타석부터 더 집중하려고 했다. 3번째 타석은 길게 승부했지만 결과가 삼진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 장난기가 넘치는 푸이그이지만 이날은 무척 진지했다. 류현진이 첫 타석 우익수 뜬공을 잡은 뒤 덕아웃으로 향하는 푸이그를 슬쩍 바라봤지만 푸이그는 외면했다. "첫 두 타석에 플라이 치고 나서 쳐다보거나 할 줄 알았는데 안 쳐다보더라"며 웃은 류현진은 "오늘은 (선발등판 날이라) 경기 전 만나서 얘기하지 못했지만 내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푸이그와 12일 경기 전 만남을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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