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가 경기 후 김경문 감독에게 사과했다. 팀의 연승을 이끌었지만 마운드 위에서 완강하게 교체 거부한 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와이스는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 7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한화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94개의 공을 던지며 8회 2사까지 두산 타선을 봉쇄했고,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7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치던 와이스는 8회 추재현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어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교체 없이 내려갔다. 다음 타자 박계범을 1루 땅볼, 김기연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은 뒤 양상문 코치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러자 와이스가 마운드 위에서 손을 내저으며 완강하게 교체 거부를 했다. "노(No)"를 외치면서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치가 두 차례 마운드를 방문하면 투수를 교체해야 했다. 무척 아쉬워하며 공을 넘긴 와이스는 마운드를 내려오며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사자후를 내질렀다.
경기 후 와이스는 “내가 승부욕이 많은 선수라서 오늘도 마운드에서 그 승부욕이 나온 것 같다.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8회 끝까지 내가 책임지고 싶었다. 그런 부분이 잘 안 돼 아쉬운 마음이 나왔다”고 밝혔다.
팀 승리를 이끈 호투였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렸던 와이스는 경기 후 김경문 감독에게도 사과했다. 김경문 감독은 11일 대전 키움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와이스의 교체 거부에 대해 “좋게 좋게 봐야 한다. 본인이 끝까지 던지려고 했는데 우리도 뒤에 투수가 준비돼 있었다. 그 정도면 훌륭하게 잘 던진 거다. 와이스가 잘 막아주며 버텨줬기 때문에 6회 우리한테 찬스가 온 것 아닌가. 팀이 어려운데 연승으로 갈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와이스를 칭찬했다.

이어 김 감독은 “끝나고 와이스가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사실 야구는 그런 일이 수두룩하다. 야구가 안 될 때는 더욱 더 많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다. 내가 잘났다고 하면 안 되지만 운동하는 세계에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미안하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나도 아무 생각 안 한다”고 웃어 넘겼다.
한편 한화는 이날 키움 우완 선발 김윤하를 맞아 황영묵(2루수) 에스테반 플로리얼(중견수) 문현빈(지명타자) 노시환(3루수) 채은성(1루수) 김태연(좌익수) 이진영(우익수) 최재훈(포수) 심우준(유격수) 순으로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류현진.
김 감독은 “어려움 속에서 두 경기 잡고 왔다. 좋은 무드를 여기서 살려야 한다. 오늘 류현진 선수가 던지는데 그동안 승운이 없었다. 우리 타자들이 보답해야 할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아직 시즌 첫 승이 없는 류현진에게 시원한 득점 지원을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