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를 지키는 한 남자의 포효가 부산을 달궜다.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불펜’ 정철원이 흔들림 없는 투구와 강렬한 세리머니로 부산 팬들의 마음속에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6-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7회, 롯데 벤치는 승부의 열쇠를 정철원에게 맡겼다. 2사 1,2루, 타석에는 올 시즌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패트릭 위즈덤. 3볼로 시작되는 불안한 흐름. 하지만 정철원은 침착했다. 이어진 슬라이더 3개로 위즈덤의 방망이를 유도했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 이 한 구로 위기를 끊어냈다.

그 순간, 정철원은 포효했다. 그리고 그 포효는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심장을 울렸다.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자신을 향한 의심, 누적된 피로, 그리고 ‘롯데맨’으로서의 자부심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경기 후 부산 팬 커뮤니티에는 “이제 진짜 우리 정철원이다”, “사직은 이런 포효를 원했다”, “정철원 없었으면 어쩔 뻔”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번 시즌, 정철원은 팀이 치른 16경기 중 무려 10경기에 등판하며 사실상 ‘불펜의 심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혹사 우려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마운드를 지켜왔고, 이제는 자신만의 존재감으로 팬들과 팀 모두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있다.


정철원은 경기 후 팬들 앞에서 “끝까지 우승을 향해 함께 가자”며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포효는 단지 경기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부산 팬들과의 교감이었고, 롯데라는 이름을 지켜내려는 한 투수의 진심 어린 외침이었다.
이제 정철원은 단순한 전력 이상의 존재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그리고 포효 속에서 ‘진짜 롯데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 foto030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