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였던 정관장이 극적으로 6강행 막차를 탔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안양 정관장은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24-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원주 DB를 78-67로 이겼다. 정관장(25승 29패)이 DB(23승 31패)를 밀어내고 6위 막차를 탔다.
만약 정관장이 패했다면 24승 30패로 DB와 동률이 되지만 상대전적에서 2승 4패로 밀려7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6강 티켓을 놓고 벌인 단두대 매치서 정관장이 웃었다. 디온테 버튼이 14점 중 12점을 4쿼터에 집중하며 친정팀을 울렸다.
![[사진] KBL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11/202504110022779418_67f7e4afa28bc.jpg)
4라운드 꼴찌에서 최종 6등으로? 이게 되네?
당사자들은 마지막까지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대급 꿀잼 시즌이었다. 정관장은 불과 1월 26일까지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3라운드 9경기를 모두 졌다. 한때 10연패의 늪에 빠진 정관장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정관장이 1월 22일 DB에게 75-82로 질 때만 해도 6강에 간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관장은 후반기로 갈수록 잘했다. 4라운드 6승 3패로 반등한 정관장은 5라운드를 5승 4패로 마쳤다. 6라운드에서 정관장은 무려 7승 2패를 달성했다. 6라운드 성적만 보면 10개 구단 중 가장 좋았다. 정관장은 최종전 승리로 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에이스 디온테 버튼 트레이드 영입 대성공
꼴찌였던 정관장이 6등으로 올라선 비결 중 하나가 트레이드 성공이다. 정관장은 1월 10일 캐디 라렌을 KCC에 내주고 디온테 버튼을 영입했다. 득점이 항상 부족했던 정관장은 검증된 기량의 버튼을 데려왔다. KCC에서 1옵션으로 활용되지 못한 버튼은 의욕이 떨어진 상태였다. KCC 역시 볼핸들러 버튼보다 골밑을 우직하게 지켜줄 라렌이 더 필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정관장 입단 후 버튼은 출전시간이 22분 24초로 줄었지만 14.3점, 6.7리바운드, 3.4어시스트, 1.3스틸로 에이스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해결해줄 수 있다는 선수의 존재가 든든했다. 버튼에게 수비가 몰리면서 박지훈도 살아나는 효과가 컸다.
최종전에서 승리한 버튼은 “전창진 감독님은 내가 1옵션감이 아니라고 했다. 그 내용을 보고 동기부여를 얻었다. '정관장도 LG를 이겼는데 우리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한 정효근의 인터뷰를 봤다. 나의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전창진 감독과 정효근을 언급했다.
정관장은 정효근과 최성원을 내주고 김종규와 김영현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시간차로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2대2 트레이드다. 정관장에서 활약이 저조했던 정효근과 최성원을 정리한 것은 긍정적이다. 김영현도 수비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종규는 정관장 입단 후 6경기 출전에 그쳤다. 다만 센터자원이 희소한 가운데 정관장이 김종규-이종현 전 국가대표 센터 둘을 소유했다는 것은 다음 시즌 전망이 밝다.

‘캡틴’ 박지훈의 막판 대분전…항상 쏠쏠했던 고메즈
정관장의 미라클 6라운드에 주장 박지훈의 지분이 크다. 박지훈은 시즌 평균 13점, 4.2리바운드, 5.1어시스트, 1.7스틸로 모든 부문에서 2016년 프로 데뷔 후 최고를 찍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6라운드에서 박지훈은 14.6점, 5.3어시스트로 기록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박지훈은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다는 등 올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엘리트 가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새신랑인 박지훈은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책임감이 커졌다. 변준형이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박지훈은 항상 꾸준했다. 변준형이 막판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박지훈은 끝까지 정관장의 리더였다.
박지훈은 “내가 주장이라서기 보다는 모두가 열심히 해서 팀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팀이 흔들릴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분위기를 잡으려 했다. 고참 형들도 많이 도와줬다. 나는 더 독려하고 격려해야 한다”며 주장다운 자세를 보였다.

‘아시아쿼터’ 하비 고메즈도 쏠쏠했다. 출전시간이 19분 56초로 길지 않았지만 51경기를 뛰었다. 장기인 3점슛이 41.7%를 찍으면서 경기당 1.7개를 성공했다. 변준형과 박지훈이라는 확실한 가드를 보좌하며 8.4점을 넣어준 고메즈는 든든했다.
고메즈는 정규시즌 마지막 SK전 19점, DB전 14점으로 가장 중요할 때 빛났다. 6라운드 평균 그의 득점은 14.4점에 달했다. 특히 코너 3점슛은 백발백주이었다.

'신의 한 수’가 된 조니 오브라이언트 영입
정관장은 캐디 라렌과 마이클 영 주니어 체재로 시즌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 실패였다. 정관장은 실패를 조기에 인정하고 트레이드와 교체로 빠른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마이클 영은 16경기에서 6.7점을 넣고 퇴출됐다. 대체선수 클리프 알렉산더를 영입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몸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알렉산더는 12경기서 3.5점에 그쳤다.
발빠르게 조니 오브라이언트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다른 구단 역시 시즌 중 대체선수를 구했지만 오브라이언트만한 성공사례는 없었다. 오브라이언트는 23경기서 16.1점, 7.7리바운드로 정관장 골밑을 잘 지켰다.
204cm의 장신에 3점슛 능력까지 갖춘 오브라이언트는 정관장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정관장이 시즌 내내 외국선수 문제를 앓은 DB를 제칠 수 있는 마지막 원동력이었다.
6강 확정 후 오브라이언트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내가 올때 팀이 10위였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출전시간에 상관없이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했다”며 기뻐했다.

김상식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빈자리 잘 메운 최승태 수석코치
정관장의 6강에 한승희, 소준혁, 김경원 등 많은 선수들이 공헌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며 기적을 이룬 인물은 역시 김상식 감독이다. 그는 프로농구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지도자지만 젊은 선수들, 외국선수들과 소통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화를 내고 닥달하기보다 온화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잘했다. 선수들이 부진해도 끝까지 기다려주며 믿음을 줬다.
위기도 있었다. 12월 초부터 김상식 감독이 허리 통증으로 당분간 자리를 비웠다. 공수전환이 빠른 농구에서 감독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김 감독의 부재시 최승태 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D리그를 지도했지만 1군 경기 코칭은 처음이었다.
최승태 코치는 차분하게 팀을 잘 이끌었다. 특히 점수를 쫓겨도 원래 계획대로 핵심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등 배짱도 있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명확하게 지시하며 차기 지도자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신인 박정웅을 첫 선발로 쓰는 등 과감한 선택도 했다.
최승태 코치는 2승 3패로 김상식 감독의 부재를 성공적으로 메웠고 농구계에서 호평을 들었다. 최승태 코치는 “김상식 감독님이 다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난 지휘만 한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정관장의 돌풍,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될까?
6위 정관장은 3위 현대모비스와 13일 울산에서 시작되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전3선승제로 격돌한다. 객관적 전력에서 현대모비스가 앞선다. 다만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정관장이 4승 2패로 우위다. 6라운드 기세 역시 정관장이 상승세다. 결국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
김상식 감독은 정규리그 최종전 승리로 6강을 확정지은 뒤 “경기 끝나고 울컥했다. 4라운드 때 9위와 2~3경기 차이의 최하위였다. 구단에서 변화를 주는 트레이드를 빨리 단행해줬다. 선수들도 프런트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기적을 이룬 거 같다”며 기뻐했다.
6강전에 대해 김상식 감독은 “단기전은 집중력 싸움이다.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끝까지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양팬들을 설레게 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