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뉴욕 양키스 톱 유망주로 불리며 메이저리그 84경기를 뛴 에스테반 플로리얼(한화 이글스). 그런데 왜 메이저리그보다 몇 수 아래로 평가받는 한국야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걸까.
프로야구 한화 외국인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은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2차전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 1도루 맹활약하며 팀의 5-4 승리에 앞장섰다.
플로리얼은 1회초 1사 후 두산 선발 콜어빈을 만나 8구 승부 끝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문현빈이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는데 타구가 뜬 사이 2루로 향하다가 포구가 이뤄진 걸 보고 뒤늦게 1루로 귀루했다. 2루를 목전에 두고 유턴한 플로리얼은 전력 질주와 함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지만, 1루에서 허무한 포스아웃을 당했다.
3회 콜어빈의 투심에 삼진으로 물러난 플로리얼은 세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메이저리그 톱 유망주 출신다운 스윙을 선보였다. 1-3으로 뒤진 5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콜어빈의 초구 커터를 공략해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2타점 동점 3루타를 때려낸 것. 이어 문현빈의 절묘한 번트안타 때 역전 득점까지 책임졌다.
플로리얼은 이에 그치지 않고 7회초 이병헌 상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로 2루를 훔쳤고, 8회초 2사 2, 3루에서 자동고의4구를 얻어내는 위엄을 뽐냈다.

경기 후 만난 플로리얼은 “오늘 이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내가 잘 친 것도 있지만, 다 열심히 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동점 3루타를 친 비결에 대해서는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안 하고 최대한 공격을 어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라고 답했다.
플로리얼은 시즌에 앞서 총액 85만 달러(약 12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새 외국인타자. 한화는 계약 당시 “ 플로리얼은 2015년 뉴욕 양키스 입단 후 톱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20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아 5시즌 통산 84경기 타율 1할9푼2리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타율 2할6푼5리 111홈런 415타점 출루율 .352 장타율 .456 OPS .808을 남겼다”라고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플로리얼의 시즌 초반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개막 후 17타수 무안타로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고, 3월 2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마침내 첫 안타를 신고했으나 다시 무안타 늪에 빠지면서 4월 4일 기준 시즌 타율이 1할3푼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타석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8일과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치명적인 포구 실책과 주루사를 당해 한화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겼다.
플로리얼은 부진 요인으로 한국과 미국의 구속 차이를 꼽았다. 그는 “한국야구가 미국과는 조금 다르다. 리그가 치열한 건 메이저리그, KBO리그가 모두 같은데 미국 투수들의 직구 구속이 더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플로리얼은 지난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2루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점으로 조금씩 반등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8일과 9일 이틀 연속 멀티히트까지 더해 최근 4경기 타율이 3할5푼3리(17타수 6안타)에 달한다. 시즌 타율도 어느덧 1할7푼9리까지 끌어올린 상황.
플로리얼은 “아직 한국야구에 100% 적응하진 못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나는 팀 승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더 나은 활약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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