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대형유망주 한 명을 일본에 내줬다. 주인공은 17세이하 일본축구대표팀의 공격수 다니 다이치(한국명 김도윤)다.
일본은 지난 8일 사우다아라비아 타이프 오카드 스포트 클럽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AFC U17 아시안컵 B조 2차전’에서 베트남과 충격적으로 1-1로 비겼다. 1승 1무의 일본은 여전히 조 선두지만 8강 조기진출에 실패해 11일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뒀다.
일본이 베트남에 비긴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불과 몇년 전까지 한국의 유망주였던 선수가 갑자기 일본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격수 다니 다이치는 중학교때까지 FC서울 유스에서 김도윤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다. 한국에서도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가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표팀에 뽑힌 것이다.

다이치의 유명세가 화제가 됐다. 그의 아버지가 90년대 인기가수 김정민이기 때문이다. 김정민은 1995년 ‘슬픈 언약식’으로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 골든컵을 받은 국민가수다. 그의 아내인 일본인 다니 루미코 역시 일본에서 유명가수였다. 둘의 자녀가 축구선수로 뛰니 더욱 한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다이치는 원래 한국에서 FC서울 유스에서 뛸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인 다이치는 한일 이중국적자다. 어머니의 나라에 가서 일본인으로 사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문제는 다이치가 왜 축구선수로 한국에서 성장하지 않고 일본을 택했는지 결정적 이유다.
다이치는 2024년 일본축구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유학 결심 이유에 대해 “일본에 가고 싶었다. 이적한다면 제일 강한 팀에서 뛰고 싶었다. 보다 높은 레벨을 요구해 중학교 3학년 J클럽 아카데미 사간 도스에서 뛰었다”고 밝혔다.

결국 다이치는 한국보다 일본이 선수로서 크게 성장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으로 판단한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한국은 국가대표팀 경기도 열악한 잔디구장에서 치를 정도로 인프라가 엉망이다. 한국에서 성인이 되면 남성 누구나 병역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손흥민 역시 FC서울 유스출신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의무를 해결했다. 석현준처럼 국가대표출신 선수까지 병역관련 비리를 저지를 정도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다이치는 일본에서 더 희소성이 있다. 장신공격수가 부족한 일본에서 184cm의 공격수는 매력적이다. 사간 도스는 일본 최강 유스클럽으로 알려졌다. 다이치는 지난해 사가현 대표로 전국대회 준우승을 하면서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J리그 진출과 일본 성인대표팀 합류도 자연스럽다.
김정민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축구선수 아들의 꿈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아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함에 있어서 일본이 더 좋은 환경이라면 아버지 입장에서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무조건 선수를 해야 한다고 고집할 수 없다.
한국은 가뜩이나 급격한 인구감소로 축구유망주가 줄어드는 판국이다. 다이치가 일장기를 달고 뛰는 것은 한국에게 냉정하고 잔혹한 현실이다. 앞으로 다이치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다이치가 일장기를 달고 한국대표팀을 이긴다면 팬들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국내에 남아있는 유망주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유소년축구관련 인프라를 개선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직도 전국고교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구시대적인 유망주 육성 시스템 안에서 다이치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이 현재 아시아 최강이고 한국이 몰락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