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30, 서울 SK)이 국내선수 최우수선수상(MVP)을 두고 '집안 싸움'을 펼쳤던 선배 김선형(37)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4-2025 KCC 프로농구 시상식을 진행했다.
우승팀 SK의 수상 잔치였다. SK는 지난달 중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으며 구단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SK는 무려 46경기 만에 챔피언이 되면서 2011-2012시즌 DB(47경기)를 제치고 'KBL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또한 41승 13패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40승 고지를 밟았다.
시상식에서도 SK의 독주가 이어졌다. 자밀 워니가 득점상(평균 22.6점)과 '만장일치' 외국선수 MVP, 베스트 5를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안영준과 김선형도 나란히 베스트 5에 선정됐다.
감독상도 전희철 감독의 몫이었다. KBL 새 역사를 쓴 그는 감독상 투표에서 총 111표 중 106표를 득표하며 데뷔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감독상을 받았다.


국내선수 MVP 역시 안영준이 차지했다. 그는 111표 중 89표를 받으면서 김선형(19표)을 따돌리고 생애 첫 MVP 수상에 성공했다. 데뷔 8년 만의 영예다.
올 시즌 잠재력을 꽃피운 안영준이다. 그는 2017-2018시즌 데뷔 직후 SK에서 식스맨으로 활약했지만, 갈수록 실력을 갈고닦으며 육각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시즌 성적은 51경기에서 평균 14.2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데뷔 첫 트리플더블이다. 3점슛도 경기당 평균 1.9개를 꽂아넣었다.
안영준은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신인상을 받을 때 꼭 MVP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 6년에서 7년이 지났다. 그때는 신인의 패기로 그렇게 말했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더라. 그래도 매년 발전하자는 목표를 이루다보니까 이 자리에서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감회가 새롭고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선형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안영준은 "5라운드 끝나고 우승을 확정하면서 나랑 선형이 형이랑 MVP 구도가 잡혔다. 그런데 서로에 대해 안 좋은 점을 얘기해 달라고 하더라.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싶었다"라며 "그래서 선형이 형이랑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고맙게도 선형이 형이 먼저 와서 축하한다고 해주더라.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미안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안영준. 그는 "군대 가기 전에 통합 우승을 하고 갔다. 그때는 스스로 좀 만족을 했다. 군대에서도 다시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하면서 준비했는데 1년 반 동안 경기를 못하다 보니 몸이 안 좋아졌다"라며 "6강에서 떨어진 뒤 다시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운동했다. 올해는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기복도 컸는데 많이 줄였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안영준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신분이 된다. 이 때문에 전희철 감독이 'FA로이드'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영준도 "(FA 효과가)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또한 그는 "왜냐면 통합 우승을 하고 3일 후에 군대를 갔다. 우승했는데 군대에서 머리 밀고 있으니 훈련소에서 현타가 많이 오더라. 또 상근으로 출퇴근하면서 운동을 했는데 혼자 많이 했다. 공을 잡아주거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악에 받쳐서 지냈다. FA라는 목표를 갖고 몸과 마음 둘 다 많이 준비했다. 큰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신인상과 MVP를 둘 다 손에 넣게 된 안영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다음은 플레이오프 MVP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걸 욕심 내기보다는 우승 반지를 하나 더 끼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전희철 감독은 SK의 통합 우승 확률을 50% 이상으로 내다봤다. 안영준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정규리그 우승할 때는 선수로서 80%, 90% 통합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6라운드 들어서면서 출전 시간이 제한되다보니까 감각이 떨어지더라. 사실 감독님께서 운영을 잘하셨으면 말씀하신 50%가 100%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안영준의 활약에는 지난 4년 전 태어난 딸의 '분유 버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딸이 커가면서 경기장에 오면 말도 많이 한다. 경기장 분위기도 알고 한다. 팬분들께 주목받고 하는 걸 보면서 딸이 내게 더 집착이 생기더라"라며 웃은 뒤 "딸에게 농구적인 모습에서도 더 잘 보여야 하고 행동도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더라. 앞으로 딸에게 더 좋은 선수이자 멋진 아빠로 인정받고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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