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집안 싸움'의 승자는 안영준(30, 서울 SK)이었다. 안영준이 선배 김선형(37)을 제치고 생애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4-2025 KCC 프로농구 시상식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6개 계량 부문 개인상의 주인공이 발표됐다. 고양 소노 이정현이 경기당 스틸 평균 1.9개로 2년 연속 스틸상을 수상했고, 캐디 라렌이 블록슛상(평균 1.2개)을 손에 넣었다. 허훈과 아셈 마레이가 각각 어시스트상(평균 6.2개)과 리바운드상(평균 13.1개)을 거머쥐었고, 앤드류 니콜슨과 자밀 워니가 3점슛상(총 123개)과 득점상(평균 22.6점)을 받았다.
식스맨상은 KT 박준영이 차지했다. 기량발전상(MIP)과 신인상은 양준석과 조엘 카굴랑안에게 돌아갔다. 카굴랑안은 KT 역사상 최초의 신인왕에 이름을 올렸다.

베스트 5는 역대 최초로 우승팀 SK와 준우승팀 LG가 양분했다. 워니가 111표 만장일치로 한 자리를 차지했고, SK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영준과 김선형도 각각 106표와 69표를 기록하며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두 자리는 LG의 칼 타마요(52표)와 아셈 마레이(42표)의 몫이었다.
이후로도 우승팀 SK의 수상 잔치가 계속됐다. SK는 지난달 중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으며 구단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SK는 무려 46경기 만에 챔피언이 되면서 2011-2012시즌 DB(47경기)를 제치고 'KBL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자연스레 감독상과 외국인 MVP는 전희철 감독과 워니의 차지였다. 전희철 감독은 111표 중 106표를 득표하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생애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이다.
워니는 111표 중 111표를 싹쓸이하며 1997-1998시즌 맥도웰 이후 사상 두 번째 외국인 MVP 만장일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그는 커리어 4번째 정규리그 MVP를 손에 넣으며 조니 맥도웰, 라건아(이상 3회 수상)를 제치고 외국인 MVP 수상 단독 최다(4회)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워니는 올 시즌 54경기 전 경기를 뛰면서 평균 22.6점, 11.9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 우승의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대망의 국내 선수 MVP는 안영준의 몫이었다. 그는 111표 중 89표를 받으면서 김선형(19표)을 따돌리고 생애 첫 MVP 수상에 성공했다. 데뷔 8년 만의 영예다.
올 시즌 잠재력을 꽃피운 안영준이다. 그는 2017-2018시즌 데뷔 직후 SK에서 식스맨으로 활약했지만, 갈수록 실력을 갈고닦으며 육각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시즌 성적은 51경기에서 평균 14.2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데뷔 첫 트리플더블이다. 3점슛도 경기당 평균 1.9개를 꽂아넣었다.
'SK 속공의 핵심' 김선형은 통산 3번째 MVP를 노려봤지만, 안영준에게 밀려 아쉽게 무산됐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던 그는 이번 시즌 50경기에서 평균 12.9점, 3.2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에는 통산 8000점 고지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안영준을 넘어서기에는 모자랐다.

KBL 최고의 별로 뽑힌 안영준. 그는 "이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게 도와주신 감독님, 단장님, 국장님, 코치님들, 팀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버텨주고 도와준 아내와 딸,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안영준은 "요즘 농구는 아무래도 화려한 플레이나 많은 득점을 한 선수들이 주목받고 인정받는 시대다. 난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공수 양면에서 팀에 도움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라며 "이번 상은 그런 길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더욱 뜻깊다. 마지막으로 SK 팬분들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남은 경기에서도 MVP다운 경기력으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선형의 시대보다 안영준의 시대를 외치며 MVP 수상을 어필했던 안영준. 꿈을 이룬 그는 "너무 떨린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최고로 기분이 좋다"라고 밝게 웃었다.
이제 안영준의 시선은 3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향한다. 그는 "지난 시즌 6강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많이 준비했다. 어느 팀이랑 붙어도 자신 있다. 다들 그렇다. 꼭 우승하도록 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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