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왜 이런 복덩이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일까. 포수 김기연이 라이벌팀 이적 2년차를 맞아 생애 첫 끝내기안타를 치며 두산 베어스의 시즌 첫 5할 승률을 이끈 영웅으로 우뚝 섰다.
김기연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교체 출전해 2타수 1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의 극적인 연장 끝내기승리를 이끌었다.
김기연은 5-5로 팽팽히 맞선 9회초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8회말 포수 양의지가 2루타를 치고 대주자 박지훈과 교체되면서 김기연이 9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정우주 상대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경기 분위기를 익혔다.
백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5-5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찬스였다. 앞서 1사 만루에서 추재현이 3루수 뜬공에 그쳐 부담이 클 법도 했지만, 김기연은 등장과 함께 한화 이상규의 초구 140km 커터를 힘껏 받아쳐 2루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기연은 “꿈꾸던 순간이 현실이 됐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다.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안타라 기억에 더 많이 남을 거 같다”라고 감격했다.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초구를 칠 생각을 했을까. 김기연은 “9회, 10회, 11회를 김택연, 최지강이 너무 잘 막아줘서 11회 찬스가 올 거 같았다. 추재현이 못 치더라도 내가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라며 “상대 투수가 볼이 많았고, 주자도 모여 있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로 예상했다. 카운트가 뒤로 몰릴수록 나한테 불리하기 때문에 초구에 좋은 공이 들어오면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잘 먹혔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기연은 끝내기승리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지난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15-12 대역전승을 꼽았다. 그는 “그날 어려운 경기였는데 일요일 연패를 끊어내면서 승리를 한 게 우리 선수단에게 전환점이 됐던 거 같다. 오늘로 이제 우리가 5할 승률(7승 7패)을 만들었는데 두산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김기연의 고교 선배이자 두산 주전 포수 양의지는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두른 뒤 김기연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승엽 감독이 경기 후 “양의지는 양의지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활약이 대단했다. 벤치에서 이를 본 김기연은 “선배님은 오늘 너무 잘하신 게 아니고 원래 저렇게 하시는 분이다. 선배님을 보면서 늘 많이 배우고, 선배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선배님을 따라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진흥고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된 김기연은 8년 동안 2군 생활을 전전하다가 2023시즌에 앞서 개최된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라이벌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LG에서 1군 통산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던 그는 지난해 95경기 타율 2할7푼8리 5홈런 31타점 31득점 커리어하이를 쓰며 양의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전격 낙점됐다. 김기연은 올해도 제2의 포수를 맡아 8경기 타율 3할5푼3리 4타점으로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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