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황병국 감독 "'청불' 등급보다 더한 현실, 마약 범죄 정말 심각해"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04.09 08: 40

'30만원 변호사'로 친근하게 이름을 알린 배우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2011년 '특수본'에 이어 14년 만에 새 영화 '야당'으로 돌아온 배우이자 연출자인 황병국 감독이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마약 사건은 피해자가 곧 가해자인 암수범죄예요, 미국도 못 막은 이 범죄는 더 이상 검거가 답이 아닙니다. 국가적 치료 개념도 접근해야 해요". 
'야당'의 황병국 감독은 8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개봉을 앞둔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내부자들', '서울의 봄' 등 다수의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활약했던 황병국 감독은 '야당'을 통해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제가 12년 만에 양지를 나왔다"라며 놀라워 한 황병국 감독은 "14년 동안 영화를 계속 준비는 했지만 세 편이 엎어지니 10년이 갔다. 그 사이에 운이 좋게 연기 활동을 했지만 계속 연기 활동 하면서 영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더욱 영화 연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기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긴 시간 칼을 갈고 나온 작품인 여파일까. 언론시사회부터 '야당'은 파격적인 수위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 황병국 감독은 "그게 마약 범죄의 현실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등급'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료조사를 하면서 내내 마약 수사 내용이 정말 참혹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본 사건에서는 임산부가 마약 범죄자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경우도 봤다. 그만큼 중독의 위험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치료센터에서 만난 한 중독자는 IQ가 65였다. 신체 검사에서 그런 결과가 나와서 군대 면제도 받은 사람이었다. 마약의 후유증인데 마약을 하면 IQ가 떨어진다.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려도 전화기를 찾지도 못하더라"라며 한탄했다. 
"강남의 고등학생들이 집중력에 좋다고 SNS로 마약을 사서 검거되는 현실"이라고 힘주어 말한 황병국 감독은 "이 이야기를 처음 알 때보다 취재를 할 때 더더욱 참혹한 걸 많이 봤다.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전해주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다"라며 "그래서 시청등급을 생각하면서 '15세'에 맞게 아름답게 그릴 순 없었다. 실제 우리 영화를 준비하면서 훨씬 더 심한 걸 많이 봤다. 역설적으로 관객들이 그런 것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마약은 위험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극 중 난교파티 등 집단 마약 장면에서도 그는 "실제로 마약은 중독자들이 모여 집단으로 많이 한다. 비일비재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방대하고 사실적인 자료조사의 시작은 어땠을까. 황병국 감독은 "지난 2021년에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로부터 기사 하나를 받았다. 신문 기사에 검찰청에 아침마다 약쟁이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한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 안에 '야당'이라는 존재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인물인 거다. 매력적으로 느끼게 됐고. 그래서 자료조사를 하게 됐다. 저도 그 때 처음으로 마약범죄 브로커 '야당'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마약범죄를 전담해온 형사들부터 치료센터의 전문가들과 피해자들을 만나며 조사를 이어왔다는 그는 "마약 범죄는 기본적으로 정보가 없으면 잡을 수 없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살인 사건, 강도 사건, 사기 사건 다 피해자가 있다. 마약 범죄도 피해자가 있다. 강제로 주입당하는 여성들의 사례가 많지 않나. 그런데 대부분은 중독으로 인해 마약을 끊기가 어렵고 그러면서 마약을 주고받게 되니까 신고가 어렵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수사의 첫 정보를 위해 '야당'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야당'에 대해 "선인도, 악인도, 합법도, 불법도 아닌 '필요악' 같은 느낌"이라며 "실제 뉴스에 나온 국내의 대부분 큰 마약 사건들은 다 '야당'이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황병국 감독은 특히 마약이 흔하게 퍼진 상황임을 강조하며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보통 마약 소재 영화는 어둡고 무겁다. 그런데 저는 어둡고 무거운 게 아니라 관객들한테 빨리 전달하기 위해 경쾌하고 속도감 있고 마지막에 통쾌환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라며 "그만큼 많이 퍼진 범죄다. 당신이 마약을 안하고 있다면 주위 친구들이 안하는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인 2021년도에 1만 6천명이 마약으로 검거됐다. 그런데 지난해에 우리나라 마약으로 검거된 사람이 2만 8천명이 됐다. 심지어 마약은 암수범죄라 검거된 숫자에 'X20'을 하면 실제 발생하는 숫자로 본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약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황병국 감독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고 계속해서 그 수는 늘어날 것"이라며 "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여러 나라들에서도 마약 범죄를 끝내지 못했다. 미국도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지 않나"라며 개탄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채원빈 씨 캐릭터도 강제로 마약에 당하는 피해자로 그렸고, 강하늘 씨가 맡은 역할도 마약 중독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강조해서 집어 넣었다. 클럽 씬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마약이 많이 들어와있는지도 표현하려고 했다"라며 "보통 마약이 어둡고 후미진 곳에서 유통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사람이 많은 클럽, 길거리, 편의점, 고등학생 같은 청소년이 많은 공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 침투돼 있다"라고 말했다. 
단 액션의 표현은 달랐다. '범죄도시'의 허명행 감독이 '야당'의 액션을 맡은 가운데, 황병국 감독은 "저는 '합'이 보이는 액션을 싫어한다. 그래서 합이 안 보이는 액션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 범죄수사물이다 보니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이 현실성 있게 다뤄져야 했다"라며 "초반에 오프닝에 마약범을 잡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 2023년 강남에서 벌어진 검거 장면을 뉴스에서 보고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아는 형사 분이 용산역에서 실제로 마약범을 검거할 때 건너편에서 철도에서 싸움이 벌어져서 잡은 적도 있고 그런 것들을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황병국 감독은 "현장에서 실제로 형사 분들이 검거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범죄자들이 거짓말을 할까 봐. 형사님들이 찍어둔 장면들을 보면서 촬영에 참고했다. 영화 속 범죄자들의 머리 스타일, 옷도 실제 사건들의 장면을 최대한 참고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해진이 연기한 야망 있는 소위 '정치검사'도 모델이 있었을까. 황병국 감독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 명은 아니도 몇 명의 제가 봐온 검사들의 모습이 혼합됐다. 취재 과정에서 마약 자료 만금 검찰, 검사에 대한 조사도 많이 했다. 그래서 제가 서초동에 거의 살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정치권을 패러디한 듯한 장면들에 대해서도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 속 검찰들, 유해진 씨가 누군가를 만나는 모습 등은 기존 검찰들이 했던 것 중에 영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면을 갖고 와서 영화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일까. '야당'은 유사 사건들을 참고한 '내부자들', '베테랑'과 같이 앞서 크게 흥행한 영화들의 구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황병국 감독은 "사실 영화의 구조는 전세계적으로 몇 십 개 안 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에 맞는 틀이 있는 것 같다"라며 "그게 약점이라기 보다는 반대쪽을 풍성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영화의 모든 마약 범죄는 대부분 실제 있던 일들을 모티브로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마약 범죄가 심각해졌다. 점점 더 많아질 건데 법으로도 우리는 검거만 하고 있다. 그렇지만 검거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전세계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없다. 미국도 안 됐다. 검거만이 능사가 아니라. 치료도 병행을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황병국 감독은 "우리가 담배, 도박도 국가 세금으로 치료도 해주지 않나. 마약도 같은 경우라 본다. 포르투갈이 유일하게 마약 범죄율이 떨어지는 국가인데 담배와 도박 같이 마약 중독자들을 국가에서 치료해준다. 마약 범죄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오는 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monmaie@osen.co.kr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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