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37)이 현역 마지막 경기를 통합 우승으로 장식했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마침내 5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한 통합 우승은 이번이 네 번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은 34득점(공격성공률 42.6%)을 기록하며 5차전 승리를 견인했다.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는 133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5번째 우승과 4번째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에서는 31표를 모아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 흥국생명에서 프로배구에 데뷔해 올해까지 무려 21년 동안 세계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했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다양한 해외리그에서도 활약한 김연경은 2020-2021시즌 친정팀 흥국생명에 복귀해 올 시즌까지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데뷔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부터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김연경은 한국에서 세 차례 우승(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2008-2009시즌)을 차지하고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2020-2021시즌 한국에 복귀한 이후에는 한 번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챔피언 결정전에 세 차례나 진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매번 마지막 관문에서 발목이 잡혔다.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 김연경은 1차전과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마침내 염원하던 우승을 이뤄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3차전과 4차전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챔피언결정전은 5차전까지 가게 됐다. 자연스럽게 2022-2023시즌 한국도로공사에 2승을 선점하고 내리 3연패 하며 V-리그 최초로 리버스 스윕을 허용한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5차전 1세트와 2세트를 잡고 3세트와 4세트를 내준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몸을 날리며 공을 살렸고 이러한 투혼이 결국 우승으로 돌아왔다. 개인 통산 네 번째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쉽지 않을거라고 1차전 때부터 생각은 했지만 3~4차전을 그렇게 내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에게 너무 큰 어려움이 왔던 것 같다. 은퇴를 앞두고 ‘이런 역경이 나에게 또 오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해서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선수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얘기도 많이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단 모두 너무 고생 많았다. 오늘 이렇게 멋진 마무리를 시켜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오늘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라고 말한 김연경은 “한국에 와서 네 번 결승에 올랐다. 모두 다른 팀하고 했는데 정규리그 우승을 두 번 하고 이제 드디어 별 하나를 달았다. 별 하나 다는게 이렇게 어렵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면서 “3~4차전 끝나고 나서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항상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왜 나에게 돌아오는건 이것 뿐이지’라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3차전과 4차전 패배 이후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5차전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말한 김연경은 “이제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했고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홈구장이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도 이런 시나리오는 짜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좋다”라며 웃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마지막에 김연경의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그 디그 아니면 경기가 몰랐다. 김연경 대단했고 흥국생명 선수들도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고희진 감독님이 ‘연경아 아까 그 수비가 우승시킨거다’라고 하시더라.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챔프전에서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스포츠는 무승부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승리하면 누군가는 패배해야 한다. 그런 점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정관장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우리가 웃게 됐다.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명승부를 만들어준 정관장 선수들에게도 존중하는 마음을 전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종전이 끝나면서 현역으로 뛸 수 있는 마지막 경기를 마친 김연경은 “아직 약간 꿈을 꾸는 것 같다. 내일도 대전으로 이동을 하거나 인천에서 한 경기를 더 할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집에 가서 혼자 있으면,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더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이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연경은 “회식을 제대로 하고 싶다. 금주를 오래했다. 내가 애주가고 술을 좋아하긴 하는데 올 시즌 들어서 금주를 오래했다. 선수들과 회식을 하면서 쌓인 이야기도 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제 그냥 쉬고 싶다”라며 웃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