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관중 앞에서, 그리고 친정팀을 상대로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 정철원은 다시 한 번 반등을 준비한다.
정철원은 지난 4월 6일 사직 두산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후 처음으로 시련을 맛봤다. 정규시즌에 돌입한 뒤 가장 안 좋은 피칭 내용을 선보였고 팀의 충격 역전패와 마주했다. 이날 정철원은 1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시즌 4번째 홀드를 기록했지만 상처 뿐인 홀드였다.
‘초대형 트레이드’의 일원으로 지난해 11월, 내야수 전민재와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철원은 확실한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김태형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나오고 있다”라며 2022년 신인왕 시즌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미소 지었다.
앞서 5일, 6-1로 앞섰지만 9회 2사 2,3루 위기에서 올라와 1타자를 처리하며 친정팀 상대 첫 맞대결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6일 경기는 난타전 흐름 속에서 안정을 찾지 못했다. 9-7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정철원. 하지만 박준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박계범에게도 다시 볼넷을 내줬다. 하위타선 상대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하고 상위타선을 마주했다.

김인태는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번트 타구는 정철원 앞쪽으로 떴다. 정철원은 몸을 날려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다. 번트 실패는 자명해 보였다. 주자들은 타구가 떴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정철원과 롯데에 행운이 따랐다. 정철원은 타구를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떨어뜨렸는데 전화위복이 됐다. 후속대처를 침착하게 하면서 3루와 2루에서 주자 2명을 모두 아웃시켰다. 단숨에 2아웃이 됐다.
그러나 계속된 2사 1루에서 정철원은 정수빈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위기가 이어졌다. 이후 양의지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전민재가 2루에 송구하면서 주자가 모두 살았다. 야수선택으로 2사 만루 위기를 다시 마주했다. 일단 양석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겨우 위기를 넘겼다. 글러브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정철원이 7회 위기를 넘긴 뒤 타선은 김민성의 스리런 홈런으로 12-7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미 투수를 많이 소진한 롯데는 8회에도 정철원을 마운드에 뒀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철원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중전안타를 내줬고 김기연에게 3루수 내야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고 추재현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았다. 결국 8회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내려갔다.
뒤이어 올라온 박준우는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계범에게 3타점 싹쓸이 3루타까지 얻어 맞았다. 정철원의 책임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고 12-11이 됐다.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양석환에게 역전 투런포를 얻어 맞고 역전패와 마주했다.

김태형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 기용 등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수비 역시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정철원의 책임도 피할 수 없는 경기였다. 트레이드 이후 친정팀을 맞이해서 시련을 맛봤다. 사직의 만원관중(2만2265명) 앞에서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4시간 52분 혈투를 펼쳤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오후 7시에 가까운 시간에 끝났다. 정철원은 시련이 남은 야구장을 빨리 떠나지 않았다. 구장 정리 요원들이 그라운드를 정비하고 관람석 청소를 위해 켜 놓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다시 공을 던졌다. 1루쪽 불펜에서 사이드 피칭을 펼치면서 이날 경기를 곱씹었다. 정철원은 시련을 딛고 다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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