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미드필더' 백승호(28, 버밍엄 시티)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았다. 그가 팀의 홈 10연승에 힘을 보태며 역대급 극찬을 받았다.
버밍엄 시티는 지난 5일 밤(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리시 풋볼리그(EFL) 리그 1(3부리그) 41라운드에서 반즐리를 6-2로 대파하며 리그 기준 홈 10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버밍엄은 승점 92(28승 8무 3패)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질주,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두 경기 덜 치른 렉섬(승점 81)과 격차는 다시 11점으로 벌어졌다. 이제 남은 7경기에서 2승만 추가해도 조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버밍엄이다.
이날 버밍엄은 10명 반즐리를 상대로 무려 6골을 터트리며 화력쇼를 펼쳤다. 다만 그리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버밍엄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상대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고, 전반 33분 제이 스탠스필드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득점 직후 데이비스 케일러 던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은 달랐다. 버밍엄은 후반 2분과 10분 나온 알피 메이의 멀티골로 치고 나갔다. 후반 14분 한 골 더 내주긴 했지만, 이후 3골을 몰아치며 반즐리를 무너뜨렸다.


백승호도 4-2-3-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일본인 미드필더 이와타 도모키와 호흡을 맞추며 버밍엄 중원을 지휘했다. 지난 3월 A매치 오만과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뒤 선발 복귀전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백승호는 후반 38분 교체되기 전까지 83분간 피치를 누볐다. 그는 패스 성공률 95%(38/40),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 롱패스 성공 1회, 가로채기 1회 등을 기록하며 평점 6.7점을 받았다.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백승호. 현지 매체에서도 극찬이 나왔다. 영국 '버밍엄 라이브'는 "후반전 터치라인 근처에서 상대를 떨쳐내려 어깨로 툭 치는 모습은 황홀했다. 리그 1 역사상 이런 재능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간단히 말해 백승호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선수"라며 그에게 평점 7점을 줬다.
버밍엄은 백승호와 함께 구단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버밍엄은 이미 지난 브리스톨전 승리로 공식전 37승과 리그 27승을 기록하며 1875년 창단 이래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승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반즐리까지 잡아내며 기록을 각각 38승, 27승으로 늘린 상황. 앞으로 추가하는 1승, 1승이 버밍엄의 새로운 역사다.

지난해 여름 대대적으로 투자한 결실을 맺고 있는 버밍엄이다. 버밍엄은 지난 시즌 감독이 4번이나 바뀌는 혼란 끝에 챔피언십 22위에 그쳤고, 3부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2024년 1월 백승호를 영입했던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지병으로 자리를 비웠고, 임시 감독과 감독 대행 체제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버밍엄은 곧바로 2부로 올라가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돈을 아끼지 않았다. 옵션 포함 2000만 파운드(약 377억 원)를 베팅해 풀럼 유망주 제이 스탠스필드를 영입하며 리그 1 이적료 리그1 신기록을 썼다. 이외에도 에밀 한손, 이와타 도모키, 크리스토프 클라레 등으 투입하며 총 3500만 유로(약 558억 원) 가까이 지출했다.

강력한 승격 의지를 드러낸 버밍엄은 백승호를 붙잡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에 팀에 합류했지만, '중원의 에이스'로 자리 잡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많은 챔피언십 클럽들이 백승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프리미어리그(PL) 재승격을 꿈꾸는 리즈를 비롯해 스토크시티, 선덜랜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등 여러 팀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버밍엄은 백승호를 놓칠 생각이 없었고,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다시 2부로 올라서기 위해선 백승호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백승호도 지난해 10월 버밍엄과 4년 재계약을 맺으며 미래를 약속했다. 그는 "정말 기쁘다. 새 시즌이 시작되고 나니 정말 정말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좋은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여기에 머무는 게 커리어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깜짝 재계약 이유를 밝혔다.
시즌에도 백승호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42경기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버밍엄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그는 리그에서만 34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버밍엄 150년 역사상 가장 강한 팀의 핵심 일원으로 남을 백승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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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버밍엄 시티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