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렸던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첫 경기부터 무너졌다. 한국을 잡아낸 인도네시아는 축제 분위기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AFC U-17 아시안컵 C조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패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총 16개 국가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4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오는 11월 열리는 FIFA U-17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예멘, 아프가니스탄과 한 조에 속했지만, 패배로 대회를 시작하며 첫 걸음부터 꼬이게 됐다. 예멘이 아프가니스탄을 2-0으로 꺾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고, 한국은 8일 열리는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이날 한국은 슈팅 21개를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3개에 불과했다. 두 차례 골대 불운까지 겹치면서 결정력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소윤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무릎 꿇었다. 골키퍼 박도훈이 첫 슈팅은 막아냈지만, 튀어나온 공을 에반드라 플로라스타가 한국을 무너뜨렸다.
더욱 충격적인 건 한국이 U-17 대표팀 역사상 인도네시아에 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세 차례 맞대결에서 한국은 2승 1무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왔다. 인도네시아 '오케이존 볼라'는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이 한국을 꺾으며 새 역사를 썼다!"라고 환호했다.
백기태 감독은 "조별리그를 통과해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최종 목표는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인도네시아에도 패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반대로 인도네시아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오케이존 볼라는 6일 "노바 아리안토 감독은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이 한국을 꺾고 주목받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번 승리는 대표팀이 U-17 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달콤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사실 경기 전부터 매체는 "인도네시아는 한국 대표팀의 별명인 '태극전사'를 이길 자신이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을 격파할 실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유는 바로 최근 경기력이었다. 인도네시아는 대회 전 연습경기에서 중국을 1-0으로 이긴 반면 한국은 지난해 10월 대회 예선에서 막판 페널티킥 득점으로 중국과 2-2로 겨우 비겼기 때문. 아리안토 감독도 "난 선수들이 한국을 상대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본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결과로 증명해낸 인도네시아. 아리안토 감독은 "선수들의 끊임없는 투쟁이 매우 자랑스럽다. 정말 기대되는 결과다.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가 될 것"이라고 기뻐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모든 대표팀 팬들의 응원과 기도가 계속되길 바란다"라며 방심하지 않았다.
오케이존 볼라는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은 한국을 놀라게 했다"라며 "이번 승리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U-17 월드컵에 가까워졌다.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3점 혹은 4점만 추가해도 대회 8강에 오르기엔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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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A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