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62) 페네르바체 감독이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가 이성을 잃고 상대 감독의 코를 잡아당긴 대가로 3경기 동안 벤치를 떠나게 됐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6일(이하 한국시간) "무리뉴는 오칸 부룩 갈라타사라이 감독과 충돌한 뒤 3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튀르키예컵에서 라이벌 갈라타사라이에 1-2로 패한 뒤 부룩 감독의 얼굴을 붙잡았다"라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축구연맹(TFF)은 무리뉴 감독의 행동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3경기 출장 정지와 약 6000파운드(약 113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는 이제 쉬페르리그에서 트라브존스포르, 시바스스포르, 카이세리스포르와 경기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에 밀려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갈라타사라이보다 승점 6점이 모자란 상황. 페네르바체로선 시즌 막바지 중요한 시기에 감독이 자리를 비우면서 우승 경쟁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거물'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고도 무관 위기에 처한 페네르바체다.


사건은 지난 3일 발생했다. 당시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에 1-2로 패하며 튀르키예컵 8강 탈락했다. 전반전 나온 빅터 오시멘의 멀티골이 결정적이었다. 양 팀은 90분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후반 추가시간 레드카드가 4장이나 나오기도 했다.
과열된 싸움에 무리뉴 감독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심판진과 악수하던 중 돌연 기행을 저질렀다. 부룩 감독의 뒤에서 접근해 그의 코를 잡아당긴 것. 부룩 감독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무리뉴는 이 충돌 직후 주변 스태프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부룩 감독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운 채 얼굴을 가린 채로 고통을 호소했다. 부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코를 살짝 집은 정도였고, 가벼운 상처가 생겼다. 우아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더 확대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갈라타사라이 구단은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격하지 말고, 소화하라"라는 문구로 무리뉴 감독을 저격했다. 메틴 외즈튀르크 갈라타사라이 부회장 역시 "무리뉴가 처음에는 언어적으로, 이후 신체적으로 공격했다"라며 "튀르키예에서 감히 이런 행동을 하다니, 어디서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페네르바체가 먼저 징계를 내려야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리뉴 감독이 갈라타사라이와 맞대결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이스탄불 더비'에서 0-0으로 비긴 뒤 튀르키예 심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갈라타사라이 벤치가 "원숭이처럼 뛰어다닌다"라고 표현해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TFF는 무리뉴에게 원숭이처럼 뛰어다닌다'라는 발언으로 2경기 출장 정지, 심판 라커룸을 찾아가 한 발언으로 2경기 추가 출장 정지를 내렸다. 여기에 160만 리라(약 6400만 원)의 벌금도 부과됐다. 다만 이후 페네르바체의 항소가 받아들여지면서 출장 정지와 벌금 모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1월에도 심판과 충돌하며 비슷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튀르키예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와 인터 밀란,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 수많은 클럽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이다. 그는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불같은 성격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트러블 메이커'로 불렸다.
그럼에도 페네르바체는 여전히 무리뉴 감독을 굳게 믿고 있다. 페네르바체 보드진의 일원인 페티 페킨은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구단은 현상 유지를 위해 무리뉴를 데려온 게 아니다. 우리는 그걸 방해하기 위해 그를 데려왔다"라며 "무리뉴는 이 클럽이 목표로 하는 모든 걸 대표한다. 야망과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승리의 열망. 그에게 지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근 더비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축구 라이벌 관계가 아니었다. 우리 벤치와 팀, 선수들, 감독을 자극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이었다. 무리뉴는 자신을 도발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며 대응했다. 우리는 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괜찮다. 우리는 오래된 규칙을 지키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다"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NT 스포츠, 스카이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