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번트 타구에 앞니 8개가…” 그래도 검은 마스크 쓰고 출전 강행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4.05 08: 35

[OSEN=백종인 객원기자] “악!” 단말마 비명이 터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고다.
타자가 황급히 몸을 돌린다. 그리고 타석을 빠져나와 한쪽 무릎을 꿇는다. 손으로는 얼굴을 감싼다. 의료 파트 스태프가 덕아웃에서 달려 나왔다. 3루 코치도 걱정스럽게 찾아온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교체 사인이 떨어진다.
지난 2일의 일이다. 히로시마 카프 –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도쿄 진구 경기였다. 팽팽하던 연장 10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타자가 이탈했다. 번트를 시도하던 중 파울 타구가 튀면서 안면을 직격 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赤ヘル坊や 캡처

다친 부위가 안 좋다. 입 주변이다. 공에 맞아 위아래 앞니 8개가 상했다. 부러지거나, 빠진 것이다. 입 안도 심하게 찢어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 수술을 통해 철심을 박고, 8바늘을 꿰매야 했다.
당장 식사가 불가능하다.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만 간신히 삼킬 정도다.
다음 날이다. 감독이 상태를 걱정한다. “다친 곳은 좀 어떠냐”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환자의 대답이 뜻밖이다. “괜찮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오늘 나가고 싶습니다.” 발음은 힘들지만, 또박또박 출전 의지를 밝힌다.
히로시마 카프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후타마타 쇼이치(22)의 얘기다.
아라이 다카히로(48) 감독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기백을 높이 사고 싶다”며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했다. ‘그 지경인데, 또 게임을 뛴다고?’ 동료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유튜브 채널 赤ヘル坊や 캡처
이튿날(3일) 진구 구장이다. 수상한 차림의 인물이 등장한다. 마스크가 아닌 베일에 가깝다. 얼굴을 거의 전부 가렸다. 눈만 빼꼼하다. 흡사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연상시키는 패션이다. 바로 후타마타 쇼이치의 모습이다.
멀쩡한 모습으로 게임을 준비한다. 놀리는 팀원들과 장난도 친다. 프리배팅 타석에도 들어간다. 놀랍게도 초구는 번트부터 시작한다(타격 훈련이 늘 그렇기는 하지만). 악몽이 떠오를 것 같은 동작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물론 이건 현실이다. 드라마가 아니다. 곧바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 갑자기 안타가 나오고, 결정적인 홈런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타마타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땅볼 3개와 삼진 1개를 당했다.
팀도 마찬가지다. 이날도 또 졌다. 2안타 밖에 못 치고 영패했다. 상대 투수(오가와 야스히로)에게 완봉승을 허락하고 말았다. 개막 이후 1승 4패로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아라이 감독은 속이 쓰리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그런데 마음 같지 않다. 전반적인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티(하타마타의 애칭)가 안 됐다. 얼마나 통증이 심하겠나. 그걸 참고 출전을 강행했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赤ヘル坊や 캡처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게임에 출전한 이상 매 순간 전력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처럼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 팀의 승리를 위한 타격을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리고 다음 날(4일)이다. 무대가 달라졌다. 홈으로 돌아왔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 3연전이 시작됐다.
검은 마스크 맨이 나타나자 팬들이 열광한다. 커다란 갈채가 쏟아진다. 나인들도 힘이 난다. 잔뜩 주눅 들었던 타격이 폭발했다. 12안타가 터졌다. 6회까지 8점을 뽑았다. 8-2의 편안한 승리다. 전년도 우승팀을 무너트린 일전이다.
마스크 맨의 배트도 번쩍였다. 이날은 1번 타자 3루수로 이름을 올렸다. 5번 타석에 들어서 볼넷 1개에 안타도 하나 기록했다. 타점, 득점도 1개씩 올렸다. 부상 이후 7타석의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그는 정식 드래프트 출신이 아니다. 2020년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계약금 대신 지도금이라는 명목으로 290만 엔(약 2885만 원)을 받았다. 첫 해 연봉이 250만 엔(약 2487만 원)이었다. 우투우타. 180cm/78kg.
고교 때는 포수였다. 프로에서는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내야, 외야를 모두 커버하는 유틸리티다. 주로 3루수나 중견수로 기용된다. 지난해부터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80게임에서 120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0.196, 홈런 1개를 기록했다.
올해는 개막전부터 붙박이 1번을 맡았다. 6게임에서 24타수 5안타, 타율 0.208을 치고 있다.
2023년 웨스턴리그(2군) 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른쪽이 후타마타. 후타마타 쇼이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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