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리뉴' 이정효, 스토리도 똑같네..."통역사 주제에" ⇒ "내 밑에서 콘 깔던 애"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04.05 01: 54

'코리아 무리뉴'. 마이너서 메이저로 올라온 사람의 숙명이랄까.
2022년 광주에 부임한 이정효 감독은 팀을 맡자마자 K리그2 우승으로 이끌며 기염을 토했다. 여세를 몰아 광주는 2023년 K리그1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이어갔다. 시도민구단으로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한 대단한 광주다. 
이정효 열풍은 끝이 아니다. 올 시즌에는 광주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에 올려놨다. 챔피언 울산, 전통의 강호 포항도 탈락한 마당에 시도민구단으로 최초 8강에 등극했다. 이 시점에서 광주는 한국구단 중 유일하게 생존해 아시아 최강팀들과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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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8강 상대는 사우디 명문클럽 알 힐랄이다. 지난 시즌 네이마르에게 무려 연봉 2838억 원을 줬던 구단이다. 알 힐랄 선수 한 명이 지난 시즌까지 훈련구장조차 제대로 없었던 광주FC 전체의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이정효 감독과 시민 구단의 성장 스토리 자체가 대단한 것. 특히 이정효 감독이 한국 축구계에서도 상대적으로 마이너리티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고무적이다. 한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현역 시절 커리어는 매우 중요하다.
이정효 감독의 현역 시절도 나름 대단했다. 풀백 출신으로 아주대학교를 걸쳐 부산 대우 로얄즈의 레전드로 맹활약했다. 단 끝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2008년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주장으로 선임됐으나 부상으로 은퇴해야만 했다.
K리그와 리그컵을 걸쳐 222경기를 오직 부산에서 대우-아이콘스-아이파크 시절을 모두 겪은 원클럽맨이기도 하다. 단 지도자 시작은 원클럽맨으로 뛰던 부산이 아닌 모교 아주대학교에서 수석코치로 시작해서 감독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프로에서는 드래곤즈에서 코치를 걸쳐 남기일 사단의 일원으로 꾸준히 업적을 남겼다. K리그 사령탑 부임은 쉽지 않았다. 2020년 박진섭 감독이 떠나고 나서 이정효 감독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한 차례 물을 먹기도 했다다.
그러나 광주가 강등을 당하고 나서 최우선 후보 선임이 안되자 과거 남기일 감독 아래 수석코치로 광주 경험이 있는 이정효 감독이 부임한 것이다. 여러모로 엘리트 루트만을 밟지 않았던 이정효 감독답게 자그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광주의 뒷모습을 공개하는 다큐멘터리 ‘옐로 스피릿 2024’에서 이정효 감독의 일화를 공개했다.
지난해 2024년 8월 25일 울산전을 앞둔 이정효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코치하다 감독이 됐잖아. 나도 성장하고 직위도 올라갔는데 (상대가 날 부르는) 호칭도 달라져야 하잖아. 그런데 (상대 감독이) ‘내 밑에서 콘 놓고 하던 놈이 많이 컸다’고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현역 지도자가 과거경력을 꺼내며 이정효 감독을 대놓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경력과 나이 등을 떠나 현직 K리그1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근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이정효 감독보다 많은 성취를 이룬 지도자는 단언코 없다. 이정효 감독은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라고 반문했다. 
이정효 감독은 김판곤 감독을 존경하는 이유를 들며 “내가 아무리 제자지만 선생님이 나를 감독으로서 인정을 해준다. 정말 참다운 어른이고 진정한 감독이다. 그래서 내가 존경한다”고 소개했다. 김판곤 감독은 과거 경력과 나이 등을 떠나 이정효 감독을 지도자 대 지도자로서 존중해줬다는 것이다. 
이런 이정효 감독의 일화는 과거 조세 무리뉴 페네르바체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이정효 감독보다 더하게 현역 시절 입지가 없던 무리뉴 감독은 24살에 은퇴했다. 그는 체육 교사부터 시작해서 하부 리그에서 스카우트와 코치로 일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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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과거 영국 최고 명장이던 바비 롭슨이 스포르팅에 부임하자 그의 통역관으로 일하기 시작해서 포르투, FC 바르셀로나까지 동행했다. 여기에 루이 판 할 감독이 롭슨 감독의 후임으로 오자 수석 코치로 그를 보좌하다가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신화를 썼다.
이런 무리뉴 감독이기에 이정효 감독과 마찬가지로 현역 시절 커리어에 대한 공격을 많이 받기도 했다. 그는 첼시 시절 자신이 과거 통역관으로 일했던 바르사와 맞대결 중 스페인 기자에게 "고작 통역관 출신 주제에 왜 그렇게 무례하냐"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그러자 당시 유럽 무대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었던 무리뉴 감독은 "거기선 통역관이지만 여기서는 감독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할 동안 넌 뭐했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정효 감독과 비슷한 상황서 나온 무리뉴 감독의 일화인 것.
광주는 오는 2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ACLE 8강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8강부터 5월 4일 열리는 결승전까지 단판 승부다. 광주가 우승을 한다면 무려 상금이 1천만 달러(약 145억 원)다. 과연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이정효 감독이 높은 무대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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