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참 냉정하긴 냉정하다. 간신히 개막 로스터에 들어갔지만 기회는 사실상 한 경기로 끝났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배지환(26·피츠버그 파이어리츠)으로선 억울할 법하다. 하지만 배지환에게만 가혹한 것도 아니다.
피츠버그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외야수 알렉산더 카나리오를 26인 로스터에 올리면서 유틸리티 야수 배지환을 마이너 옵션을 통해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내려보냈다.
피츠버그는 뉴욕 메츠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된 카나리오를 지난 1일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3일 만에 빅리그로 콜업했다. 2023~2024년 시카고 컵스에서 2년간 21경기 2홈런을 기록한 카나리오는 지난해 트리플A 18홈런으로 장타력이 있다. 팀 OPS 26위(.569), 장타율 28위(.278)로 타선이 처진 피츠버그로선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가 필요했고, 배지환이 자리를 비워야 했다.
시범경기에서 20경기 타율 3할8푼1리(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3도루 OPS 1.017로 맹타를 휘두르며 개막 로스터를 뚫은 배지환은 그러나 개막 후 팀의 7경기 중 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선발 출장은 지난달 3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이 유일했다.
이날 1번 타자 좌익수로 나섰지만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다. 1회 첫 타석에서 3루 팝플라이로 물러난 뒤 3회 파울팁 삼진, 5회와 7회 헛스윙 삼진 당했다. 스플리터, 슬라이더, 포심 패스트볼에 전부 배트가 헛돌았고, 다음날부터 다시 벤치에 앉았다.
![[사진] 피츠버그 배지환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에서 8회 2루에서 3루를 노렸지만 태그 아웃을 당하고 있다. 마이애미 루수는 조나 브라이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4/202504041658776461_67eff92e701fe.jpg)
31일 마이애미전에 8회 대주자로 교체 출장했지만 아쉬운 주루사가 있었다. 2-2 동점으로 맞선 8회 2사 1,2루 엔디 로드리게스 타석 때 상대 투수 캘빈 포처의 3구째 스위퍼가 원바운드된 사이 배지환이 2루에서 3루로 뛰었다. 그러나 공이 멀리 튀지 않았고, 마이애미 포수 닉 포르테스의 송구에 걸렸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아웃으로 번복되면서 주루사로 이닝이 끝났다.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피츠버그는 9회말 끝내기 폭투를 저질러 2-3으로 졌다.
그 이후 배지환에겐 교체 출장 기회도 오지 않았다. 3경기 연속 벤치만 달궜고, 결국 마이너행 통보를 받았다. 선발 기회가 단 1경기였지만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고, 치명적 주루사로 눈 밖에 났다.
지역 매체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배지환의 마이너행 소식을 전하며 ‘전혀 놀랍지 않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친 배지환은 올해 4타수 무안타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의 유일한 헤드라인은 잘못된 이유로 나왔다. 마이애미와 개막 시리즈에서 심각한 주루 실수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사진] 피츠버그 배지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4/202504041658776461_67eff92f1d663.jpg)
배지환으로선 여러모로 아쉬운 마이너 강등이지만 메이저리그의 냉정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고, 로스터는 26명으로 제한돼 있다. 한정적인 기회 속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가차없다.
개막 7경기 2승5패로 출발이 좋지 않은 피츠버그는 배지환에게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2022~2023년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마무리투수 데이비드 베드너(31)도 지난 2일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로 내려갔다. 올 시즌 3경기에서 세이브 1개를 올렸지만 나머지 2경기에서 패전을 당하며 평균자책점 27.00으로 부진했다. 배지환이 주루사를 한 그날 경기에서 끝내기 폭투를 던진 투수가 바로 베드너였다.
![[사진] 피츠버그 데이비드 베드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4/202504041658776461_67eff92fb955f.jpg)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3자책) 난타를 당하자 피츠버그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3경기 만에 마이너행 조치라는 결단을 내렸다. 2022~2023년 각각 19세이브, 39세이브를 올리며 피츠버그 뒷문을 책임진 베드너이지만 지난해 5점대(5.77)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렸고, 올해도 출발이 좋지 않자 마이너리그에서 재조정 시간을 갖게 됐다. 팀 기여도가 높았던 마무리투수도 3경기 만에 내려갔는데 배지환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