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는 그런 맛이 있어야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호준(21)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 2연전을 지배한 선수였다.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던 박승욱이 타격감을 찾지 못하면서 2군으로 내려간 뒤 전민재 한태양 등에게 선발 유격수 기회를 줬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다 이호준까지 기회가 왔다.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지난달 28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됐고 30일 사직 KT전부터 선발 기회를 받았다. 첫 경기는 3타수 무안타였다.
하지만 대전 한화 원정 첫 경기였던 2일에는 3타수 2안타 1사구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2회 문동주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 3루타를 뽑아내 시즌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중전안타까지 치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3일에는 한화의 막강한 에이스 코디 폰세를 상대로 우측 2루타로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일 경기, 4회초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면서 주먹을 불끈쥐며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 장면에 흐뭇해 했다. 김 감독은 “막내의 그런 제스처로 인해 벤치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 어린 선수답게 야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김태형 감독은 이호준을 칭찬했다. 그는 “체구 작은 선수들이 자기 스윙에 맞게 쳐야 하는게 스윙 크게 강하게 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호준도 그런 게 있었는데 그것을 버렸다. 타격 스탠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딱 끊어치려고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칭찬이 무색할 정도의 하루를 보냈다. 일단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김태형 감독은 이호준의 수비력을 먼저 칭찬했다. 하지만 이날 이호준의 최대 강점인 수비가 무너졌다.
한 번 흔들리다 보니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7회 1사 후 추재현의 강습 타구를 걷어내려다가 실패했다. 글러브를 맞고 외야로 튀었다. 까다로운 타구였기에 이호준을 탓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후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흘러갔다. 이유찬에게 2타점 3루타를 얻어 맞고 포수 정보근의 주루방해로 3-5로 경기가 뒤집혔다.

계속된 1사 2루 위기에서 양의지의 깊은 타구를 잡아낸 뒤 한 번 더듬었다. 그런데 이게 악송구가 됐다. 2루에 있던 강승호가 홈을 밟으면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8회에는 이호준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다. 이미 여유가 사라졌다. 양석환의 3-유간 깊은 땅볼 타구를 백핸드가 아닌 몸 앞에서 처리하려다가 타구를 더듬었다. 평소의 이호준이라면 하지 않았을 플레이. 당환한 게 눈에 보였다. 이후 박계범의 2루수 위쪽 땅볼은 잘 따라가서 잡아냈지만 이후 스텝이 꼬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실책은 아니었지만 내야안타로 기록했다.

결국 이호준은 경기를 모두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한태양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벤치에서 마무리 했다. 아직 2년차의 성장하는 선수에게 이날 두산전은 가혹한 하루였다.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당차던 이호준의 발걸음이 무뎌졌다. 이제 이 성장통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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