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시즌 첫 연승을 만든 결승홈런을 때려냈지만, 표정은 밝지 못했다. 홈런을 치는 그 순간에도 지난 주말 창원NC파크에서 일어난 비극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 5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활약으로 팀의 6-1 완승 및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결승홈런은 첫 타석에서 나왔다. 0-0이던 1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 등장, 키움 선발 케니 로젠버그를 상대로 선제 3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낮은 커브(122km)를 제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10경기, 35타석, 29타수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다.
양의지는 선발투수와도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에이스 콜어빈의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88구 호투를 합작했다. 콜어빈은 경기 후 “양의지와 볼배합, 호흡 모두 좋다. KBO 최고의 포수라고 익히 들었다. 그런 선수와 함께 뛰는 것만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타자들에 대한 지식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믿고 던지고 있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경기 후 1루 더그아웃에서 만난 양의지. 그러나 시즌 첫 홈런을 팀을 결승홈런으로 장식한 기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평소와 달리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는데 얼마 전 창원NC파크에서 일어난 비극이 미소를 잃게 했다. 과거 자신이 4년 동안 뛰었던 구장이라 비통함이 더욱 컸다.

양의지는 “창원 사고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내가 4년 동안 있었던 곳에서 NC팬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솔직히 ‘경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어렵게 운을 떼며 “팬들이 야구장에 오셔서 경기를 안전하고 즐겁게 보셔야하는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내가 NC에 있었다 보니 불의의 사고를 접하고 일요일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는 지난달 29일 NC-LG전 도중 3루 쪽 3층 높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구조물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당시 매점 이용을 위해 줄을 섰던 20대 여성팬이 머리를 크게 다쳤고, 31일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KBO는 이에 4월 1일부터 3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4월 1일 KBO리그 및 퓨처스리그 경기를 모두 취소시켰다. NC와 SSG의 창원 3연전의 경우 당초 무관중으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설물과 구조물 안전 점검 차 3연전 전체가 취소됐다. 하지만 양의지에 따르면 다수 선수들이 원한 건 전 경기의 3연전 취소였다. 무겁고 뒤숭숭한 마음을 털어내기에 하루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양의지는 “애도하는 마음에서 3일 정도 경기를 안 했으면 했다. 나도 애들이 있고, 우리 애들도 야구를 보러가서 그런 일이 생기면 아버지, 가장으로서 끔찍할 거 같다. 어제 오늘 타석에 서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머리도 많이 복잡했다. 선수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10개 구단 전체 선수들이 다 같이 마음이 아픈 상태다. 시간을 더 가졌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양의지는 주중 3연전 애도기간과 관련한 결정이 KBO의 프로야구선수협회를 통한 일방적 통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통보를 하더라. 우리가 늘 KBO와 소통한다고 하지만, 그냥 결정을 내린 뒤 통보했다.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KBO 입장도 있겠지만, 선수들 마음도 있으니 (애도기간 결정과 관련해) 더 소통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의지는 계속해서 “마음이 무겁다. 솔직히 말해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또 야구장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게 아닌가. 다 야구를 좋아하시니까 같은 마음일 거라고 본다. 우리 팀도 많은 선수들이 아직 마음이 복잡하다. (마음이) 많이 안 좋은 친구들도 있다. 잘 추슬러서 다시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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