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무대에 바이에른 뮌헨도 레버쿠젠도 없다. 독일 3부리그 아르미니아 빌레펠트가 '디펜딩 챔피언' 레버쿠젠을 탈락시키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빌레펠트는 2일(이하 한국시간) 빌레펠트에 위치한 쉬코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독일 DFB-포칼 준결승전에서 레버쿠젠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빌레펠트는 슈투트가르트와 RB 라이프치히 맞대결 승자와 트로피를 두고 마지막 싸움을 펼친다. 대망의 결승전은 내달 25일 열린다.
경기 전만 해도 모두가 레버쿠젠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최초 '무패 우승'과 DFB-포칼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던 팀이기 때문. 올 시즌에도 리그 2위를 달리며 바이에른과 우승 경쟁 중이다.
반면 빌레펠트는 3부리그 4위에 불과한 팀. 아무리 3부리그에서는 나름 승격을 노리고 있는 팀이라지만, 레버쿠젠과는 객관적인 전력 차가 엄청났다.


경기 초반 흐름은 예상대로였다. 전반 17분 레버쿠젠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알렉스 그리말도가 올린 코너킥을 아민 아들리가 머리에 맞혔다. 이를 요나탄 타가 골문 앞에서 가볍게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빌레펠트가 곧바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20분 레버쿠젠 수비가 박스 안에서 실수를 범하며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마리우스 뵈를이 이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빌레펠트가 역전까지 일궈냈다.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 공격에서 막시밀리안 그로서가 가까운 거리에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은 빌레펠트가 2-1로 앞선 채 끝났다.
후반 들어 레버쿠젠이 동점골을 위해 몰아쳤다. 하지만 후반 36분 패트릭 쉬크의 헤더가 골대를 때리는 등 좀처럼 소득을 얻지 못했다. 빌레펠트도 강도 높은 압박과 역습으로 레버쿠젠에 잘 맞서 싸웠다. 결국 빌레펠트는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결승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기적을 쓴 빌레펠트는 구단 소셜 미디어를 통해 "120년 만에 빌레펠트에서 베를린 결승전까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도 "베를린, 베를린. 우리는 베를린으로 간다"라는 구호를 노래했다. 빌레펠트가 대회 결승 무대를 밟는 건 1905년 창단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대단한 건 빌레펠트가 상위 리그 팀을 꺾는 '업셋'을 5번이나 성공했다는 것. 빌레펠트는 1라운드에서 2부리그 하노버 96을 2-0으로 제압했고, 2라운드부터 준결승까지 매번 1부리그 분데스리가 팀을 물리쳤다. 우니온 베를린(2-0)을 시작으로 프라이부르크(3-1), 베르더 브레멘(2-1)에 이어 레버쿠젠까지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옵타'에 따르면 독일 3부리그 이하 팀이 1부 팀을 4개나 탈락시키고 결승에 오른 건 최초다.
미헬 크니아트 빌레펠트 감독은 "오늘 도시에서 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난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은 운도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경기 내내 공격에 나섰고, 또 한 번 이길 자격이 있었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뵈를 역시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우리에겐 뛰어난 경기였다. 우린 방심하지 않았다. 그저 성공적인 컵대회의 밤이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많은 용기를 보여줬다. 오늘은 그냥 즐기고, 모레부터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반면 레버쿠젠은 2년 연속 대회 챔피언을 노렸으나 3부리그 팀에 일격을 맞으며 고개를 떨궜다. 이대로라면 시즌을 무관으로 마칠 위기다. 경기 후 베테랑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가 팬들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 빌레펠트를 축하해야겠다. 그들은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 그들이 더 잘했다"라며 "우리는 실망했다. 지난 시즌엔 행복한 편이었지만, 오늘은 슬픈 편이다. 우리는 잘하지 못했고, 팀으로서도 개인적으로서도 통제력이 부족했다"라고 되돌아봤다.
팀 패배를 막지 못한 로베르트 안드리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는 솔직히 말해야 한다. 빌레펠트가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뭔가 잘못했고, 우리가 잘하는 모든 걸 놓쳤다. 빌레펠트가 훨씬 더 잘했다. 우리는 후방에서 계속 실수를 저질렀다. 단연코 올 시즌 최악의 경기였다"라고 씁쓸히 말했다.
한편 빌레펠트와 레버쿠젠 둘 다 한때 차두리가 몸담았던 팀이다. 그는 2002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독일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당시 분데스리가 하위권이었던 빌레펠트로 임대를 떠났다. 당시 차두리는 한 시즌 동안 27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빌레펠트도 2부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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