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시즌 전 ‘특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으로 평가됐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 때 KIA를 두고 “극강도 아닌 특강이다. 뎁스가 엄청나다. 선수층에 빈틈이 없다”고 극찬했다.
통합 우승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시즌, 그러나 개막 8경기를 치른 1일 현재 KIA는 3승5패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4연패를 당할 만큼 불안불안했다. ‘특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출발이다. 이범호 KIA 감독도 “생각한 것과 다르게 시즌 초반 모든 면에서 꼬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상이다. 지난해 KBO리그 MVP를 차지한 김도영(22),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30)가 각각 햄스트링과 무릎 부상으로 개막 1경기, 3경기 만에 연이어 이탈한 것이다. 유격수 자리에선 김규성이 타율 4할(20타수 8안타)로 기대 이상 타격으로 박찬호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지만 김도영의 타격 생산력은 쉽게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변우혁과 홍종표가 3루 자리를 번갈아 맡고 있지만 김도영의 엄청난 파급력은 따라갈 수가 없다.
KIA의 5패 중 3패가 7회 이후 뒤집힌 역전패로 불펜 난조가 두드러졌다. 1점차 패배 2경기, 2점차 패배 1경기로 아깝게 진 경기들이 늘어났다. 김도영이 있었더라면 더 많은 득점을 내서 역전하거나 스코어를 벌려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개막 10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수들도 초반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준비가 정말 잘 된 상태로 개막에 들어갔다고 생각을 했는데 초반에 부상자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투수들도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팀 타율(.301), OPS(.828), 평균 득점(5.96점) 모두 리그 전체 1위였던 KIA는 올해 팀 타율 5위(.283), OPS 3위(.861), 평균 득점 4위(6.0점)에 랭크돼 있다. 평균 이상 타격을 보이고 있지만 김도영의 부상 공백 속에 ‘특강’ 수준이었던 화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득점력 감소로 인해 실점을 억제 해야 한다는 투수들의 압박감도 커진 것이다.
단순히 공격뿐만 아니라 투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까지, MVP 김도영의 존재감이 이 정도로 크다. 아무리 ‘특강’ 전력이라도 MVP가 빠졌는데 티가 안나면 그게 더 이상하다. KIA로선 당분간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도 “지금은 버텨야 되는 상황”이라며 “마지막에 꼬이는 것보다 초반에 꼬이는 게 낫다. 한 번 더 정신 차리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잘 견뎌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군에서 올라온 변우혁이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빠르면 이번 주말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찬호가 돌아오면 타격감이 좋은 김규성이 유격수에서 3루수로 투입될 수 있다. 이범호 감독도 “규성이가 타격도 잘해주고 있다. 찬호가 돌아왔을 때 3루에서도 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개막 8경기 4홈런으로 빠르게 리그 적응을 완료했고, 백업 선수들이 분발하고 있어 KIA로선 다행이지만 김도영의 공백이 길어지면 4월에도 어려운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김도영이 언제 돌아올지가 중요하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2일 광주 NC전에서 3회 좌전 안타를 친 뒤 2루로 뛰다 1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절뚝이며 교체된 김도영은 왼쪽 햄스트링 손상 1단계로 큰 부상을 피했다. 3단계로 구분하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가장 경미한 수준으로 한숨 돌렸지만 완전하게 회복되기까지 보통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부상 당시 2주 후 재검진을 받기로 했는데 다음주초 결과가 나오면 복귀 시기 윤곽이 드러날 전망. 이 감독은 “아무리 그레이드 1이라 해도 확실하게 점검하고 판단해야 한다. 도영이가 빨리 올라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서 혹시라도 부상을 당하면 그때는 정말 힘든 시즌이 될 수 있다”며 서두르지 않고 완벽한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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