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3연속 대타 작전으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안치홍(35)이 시즌 첫 안타를 역전 결승타로 장식하면서 김경문 감독의 신들린 대타 작전이 대성공했다.
한화는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4-3 역전승을 거뒀다. 8회말 ‘3연속’ 대타 작전으로 KIA 불펜을 압박한 것이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3-4로 뒤진 8회말 한화는 선두타자 채은성이 KIA 필승조 조상우에게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때부터 한화 덕아웃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경문 감독은 1루에 출루한 채은성의 대주자로 임종찬을 투입한 뒤 이진영 타석에 문현빈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문현빈은 조상우의 5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빗맞은 타구를 쳤지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면서 무사 1,2루 동점에 역전 주자까지 누상에 나갔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또 대타를 내세웠다. 이원석 타석에 이도윤이 등장했다. 초구부터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파울을 친 이도윤. 2구째 볼에 이어 3구째 번트가 뒤로 뜨는 파울이 되면서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이도윤은 배트를 반으로 잡고 또 번트 자세를 취했다. 과감하게 스리번트를 각오했지만 조상우의 4구째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빠졌다. 번트 동작을 취한 이도윤 때문에 슬라이더의 궤적이 시야에서 사라졌는지 KIA 포수 한준수가 공을 놓쳤다. 포수 포일이 된 사이 1~2루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하며 무사 2,3루가 됐다.
이도윤은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을 쳤다. 3루 주자 임종찬이 런다운에 걸려 아웃된 사이 이도윤이 2루까지 가면서 1사 2,3루. 비록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이도윤은 끈질긴 승부로 KIA 배터리를 압박했다.
계속된 찬스에서 김경문 감독은 또 대타 카드를 꺼냈다. 최재훈 타석에 안치홍이 등장하면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복통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안치홍은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 9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침묵했다. 볼넷도 전무했지만 안치홍의 이름값은 상대에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고, KIA는 투수를 바꿨다.
조상우를 내리고 황동하를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안치홍은 황동하의 초구 몸쪽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지만 2구째 가운데 들어온 직구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받아쳤다. 유격수 키 넘어 좌익수 앞에 떨어진 안타. 2~3루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역전 적시타로 한화의 5-4 역전승을 만들어낸 대타 결승타였다.
경기 후 안치홍은 “복통에 몸살까지 복합적으로 컨디션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제 막 훈련량을 늘리면서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중이다”며 “훈련할 때부터 컨디션이 바닥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께서 ‘중요할 때 대타로 준비하자’고 하셔서 경기 중반부터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7회부터는 감독님이 앞에 나와서 준비하라고 해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복통과 몸살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타격감도 바닥이었지만 안치홍의 경험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빛났다. 그는 “대타로서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타이밍 늦지 않게 들어가려고 했는데 초구에 조금 늦었다. 두 번째 공에는 더 늦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코스를 보고 들어갔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즌 첫 5경기에서 한화는 총 9득점으로 극심한 타격 침체에 시달리며 개막전 승리 후 4연패에 빠졌다. 집단 침체 속에 복통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안치홍의 존재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시즌 첫 안타를 대타로 역전 결승타를 터뜨리면서 중심타자의 힘을 보여줬다.
그는 “초반에 팀이 워낙 안 풀렸다. 좋은 타구들이 안타가 돼야 시합이 되는 건데 (타격 후 결과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끼리 너무 처지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며 “대전 신구장에서 경기를 뛴 건 처음인데 한 타석만 치고 바뀌어서 아직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몸 상태가 좋아지고 선발 출장하면 조금 더 와닿을 것 같다. 홈 개막전부터 뛰고 싶었지만 시즌이 길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했다. 선발 출장 시점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께서 얘기를 해주실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첫 안타로 막힌 혈을 뚫었으니 안치홍의 선발 라인업 복귀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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