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보시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개막전 선발투수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말을 아꼈다. 다른 해였더라면 고민할 것 없이 류현진(38)이었을 것이다. 상징성은 물론 기량을 봐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 카드였다.
하지만 올해는 시범경기 선발 순서와 등판 일정부터 뭔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보였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 라이언 와이스(29)가 1~2선발이 들어갈 등판 날짜인 지난 10~11일 문학 SSG전에 투입됐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5번째 경기였던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했다.
이날 최고 시속 147km를 던지며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투구수를 65개로 늘리며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순서상 18일 대전 삼성전 시범경기 최종전에 등판해야 했는데 이 경우 4일 뒤에 열리는 22일 수원 KT전 개막전 선발이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최종전에 나서지 않고 불펜 피칭으로 개수를 끌어올려 개막전에 맞출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류현진은 18일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70개 정도 던질 계획이었다. 눈 때문에 강설 취소되면서 류현진의 시범경기 최종 점검은 무산됐고, 실내에서 불펜 피칭으로 대신하며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류현진이라는 이름값을 보면 개막전 선발이 아닌 것이 의외라 할 만하다. 30대 후반 베테랑이긴 하지만 지난해에도 1선발로 팀 내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던졌고, 올해는 스프링캠프를 풀로 소화하면서 몸도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막전 선발이 오는 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공식 개장 경기인 KIA전에 나서기 때문에 ‘상징성’ 차원에서도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에 무게가 실렸다.
역사와 상징도 중요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실리를 택했다. 대전 신구장 첫 경기 시작을 류현진이 알리는 것만큼 낭만적인 것도 없지만 최근 17년간 가을야구 한 번으로 깊은 암흑기에 빠진 한화는 그럴 여유가 없다. 무조건 승리가 우선이고, 시즌 전체를 보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야 했다.
폰세와 와이스 둘 다 시범경기에서 벌써 최고 시속 155km 강속구 뿌릴 정도로 구위가 완전히 올라왔다. 시즌 초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강팀 KT와의 개막 2연전에서 최대한 승산을 높여야 한다. 두 투수를 뒤로 미룰 이유가 없었다.


시범경기에서 폰세는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9이닝 3피안타 4볼넷 1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강력한 구위뿐만 아니라 포크볼처럼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까지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좌우 타자 모두 요리할 수 있는 변화구를 보유 중이고 커맨드도 안정적이라 올해 최고 투수가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개막전 상대인 이강철 KT 감독도 폰세에 대해 “공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폼도 예쁘고, 정말 좋더라”며 감탄했다.
폰세의 개막전 등판이 유력하지만 와이스가 개막전 선발로 나가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시범경기에서 2경기 모두 승리를 거둔 그는 9⅔이닝 8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93으로 호투했다. 주무기 스위퍼를 우타자뿐만 아니라 좌타자 상대로도 바깥쪽 백도어로 던질 만큼 한층 더 예리해진 모습이다.
155km 외인 원투펀치가 있어 류현진도 다른 해보다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이 3번째 선발이라면 어느 팀과 붙어도 매치업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시즌을 길게 보면 류현진의 승수 쌓기에도 유리하고, 한화의 팀 승률도 높일 수 있는 실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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