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프로 무대서 'TV 퍼펙트'로 주목을 받은 왼손 볼러 문하영(25, 스톰). 하지만 문하영이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했다.
문하영은 지난 14일 오후 경북 울진 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25 울진컵 전국 오픈 볼링대회' 남자부 TV 파이널 최종 결승전에서 김영민(37, 삼호테크)을 202-194로 눌렀다.
마지막 10프레임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장식, 먼저 경기를 끝낸 문하영이었다. 상대 김영민이 마지막 투구를 남겨 두긴 했으나 관중들은 물론 문하영 자신도 준우승을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김영민의 10프레임 첫 투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3-6-7-9핀을 세웠다. 이 스플릿을 해결하기 위해 던진 볼은 2개의 핀을 남겼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뜻하지 변수에 웃은 문하영이었다.
올해 입문한 신인 문하영에겐 행운이었다. 일부 팬들은 "문하영이 우승을 당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MK-MAX컵 때는 공동 105위에 그쳤던 그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3/15/202503151454771199_67d51b6fa1d83.jpg)
문하영은 경기 후 "시즌 첫 대회는 레인 패턴이 어렵게 느껴졌고 연습량도 부족했다. 레인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최소 준우승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우승은 뜻밖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문하영은 바로 전 준결승 무대에서 'TV 퍼펙트'를 기록, 운이 아님을 증명했다. 평소 보기 힘든 퍼펙트(300점) 경기를 TV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30년이 된 프로 볼링 역사상 전날까지 10번 밖에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다.
역대 11번째 '퍼펙트맨'이 된 문하영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11번째 스트라이크 후 그저 '도전해 보자. 스윙을 부드럽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경기 때 퍼펙트를 외쳐 방해됐을 법하지만 "평소 주변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문하영이 이 무대에 서기까지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난치병과 싸워야 했다는 것을 알면 단지 운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그만한 노력과 실력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하영은 한국체대를 졸업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2019년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문하영은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마스터스와 5인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23년 졸업과 동시에 실업팀인 대구북구청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문하영은 이 병 때문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대장에 염증이 생겨 혈변과 설사로 고통받는 궤양성 대장염은 치료제가 없다.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으니 체중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운동선수에겐 더욱 치명적이다.
문하영은 좋아하던 볼링을 접기로 했다. 치료에만 전념하자는 생각이었으나 볼링을 그만둔 무기력함을 겪어야 했다. 이후 방에 누워 있는 일이 잦았다. 볼은커녕 물건을 들 힘조차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하영은 볼링장을 찾았다. 볼조차 들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본 동호인들이 '가볍게 취미로 즐겨보자'며 문하영을 위로했다. 그렇게 다시 볼을 잡은 문하영은 치료를 병행했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3/15/202503151454771199_67d51b705009f.jpg)
1년의 공백 후 문하영은 지난해 8월 열린 '안동컵 국제오픈볼링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동호인부는 물론 오픈부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쟁쟁한 프로, 실업, 해외 선수가 모두 출전한 대회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문하영은 2개월 후인 10월 '영월컵 오픈볼링대회'에도 나서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자신의 실력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최고의 아마추어로 인정받는 순간이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프로 입문의 동기로 연결됐다.
문하영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병원은 계속 다니고 있지만 완치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볼링을 치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도 건강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하라고 말씀하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또 그는 "안동컵 우승 때는 부담도 없었고 혼자 볼링을 칠 때였다. 이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응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면서 "안동컵과 영월컵 이후 기량적으로 성숙해진 느낌이다. 동시에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
문하영은 아마추어 시절이던 작년부터 볼링계 유명 인사가 됐다. 1년 만에 3번이나 TV 파이널 결승 무대에 올라 2번의 우승을 이뤄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스스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3/15/202503151454771199_67d51b70cf1ef.jpg)
"항상 루틴을 지키며 평소처럼 연습하려 노력한다"는 문하영은 "실력적으로 전성기라는 말을 듣는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한다. 거만하거나 풀어질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알아볼 때 조심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지는 모습이다.
고통을 견뎌낸 자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문하영은 "원래 승부에 집착했다. 하지만 아픈 이후 감정이 덤덤해지더라"면서 "원래 잘 웃는 편이지만 감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문하영은 "경기 전 항상 화장실을 4~5번 왔다 갔다 한다. 2~3시간 전 부드러운 음식으로 배를 치우는 편이다. 먹지 않으면 빠지지만 지금은 55~57kg 사이에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의 평소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올해 목표는 신인상을 타는 것이다. 또 프로 생활 동안 정태화 프로님이 보유하고 있는 최다승 기록(13승)에 도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