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야구하려면 안 된다" 수만 가지 타격폼이라니…국민타자도 인정한 연구파, 이래서 롱런하는구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3.13 06: 40

“아마 제가 세상에서 제일 폼을 많이 바꾸지 않았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35)은 매년 시즌 중에도 타격폼이 수시로 바뀌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정수빈의 타격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다리를 최대한 벌려 무릎을 크게 구부린 기마 자세로 무게 중심을 확 낮췄다. 그러면서 오른발로 지면을 두드리며 타이밍을 잡는 모습이 이채롭다. 
정수빈은 “작년부터 이렇게 쳤는데 갑자기 화제가 된 것 같다”며 웃은 뒤 “항상 ‘어떻게 하면 잘 칠까’ 고민하고 매년 변화를 준다. 안 될 때 똑같은 걸로 해봤자 계속 안 되기 때문에 항상 변화를 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며 “(타격폼) 참고는 여러 가지로 많이 한다. 모든 타자들의 장점을 보고 그걸 하나씩 제가 연습한다. 연습도 중요하지만 경기에서 한 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과감하게 시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두산 정수빈. 2025.03.09 / dreamer@osen.co.kr

2014년에는 KBO리그 최초 200안타를 친 서건창(KIA)의 폼을 따라했고, 2018년부터는 일본에서 배트를 가장 짧게 쥔 것으로 유명한 오미치 노리요시를 따라 배트를 3분의 2 정도 길이로 짧게 쥐는 타법으로 바꾸기도 했다. 
타격 준비 자세나 타이밍은 늘 바뀌지만 공을 맞히는 순간만큼은 정수빈의 스타일이 유지된다. 그는 “타격폼을 많이 바꾸지만 방망이가 나와 공을 맞힐 때는 결국 제 스윙이다. 제 스윙이 나오기까지 타이밍을 어떻게 잡고, 변화구 대처를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폼이 바뀌는 것이다. 치는 순간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슬로우 장면을 보면 똑같다”고 설명했다. 
2009년 입단해 올해로 17년차가 된 정수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중견수로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낸 수비로 유명하다. 빠른 발을 앞세워 통산 도루도 327개나 된다. 수비와 주루에 가려져 있지만 15시즌 통산 타율 2할8푼(5277타수 1477안타)으로 타격도 준수하다. 안주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잘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폼을 바꾼 결과다. 
2015년 민병헌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정수빈. /OSEN DB
두산 정수빈이 배트를 짧게 쥐고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도 정수빈의 이런 노력을 인정했다. 이승엽 감독은 정수빈에 대해 “수만 가지 폼이 있다”며 웃은 뒤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하고, 조금씩 변화를 많이 준다.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타격폼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신뢰를 나타냈다. 
스스로도 “아마 세상에서 제가 제일 많이 폼을 바꾸지 않았을까”라고 말한 정수빈은 “저처럼 이렇게 많이 바꾸는 것은 아니더라도 후배들도 정체되지 않고 항상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안 되는데 계속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라도 시도를 해보고 안 되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타격폼은 한눈에 봐도 힘들어 보인다. 마치 스쿼트를 하는 것처럼 다리 힘이 버텨줘야 하는 폼이다. 하지만 정수빈은 “다리가 아파야 제가 생각했던 대로 되는 것이다.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니까”라면서 “편하게 야구하려면 안 된다”고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두산 정수빈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5.02.20 /jpnews@osen.co.kr
어느덧 35세 베테랑이 된 정수빈이지만 여전히 발이 빠르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136경기 타율 2할8푼4리(510타수 145안타) 홈런 47타점 95득점 71볼넷 72삼진 52도루 출루율 .376 장타율 .361 OPS .737로 활약했다. 
정수빈은 “어릴 때부터 우리 세대는 야구에 항상 진심인 선수들이 많았다. 나이를 먹어서 고참이 됐지만 어릴 때처럼 똑같이 야구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잘하는 베테랑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자기 관리 잘하고 항상 열심히 하면 저렇게 오래 야구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하고, 3루수 허경민(KT)이 FA 이적하면서 야수진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도 김민석, 추재현, 전다민 등 젊은 피가 돌기 시작했다. 정수빈은 “우리 어린 친구들이 워낙 열심히 하고 있고, 그만큼 결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전 정말 좋았을 때보다 전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투수들이 좋다. 야수들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선수들이 올라와주면 고참들과 조화를 잘 이뤄 좋은 성적이 날 것이다”고 자신했다.
두산 정수빈. 2025.03.08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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