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같은 팀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가면 안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이정효 감독의 말이었다. 울산, 포항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팀들이 모두 탈락한 마당에 시도민구단 광주가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말도 나올 수 있었다.
‘광주처럼 투자를 안 해도 좋은 선수가 없어도 시설이 부족해도 감독이 잘하면 결국 아챔 16강에 갈 수 있는 것 아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클럽이 성적이 나지 않으면 결국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수 있다. 이정효 감독은 이 부분을 걱정한 것이다.
말만 그렇게 하고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셀고베와 1차전을 앞둔 이정효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 구단, 코칭 스태프가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이곳까지 온 것 같다. 관심 밖에 있는 광주FC와 선수들이 힘든 역경을 딛고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8강에 진출해 선수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며 더 먼 곳을 바라봤다.

전력상 광주가 절대 열세였다. 광주는 고베 원정에서 0-2 참패를 하고 돌아왔다. 광주에서 세 골차 승리를 하지 않으면 8강행은 불가능한 상황이 왔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비셀 고베와 열 번 붙으면 열 번 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예선전 때의 이야기다. 한 골이라도 넣고 나오겠다. 우리가 K리그에서 어떻게 경기 해야할지 교훈도 얻겠다”면서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이순신 장군도 단 8척의 군함으로 일본의 해군의 궤멸시켰다. 이정효 감독이 만든 기적의 8강행도 정신력 말고는 설명이 안됐다. 그만큼 극적인 승리와 8강행이었다.

광주FC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엘리트 16강 2차전’에서 아사니의 멀티골이 터져 비셀고베를 3-0으로 이겼다. 지난 5일 고베원정에서 0-2로 패했던 광주는 합산 스코어 3-2로 뒤집으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다행히 첫 골이 빨리 터졌다. 광주는 전반 18분 프리킥 기회에서 박태준이 올린 공을 박정인이 헤더로 밀어넣었다. 이른 시간에 터진 선제골로 광주가 희망을 봤다. 이정효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아사니가 기적을 연출했다. 후반 38분 이와나미의 핸드볼 파울로 박인혁이 쓰러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아사니가 왼발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광주가 2-0으로 달아나면서 합산 스코어 2-2가 됐다.
광주가 8강에 가려면 한 골이 더 필요했다. 상승세를 탄 광주가 줄기차게 고베를 밀어붙였지만 쉽게 골이 나지 않았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 후반 118분에 미친골 극장이 나왔다. 아사니가 박스 앞에서 최경록의 패스를 받은 아사니가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공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그대로 골이 됐다.

탈락위기 광주를 8강으로 인도한 기적의 극장골이었다. 연장전 종료 불과 2분을 남기고 극적인 골이 나왔다.
ACLE 8강 토너먼트는 4월 2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판승부로 펼쳐진다.
과연 ‘정효볼’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정효 감독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정효 감독이기에 그의 행보가 더욱 관심을 모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