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반성 대신 부탁만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대회 탈락을 피하기 위해선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토트넘은 9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본머스와 2-2로 비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공식전 2연패 후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바꿨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윌손 오도베르-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파페 사르-이브 비수마-로드리고 벤탄쿠르, 제드 스펜스-크리스티안 로메로-케빈 단소-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발로 나선다.
손흥민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마티스 텔,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데스티니 우도기 등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주중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알크마르와 16강 2차전 대비로 보인다.
본머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바니우송, 앙투안 세메뇨-저스틴 클라위버르트-마커스 태버니어, 타일러 아담스-라이언 크리스티, 밀로시 케르케즈-딘 하위선-제임스 힐-루이스 쿡,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휘청였다. 후방에서 본머스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연달아 패스 미스를 범했다. 비카리오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전반 42분 태버니어가 역습 기회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이 투입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하프타임 존슨과 비수마를 불러들이고 손흥민과 루카스 베리발을 넣었다. 손흥민은 투입되자마자 후반 9분 예리한 감아차기 슈팅을 날리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때렸다.
본머스가 후반 20분 이바니우승의 추가골로 2-0까지 달아났다. 토트넘이 행운의 득점으로 한 골 따라잡았다. 후반 22분 사르가 크로스를 시도하다가 그대로 골키퍼 키를 넘기며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구했다. 그는 후반 37분 폭발적인 속도로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상대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파넨카로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리그 7호 골을 터트렸다. 경기는 그대로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다만 마음껏 기뻐할 순 없었다. 안방에서 겨우 비긴 데다가 주중 열리는 AZ 알크마르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6강 2차전이 남아있기 때문. 토트넘은 지난 7일 열린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했기에 무조건 승리해야만 탈락을 피할 수 있다.
'UEL 올인'을 외쳤던 토트넘으로선 대위기다. 토트넘은 UEL에서도 탈락하면 올 시즌도 무관으로 마치게 된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도 팀 패배를 막고도 웃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난 여전히 매우 실망스럽고 좌절스럽다"라며 "말하기 어렵지만, 알크마르전은 모두 용납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오늘 전반 역시 엉성했다. 그 여파라고 하진 않겠다. 그러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평소엔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된다. 매우 중요한 경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손흥민은 "PL에서는 누구나 실력을 갖추고 있고, 자신감이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 특히 알크마르전 이후 '더 많이,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당연히 조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침착하게 간단한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알크마르전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목요일 경기는 정말 거대한 경기다. 선수들 자신에게도 분명히 중요한 도전 과제다. 그들은 오늘 꽤 어려운 도전을 극복했고, 알크마르전에서도 같은 마음가짐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도 부탁했다. 이날 토트넘 관중들은 전반전이 끝난 뒤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말 그대로 인내심이 바닥에 달한 모습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관중 이야기가 나오자 "전에도 말했듯이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지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밤에는 알크마르가 확실히 관중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다가오는 목요일 경기 내 긴장과 불암감을 없앨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수들 뒤에서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우리는 분위기와 상관없이 한 팀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기를 강하게 시작하면 분위기가 훌륭하고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팬들을 향해 야유 대신 응원을 보내달라는 얘기였다.

공교롭게도 토트넘 수문장 비카리오 역시 지난 알크마르전 패배 이후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지난 7일 영국 '데일리 메일'은 "비카리오는 알크마르에 패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서포터들과 충돌했다. 그는 팬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카리오는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원정 팬들을 결집시키려 시도했다. 얼굴을 찌푸린 그는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더 많은 응원을 요청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네덜란드까지 이동해 졸전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이 고울 리 없었다.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견뎌야 했던 토트넘 팬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자 비카리오 역시 불만을 드러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먼 길을 날아와 최악의 경기를 본 팬들에게 할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아무리 비카리오가 이날 분전했다고 해도 팬들에게 더 많은 응원을 촉구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자연스레 소셜 미디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 팬은 "서포터들을 향해 음흉한 비난을 내놨다"라고 지적했고, 다른 한 팬은 "내게 비카리오는 끝났다.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 고함치다니 믿기지 않는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한 "비카리오는 우리에게 팀을 응원하라고 했다. XX 꺼져라"라는 욕설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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